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그곳에는 대한민국 유일의 실향민촌인 아바이 마을이 있다. 한국 전쟁과 남북 분단이 남긴 상처와 같은 마을, 이곳 사람들은 전쟁과 분단, 그리고 실향의 아픔을 딛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아바이 마을에도 어김없이 개발의 바람이 불어왔다. 최근 청호대교의 건설과 항만개발계획 등으로 아바이 마을은 '철거냐 보존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개발에 대한 입장에 따라 주민 간의 갈등과 반목이 커지고 있다. 『대학신문』은 아바이 마을 실향민의 애환과 개발의 길목에 놓여 있는 아바이 마을의 모습을 담아봤다.
△항구  언뜻 보기에는 아바이 마을도 항구에 고기잡이 배가 바쁘게 드나드는 여느 어촌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아바이 마을에는 다른 마을에는 없는 실향의 깊은 한과 북한 사람이라는 편견에 대한 설움이 깊게 배어 있다.
△개발  청호대교 개통을 앞두고 새로운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됐던 아바이 마을 곳곳에는 오래된 집을 허물고 펜션을 짓는 곳이 많아졌다. 하지만 비교적 형편이 넉넉해 개인적인 펜션 사업을 하려는 주민과 사업자금이 부족해 정책적인 대규모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일고 있다. 실향의 아픔을 나누며 돈독하게 이어져 온 오랜 유대감에 금이 가고 있다.
△갯배와 청호대교  오랫동안 아바이 마을 주민들은 사구 위에 자리 잡은 마을에서 시내까지 가려면 먼 길을 돌아가야만 했다. 그러나 수십 년 전 갯배가 생긴 이후에는 편하게 물길을 건너 시내로 나갈 수 있었다. 이제 청호대교가 완공되고 나면 아바이 마을에서 갯배를 타지 않고도 편하게 시내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청호대교의 완공이 마을 주민에게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청호대교가 완공되고 나면 마을을 사라지게 하는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향의 맛  아바이 마을은 함경도 음식인 식해와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로 유명하다. 시갷는 생선을 엿기름으로 삭혀서(위쪽 사진) 무채와 버무려 먹는 음식이고, 오징어순대(아래 사진)는 한국 전쟁 직후 순대를 만들 돼지 창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대신 오징어를 사용한 데에서 유래됐다. 대부분 함경도 지방에서 피난온 마을 주민들이 고향에서의 삶을 이어가려 만들어 먹었던 이 음식들은 개발로 희미해지는 실향민촌으로서의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다.
△관광명소  지난 2000년 방영된 KBS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가 된 이후 아바이 마을의 전통음식을 찾는 사람들은 늘었지만 그만큼 실향민촌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식당이 모여 있는 골목에는 연예인 사진만 즐비하다.
△불신  아바이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김영목씨(53)는 "북한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실향민촌이라는 이유로 아바이 마을에 관심이 쏟아지지만, 막상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나 다른 혜택은 주어지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아바이 마을 주민 중 이산가족 상봉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들에게는 이산가족 상봉 기회 제공은 커녕 신청에 대한 자세한 안내나 배려도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정보에 어두운 주민들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히려 과거에는 소위 '빨갱이'라고 몰려 배척당하고 설움을 겪었다. 이런 이유로 외부인의 '반짝' 관심에 지친 아바이 마을 주민들에게는 깊은 불신과 분노가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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