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전남대 5·18연구소 한·일 특별 심포지엄‘저항과 평화’의 시각에서 돌아보는 5·18 민주화운동일본인과 재일조선인의 시각에서 5·18을 새롭게 조명

 

정호기 박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원

5·18, 여전히 유의미한 담론 생성소

동아시아 근현대사에서 전쟁과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은 매우 중요한 현상이자 분석 개념이다. 이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5·18)은 동아시아에서 한국이 처한 복잡하고 역동적 상황을 한국전쟁에 이어 세상에 널리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또 5·18은 군사정부 진압으로 막을 내린 민중항쟁의 평가가 반전되는 과정과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과 절차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5·18이 발발한지 한 세대가 흘렀다. 이를 기념해 ‘저항과 평화’라는 관점에서 5·18을 성찰하는 한·일 특별 심포지엄이 지난달 30일부터 5월 1일까지 전남대에서 개최됐다. 전남대 5·18연구소와 일본평화학회가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 일본의 교수, 연구자, 시민사회단체 관련자와 재일조선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학술행사와 홍성담 특별전시회에 진지한 마음과 열정적 태도로 임한 이들은 2일에는 식민지 시기에 발생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흔적과 기념공간, 그리고 5·18을 주제로 한 여러 공간과 시설들을 답사했다.

일본 방문단에는 뛰어난 학문적 업적과 한·일 교류의 가교를 맡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와세다대 우츠미 아이코(內海愛子), 야스쿠니신사 문제에 헌신 중인 즈시 미노루(?子 實), 도쿄대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토미야마 타에코(富山妙子) 화백을 비롯해 리츠메이칸대 서승, 가나가와대 윤건차, 릿쿄대 이종원, 케이센대 이영채 등이 그들이었다. 한국에서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함세웅 이사장, 김경남 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홍성담 화백, 전남대 박만규 교수, 서울대 정근식 교수, 한신대 임철우 교수, 경원대 윤범모 교수 등이 발표자와 토론자 등으로 참석했다.


추모와 저항, 그리고 5·18과 일본

심포지엄은 ‘국가폭력의 희생자와 추모하는 방식’, ‘저항과 민중문화의 표현’, ‘광주민중항쟁과 일본’, 그리고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와 광주민중항쟁’ 등 4섹션으로 구성됐다. 매 섹션 사이에 양국 연구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주요 관련자들이 모여 평화연구, 제노사이드, 동아시아의 군축, 동아시아와 환경문제, 한·일문화교류, 이주민의 인권 등에 관한 그간의 활동과 현재의 활동 및 관심사, 향후 활동 계획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가장 이목이 집중됐던 것은 다카하시 데쓰야 교수의 ‘희생과 추모’라는 주제의 발표였다.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비롯해 국가와 추모, 그리고 희생에 관해 보다 근본적 문제의식과 안목을 가질 것을 주장해왔던 그는 이번 발표에서도 도발적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야스쿠니신사와 5·18의 국가적 추모는 다른 차원이지만 ‘숭고한 희생’이라는 논리는 국민의 국가화를 요구하고 죽음의 신성화, 미화, 현창이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민중문화를 주제로 한 제2섹션의 발표와 토론에서는 5·18이 민중미술에 어떻게 투사됐고 예술로 승화됐는지를 시대사적 측면에서 고찰했다. 또 예술가들이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5·18을 어떻게, 그리고 어떤 방식과 의미로 표현했는가를 보여줬다.

윤건차 교수는 5·18이 재일조선인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으며 이 사건이  한국을 새삼스럽게 ‘조국’으로 인식하고 가깝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경남 전 원장은 5·18 이후 일본에서 많은 일본인이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일본 외에도 세계의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양심적 인사들의 아낌없는 연대와 지원이 있기에 한국의 민주화가 이만큼 빨리 이뤄졌다고 말했다.

서승 교수는 이번 학술행사의 대 주제인 ‘저항과 평화’가 홍성담 화백의 제안이었다고 했다.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 주제가 이토록 많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다양한 발표와 활발한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5·18이 한국 사회와 동아시아에 던진 과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행사의 참석자들은 토론을 통해 모인 의지와 활동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명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정호기 박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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