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부정행위 처리방식 아래
잠재적 부정행위자가 된 학생들
불편한 관계 극복하기 위해
부정행위 이유 단정 말아야

김하현
생명과학부 석사과정
처음으로 실험 조교를 맡았던 해에 감독 없이 기말 시험을 치르도록 하였다. 한 학기 동안 함께 했던 학생들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고, 여러 고민을 하게 됐다. 그 뒤로부터 조교로 강의실에 들어가면, 항상 학생들에게 부정행위에 대한 언급을 진지하게 하곤 했다.

언제부턴가 기말고사 기간이 되면 교수님들께 시험 감독을 해달라는 부탁을 자주 받게 된다. 이미 중간고사를 보는 동안 부정행위가 있었는데 혼자 감독하기에는 학생 수가 많으니 조교 5~6명 정도가 함께 시험 감독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교수님들이 말씀하신다.

이렇게 해서 고사장에 감독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모든 학생들이 잠재적인 부정행위자가 된다. 한 학기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을 부정행위자로 간주하고 눈에 불을 키며 시험 감독을 해야 한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몸도 피곤하지만 마음도 매우 불편해진다. 학생의 사소한 몸짓 하나마다 신경을 써야 하며 늦게 들어오는 학생은 더욱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나와 학생과의 일방적인 불편한 관계가 성립하는 시간이다.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문제 없이 성적 발표일이 지난다 하더라도 다음 학기에는 또 다른 교수님이 시험 감독을 부탁하고, 불편한 시간이 다시 반복될 뿐이다.

시험을 치르지 않고 보고서로 평가를 하는 세미나 형식의 수업에서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출석한 학생수의 2~3배에 달하는 보고서를 받아서 보고 있으면 한 숨부터 쉬게 된다.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같은 글씨가 있는지부터 찾고 서로 다른 학생이 작성한 같은 내용이 있는지 찾게 된다. 이 일 또한 수강생 전원을 잠재적인 부정행위자로 간주하고 시작하는 작업이다.

만약 부정행위가 적발된다면 부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에게는 당장 직접적인 성적처리의 불이익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 부정행위의 정도가 지나쳤다면 교칙에 따른 징계까지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수업을 담당했던 교수님이나 조교로부터 정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될 것이다.

물론 부정행위의 1차적인 책임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에게 있다. 따라서 그 당사자에게 부정행위의 책임을 묻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부정행위를 저지른 당사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만으로는 이런 불편한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란 매우 어려웠다. 오히려 부정행위를 이미 저질렀다는 선입견속에 불편함을 더 깊어지게 만들었던 적도 있었다. 이처럼 부정행위와 당사자를 간단하게 바라보는 것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들 결과만을 보는 사회나 전체적인 도덕 불감증에 그 원인이 있다고 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는 당사자가 정말 결과만을 바라보고 있는지, 아니면 도덕 불감증에 빠져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우리는 쉽고 빠르게 부정행위의 이유를 단정 지어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우리가 알 수 있는 문제인지는 의심스럽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학생들에게 할 수 있었던 일은 한 학기 동안 조교로 들어가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매시간 정직함을 강조했던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불편한 관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지만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학생들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이 관계를 하루라도 빨리 그만 두고 싶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