영장 없이 IP 접속 장소 확인 요구는 명백한 불법
조사 대상 학생 “특정 동아리에 대한 표적 수사”

경찰이 중앙전산원(중전)에 특정 IP를 사용한 학생들의 정보를 요청함에 따라 ‘학원사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수) 조세훈씨(국어국문학과·05)와 박선아씨(농경제사회학부·08)는 중전으로부터 “경찰청에서 불법 환거래가 의심된다며 IP접속 장소와 인적사항을 요청하는 공문이 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해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은 각종 매체를 통해 이들이 의심스러운 ID 하나로 여러 곳에서 접속한 기록이 있어 신원조회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이 된 두 학생은 이를 특정 동아리에 대한 표적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세훈씨와 박선아씨는 대학 연합 학술단체인 자본주의 연구회에서 각각 회장과 서울대 지부장을 맡고 있다. 자본주의 연구회는 2006년 설립돼 대안경제캠프, 대안포럼 등 진보적 학술대회를 주최해왔다. 박선아씨는 “외환 거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며 공동 ID를 사용하는 것은 자본주의 연구회의 공동 메일뿐”이라며 “경찰이 자본주의 연구회 공동 메일에 있는 대안경제캠프의 신청자 명단, 강의록 등을 감시해 참가자의 인적사항을 파악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이 서울대 외에도 자본주의 연구회가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서강대, 이화여대 등에 똑같은 공문을 발송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한 일간지를 통해 “불법 환거래가 의심돼 정보를 요청한 것이고 그들이 어디 소속인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경찰의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IP의 사용자 인적정보는 영장 없이도 청구할 수 있지만 IP접속 장소는 영장 없이는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하나의 공문을 통해 영장 없이도 청구 가능한 인적사항과 영장이 있어야 청구할 수 있는 IP접속 장소를 함께 요청했다. 이러한 학원 사찰과 불법 수사 의혹에 대해 담당 부서인 보안 3과에 해명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할 말 없다”며 대답을 거부했다.

한편 중전의 학생 개인정보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전의 한 관계자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평소에도 경찰이 IP접속 장소를 요청한 적이 있었고 여태까지 접속장소가 확인된 경우에는 모두 경찰에 알려줬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중전은 이에 대해 “그러한 공문이 오면 사용자에게 먼저 연락을 하고 요청에 응한다”며 “본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에 학생사회 일각에서는 학원 사찰이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공동의장 준규씨(법학부·08)는 “이러한 학원사찰 행위는 마땅히 규탄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 이러한 사안들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연구회는 자보를 통해 경찰청에 사찰을 즉각 중단하고 담당자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으며 중전의 행위에도 유감을 표했다. 또 이들은 지난 25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현재 경찰청을 대상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박선아씨는 “자본주의 연구회가 주최한 행사에 참여한 교수, 학술동아리와 함께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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