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에 맞지 않는 의전원 제도로
4년제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대학
대학생의 특권인 창조적 배움 위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고민할 때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대학문을 들어선 공부의 신들이 앞날을 위한 여러 갈래 가능성의 길들을 제쳐버리고 다시 또 한 줄을 서서 입시를 위해 일로(一路) 매진하는 안쓰러운 현상을 보게 됐다. 공무원이나 법관이 되려는 고시공부는 이미 역사가 오래됐고 근래에는 의사가 되려는 전문대학원 입시가 대학생들의 혼을 빼앗고 있다. 이는 물론 급변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가중시킨 안정과 부요에 대한 희구에서 비롯됨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학을 4년제 입시학원으로 전락시킬 필요가 없는데도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강제적으로 도입한 정부의 책임도 막중하다.
2006년 교육부는 대학원 인재양성을 위한 2단계 두뇌한국(BK)사업을 시작하면서 의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제도를 본격적으로 확대 추진했다. 물론 몇 년 전부터 원하는 대학들에 한해 의전원을 설립하도록 여러 특혜를 베풀면서 ‘자율적’ 도입을 유도한 바 있지만, 2단계 BK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거의 강제적으로 의전원 설립을 추진했다. 선진화된 사회에 필요한 전문성 있는 의료 인력을 키우고 아울러 대학입시의 과열경쟁을 완화한다는 것이 설립의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의사양성과 기초의학, 주변 학문 분야, 심지어 사회경제적 함의 등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제도를,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북미 대륙 외에는 별로 쓰지도 않는 이 제도를 왜 그렇게 밀어붙였는지는 참 의문스럽다. 어쨌든 교육부는 2010년에 이 제도에 대한 계속시행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당시의 반대여론을 무마했다.
그 사이 이 제도는 여러 부작용과 문제점들을 노출했다. 의사양성기간과 비용의 불필요한 증가, 기초의학으로의 유인 실패, 주변 기초학문 후속세대의 고갈 뿐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을 대학 4년간 다시 입시에 붙들어 매는 기형적인 풍토를 심화시켰다. 본인과 사회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해야 하는 우리의 인재들이 여전히 ‘공부의 신’이란 제복을 벗지 못하고 학점과 입문시험(MEET/DEET)점수를 위해 대학생활을 바쳐야 하는 현실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약속대로 여러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의전원 제도의 단점이 장점보다 월등히 과중해 교과부가 이를 강제로 계속 추진하는 데는 큰 무리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에 자율을 줄 경우 우리학교를 포함한 거의 모든 대학이 의전원을 원하지 않아 교과부는 이 제도를 존속시키기 위한 다른 방식의 강제조항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한다. 각양각색의 시도와 배움으로 대학 4년을 꽉 채워 살게 해도 부족한 판에 점수관리에 목매는 입시생으로 우리 인재들을 주저앉히는 현실은 부끄럽다. 누구를 위한 제도이고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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