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마넥
종교학과 박사과정
한류열풍을 따라 한국 자체에 관심을 둔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직접 한국에서 생활하며 한국을 배우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한국의 불교에 관심이 있어 관악캠퍼스를 배움터로 찾은 마렉 제마넥씨는 지난해부터 종교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불교는 기독교와는 기본적인 시각부터 달라요. 신이 없는 종교라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고, 불교에 대한 흥미가 동양문화, 그리고 한국으로까지 이어졌죠”라며 “제가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현대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현대 불교에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특별히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은 종교가 아닌 언어다.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는 무려 7개다. 그중에서도 영어와 한국어를 잘한다는 그는 “학자로서도 그렇고 여행을 할 때에도 영어는 필수적인 요소였기 때문에 영어실력을 키웠지만 한국어는 5년간의 한국생활과 더불어 한국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익히게 됐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국인 못지않은 한국어 실력이 하루아침에 완성된 건 아니었다. “모국어인 체코어와 같은 인도유럽어족에 속한 영어는 단어나 어순 등이 같아서 쉽게 배웠지만 어순부터 다른 한국어는 처음에 굉장히 배우기 힘들었어요”라며 “그런데 일단 한자를 먼저 익혀가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니까 그나마 배우기가 쉬워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유창한 언어구사능력을 활용해 체코 대사관에서 공증번역사 일을 하고 있다. 공증번역이란 공공기관, 대학교 등에서 외국어로 된 문서를 제출할 때 번역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거치는 번역 인증시스템이다. 그는 “공증번역사는 전문적인 번역을 요구하는 것인 만큼 어렵기도 해요. 하지만 체코에서 한국어 공증번역사 자격을 갖춘 사람이 7명뿐인 만큼 명예로운 직업이죠”라며 만족해했다. 더불어 그는 공증번역을 통해 더욱 다져진 한국어 실력으로 예전에 동양불교논서집의 글 한 편을 번역한 데 이어 지금은 ‘삼국유사’를 번역하는 중이다.

한편 그는 한국에 산 지 5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매일매일 자신이 외국인임을 되새겨주는 시선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라고 손가락질하진 않지만 눈빛에서 매일 느끼죠. 이렇게 큰 백인을 보면 신기한가봐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에 느긋한 태도다. “세계화도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아요. 금방 이룰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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