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학’을 가르치며 대학이 놓치는 것들

2004년 서울여대에서 시작된 ‘부자학 강의’가 지금은 전국 10여개 대학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서 최초로 부자학 강의를 시작한 한동철 교수는 돈 때문에 힘들어하고 상처 입는 학생들을 보면서 부자학을 강의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한 교수의 말처럼 돈 때문에 많은 대학생이 고통받는 것은 사실이다. 고액등록금, 높은 학자금대출 이자율과 주거비용 등 대학생들이 지출해야 할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이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88만원세대로 상징되는 비정규직 자리를 구하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20대들의 현실은 정말이지 암울하다. 따라서 대학생들이 부자학 강의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방법들을 찾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문제는 대학이 앞장서서 부자학 강의를 개설하는 방법이 옳은가, 또 가난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욕망을 개개인이 부자가 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이룰 수 있는가이다. 부자학 강의의 핵심 줄거리는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이다. 이러한 주장이 빈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다수의 대학생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부자학 강의가 수강생들로 하여금 부자이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 즉 서민과 사회적 약자들은 자기관리 능력이 모자라고 게으른 ‘패배자’라는 생각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진리를 추구해야 할 대학이 ‘자기 관리를 통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거짓 신화의 부자학을 진지하게 가르칠 때, 사회적 기준으로 부유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낄 자괴감이 안타깝다. 대학이 모든 인간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 부유함으로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을 평가하게 하는 천박함을 나서서 가르쳐도 되는 것일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자학 강의가 은연중에 빈곤의 사회적 책임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데 있다. 부자가 되는 것이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면 빈곤해지는 것 역시 개인의 잘못에 달려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교육이 빈곤을 재생산하는 사회적 구조는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대학생 개인들에게만 ‘노력하고 부자 되라’는 말을 한다면 빈곤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대학교육마저 휴머니즘과 사회비판적 관점을 잃고 좌초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학생들이 자본, 기업 소유자들이 원하는 ‘돈 벌어들이기 기술’을 획득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대학이라면 그런 기술보다는 혹독한 시대에 대한 고민과 성찰, 대안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정구현
 정치학과·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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