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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복종이 요구되는 ‘탈식민’시대[라틴아메리카연구소 석학강좌] 인식적 불복종과 탈식민적 선택

미국 중심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현대 ‘식민성’의 발현
서구중심 사고에서 ‘이탈’ 후 고유의 주체성 모색해야

대학신문  |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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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5.30  02: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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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신동호 기자 clavis21@snu.kr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소수의 나라에만 국한된 풍요로움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화의 폐해가 근대적 식민성의 잔재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월터 미뇰로 교수(미국 듀크대)의 ‘인식적 불복종과 탈식민적 선택: 선언문’ 강연이 지난 27일(목)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주최로 열렸다.

월터 미뇰로 교수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탈식민주의’ 학자로 ‘전 지구적 식민성’과 서구와 비서구를 넘나드는 ‘경계사유’를 연구해왔다. 탈식민주의 지식인 그룹은 ‘식민성’이 잔존한 세계를 비판하며 서구의 식민지였던 비서구 국가들이 억압의 사슬을 끊고 주체성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작동하는 ‘전 지구적 식민성’은 언제부터 싹텄을까. 미뇰로 교수는 근대화 이후 다중심사회에서 단일중심사회로 이전하면서 ‘식민성’이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근대화 이전에는 지역마다 세계의 중심이 지역 내부에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전근대사회는 세계의 중심이 무수히 많은 ‘다중심사회’, ‘다보편사회’였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로 이어지는 서구 제국주의 세력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서구가 세계의 중심인 ‘단일중심사회’로 변화했다.

1970년대 경제위기 이후 세계에 불어닥친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다른 형태로 등장한 ‘식민성’을 예고했다. 직접적 식민지 지배방식은 사라졌지만 현대 식민성은 미국의 경제·정치적 표준을 강제하는 형태로 교묘히 작동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도 등의 지역이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를 거부하면서 신자유주의적 단일중심사회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뇰로 교수는 “다중심사회로의 변화 조짐을 보이는 지금, 식민성을 벗어나  ‘탈식민주의’를 담론화할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탈식민주의는 비서구 지역민들에게 서구 중심적 관점이 ‘일상화’된 현실을 비판하며 지역적 주체성으로 이를 극복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일상화된 서구적 사고에서 ‘이탈’하는 것은 익숙함을 떨치고 낯선 곳으로 나아가는 것만큼 힘들다. 미뇰로 교수는 “주변부 본연의 정체성과 의미를 찾으려면 지속적인 ‘탈식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식적 불복종’과 ‘탈식민적 선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탈식민적 담론’을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식적 불복종은 서구관점이 아닌 주변부지역 고유의 주체성을 모색하는 ‘정신적’ 차원의 운동이다. ‘탈식민적 선택’은 ‘인식적 불복종’을 정치·사회 운동과 같은 ‘실천’에 옮기는 것을 뜻한다.

미뇰로 교수는 에콰도르의 원주민 운동을 ‘탈식민적 선택’ 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1987년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에콰도르에서는 원주민도 국립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개헌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근대 유럽의 제국적 대학 구조를 재생산한다며  당시 국립대학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따라서 그들은 국립대학을 거부하고 ‘자체대학’의 설립허가를 정부에 꾸준히 요구했다. 1990년대 ‘자체대학’ 설립이 허가되면서 원주민의 언어와 문화를 교육하는 ‘아마타이 와시’(지혜의 보고)대학이 설립됐다. 미뇰로 교수는 “아마타이 와시 대학에는 인식적 불복종과 탈식민적 선택을 위한 중대한 노력이 담겨있다”며 “에콰도르 원주민들은 기존의 서구 체제에서 적극적으로 이탈해 ‘주체성’을 확고히 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미뇰로 교수의 ‘탈식민주의’ 이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졌다. 이은아 교수(라틴아메리카연구소)는 “서구중심사고로부터의 ‘이탈’을 통해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가는 ‘인식적 불복종’은 철학적 측면이 강한데 이를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 청중도 “식민성이 잔재하는 현실에는 ‘인식’의 차원뿐 아니라 물질적 토대도 고려해야 한다”며 “식민성을 무조건적으로 이탈해야한다는 탈식민주의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미뇰로 교수는 “새로운 독창적 관점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지금 여기’서 볼 수 있는 관점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지역을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참석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미뇰로 교수는 “중국의 부상으로 중국 중심의 새로운 단일중심사회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의 의도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다중심 사회로 진전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동아시아는 식민지 과거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새로운 제국의 중심이 되려는 욕구를 억제하는 내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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