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기술 불구하고 운영체제 없어
국내 스마트폰 후발주자로 전락
콘텐츠 없는 3D 산업 기술 지원
스마트폰의 전철 밟을 것

이다은 사진부장
‘아이폰’과 ‘아바타’. 하나는 휴대전화 이름이고 하나는 영화 제목이지만, 등장 후 전 세계인을 열광시켰다는 점과 그가 속한 산업 분야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폰과 아바타가 각각 표상하는 스마트폰 시장과 3D 영화 분야에서 많은 기업과 영화사가 이들을 맹추격 하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 둘에는 대한민국에 ‘하드웨어적 기술만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교훈을 준다는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한국의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 산업과 3D 산업은 기술적 측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의 등장에 국내 스마트폰 업계는 치명타를 입었고, 정부와 기업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3D 산업 역시 스마트폰 산업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먼저 3D 영화 산업보다 앞서 성장을 시작한 스마트폰 시장을 보자. 아이폰 출시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을 때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던 삼성과 LG도 수수방관하고 있지는 않았다. 아이폰의 대항마로 출시된 다양한 스마트폰 기종들은 멀티태스킹, 영상통화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 등의 단점이 있는 아이폰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런데 이들은 세계는 커녕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기가 아닌 ‘콘텐츠’에 있다. 우수한 기기를 만들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운영체제를 갖추지 못해 냉대를 받았다. 또 아이폰의 성공은 무선인터넷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와이파이(Wi-Fi)’ 기능, 모바일 콘텐츠 다운로드와 제작·판매가 가능한 ‘앱스토어’의 영향력이 컸다. 그러나 국내 통신사는 스마트폰에 대한 무제한 정액요금제 도입을 머뭇거렸다. 여기에는 데이터 통신료 수익 감소를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뒤따랐다. 무선인터넷을 통한 앱스토어에서의 콘텐츠 다운로드로 발생하는 수익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국내 통신사들은 부랴부랴 앱스토어 구축에 나섰다.

이렇게 한국 기업들은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나 다름없는 처지가 됐다. 애플의 아이폰이 점령한 시장에 구글의 안드로이드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이 잇달아 도전장을 내미는 와중에도 국내 기업의 추후 전략은 이들을 따라하기에 급급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시 3D 영화 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아바타’ 흥행 이후 각광받는 3D 산업에서도 한국의 기술력은 뒤떨어지지 않는다. 국내 영화사 곳곳에서 3D 영화 제작을 계획 중이고 3D 텔레비전의 출시로 안방에서 입체 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영화진흥위원회도 앞으로 3년간 3D 전문 인력 양성과 기술개발에 200억원 이상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들뜬 분위기에 스마트폰 열풍에 기술력만으로 맞서려 했던 국내 기업의 초기 대응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9일 국회서 열린 ‘3D 입체방송 생존전략’ 토론회에서는 스마트폰보다 3D 분야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마트폰은 주로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대처하기 어려운 반면 3D는 하드웨어가 이끄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진위가 지원한 200억원도 일반 2D 영화를 3D로 전환하는 컨버팅 기술 분야에 대해서다. 이는 경쟁력 있는 3D 콘텐츠 생산을 위한 근본적 방안이 아니다.

전혀 다른 분야의 상품인 ‘아이폰’과 ‘아바타’에서 많은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IT 강국’ 대한민국이 한때 앞서나가던 분야에서 추락하는 계기가 됐다는 또다른 공통점을 ‘아이폰’과 ‘아바타’가 공유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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