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은
비판의식 아닌 비겁한 공격
사회적 영향력 가진 이들이
권력을 가진 강자 비판해 주길

김봉겸
동양화과 석사과정
최근 여기저기서 진돗개인지 워치콘인지 하는 어떤 가수 때문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듣자하니 그의 한 노래에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어떤 여성을 조소했기 때문이란다. 도대체 어떤 점이 그로 하여금 ‘빽’도 없고 ‘뭣’도 없는 한 여성에게 갖은 조롱을 퍼붓게 만들었을까? 이거 노래 제목부터 뭔가 범상치 않다. 가사의 내용인즉슨 남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소위 ‘잘 나가는 인터넷 BJ(Broadcasting Jacky)’가 문란한 사생활로 이미 여러 번 낙태한 몸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도 알다시피 이 내용은 실제 한 인터넷 BJ에 관한 유명한 루머로서 사실 관계를 두고 많은 네티즌들이 왈가왈부했던 적이 있다. 아무튼 가사의 내용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필자는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301동에서 넘어져 낙성대역까지 굴러간 듯한 기분이었다.

어떤 이들은 과도한 욕설 사용과 섬뜩한 폭력적 묘사야말로 힙합(hip-hop)의 특징이자 아티스트의 사회비판 의식이라며 그들의 행동을 옹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 관계조차 밝혀지지 않은 루머에 비속어를 덧씌운다고 해서 그것이 꼭 가치 있는 작품으로 변모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영향력을 어느 정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몸뚱이 둘레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슈가 생겨서 홧김에 여기저기 끼어들어 독설을 내뱉더라도 힘없는 소수들의 억울한 입장을 대변한다면 모르겠다. 루머 하나로 이미 압도적인 비난여론이 온라인 곳곳에 형성된 상황에 소금까지 끼얹는 저 가수의 행동은 솔직히 비겁해 보이기까지 하다. 

물론 그 가수 입장에서 굉장히 억울할 수도 있다. 나름대로 정성들여 만든 노래일 텐데 거기에 필자가 빈약한 논리와 지나친 비약으로 공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그 가수에게 한번 제안해보고 싶다. 유명 아티스트라면 일개 일반인 여성 비난하는 건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한량들에게 맡기고 사회를 실제로 움직이는 ‘큰 손’들을 욕할 생각이 없느냐고 말이다. 무릇 사회비판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되는 법. 그렇기에 사회비판은 힘있는 자를 대상으로 삼아야 본연의 가치를 오롯이 드러낸다. 헤비급이 라이트급을 상대해서야 쓰겠나.

대한민국 곳곳의 폐부에는 아직도 비난받을 만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공직에 ‘낙하산’을 뿌리는 정치인, 분식회계로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기업인, 권력에 기생하는 언론인 등, 아마 그간 구사했던 어휘를 고려한다면 그들의 파렴치한 행위들을 노래에서 실명으로 언급해도 팬들은 충분히 납득할 것이다. 필자 역시 조그만 루머 하나에 정의감이 불타오르던 그 가수가 약자에게는 사회비판이란 명분으로 욕설을 퍼붓고 정작 사회를 움직이는 강자에게는 관대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마무리하는 중에 잠깐 뉴스를 보니 그 가수가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글을 방금 블로그에 올렸다. “자신이 만든 곡의 내용은 모조리 허구이며, 특정인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라고 말이다. 글쎄, 순수 창작물이라기에는 특정인의 루머와 너무나 많은 점이 겹치는데 그렇다면 단순히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이런, 그의 해명을 몇 마디만 바꿔 나도 한마디만 더 하자.

본 글은 특정 연예인을 비난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자의 비겁한 공격, 그러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경고하기 위해 특정 상황을 가정해 필자가 100% 창작한 이야기입니다. 열심히 음악하시는 뮤지션 여러분 불필요한 동요나 오해 없으시길 다시 한 번 바라며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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