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이진열
종교학과·08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너무나도 오래된 기억입니다. 그때 그 교정에서 뛰어놀던 철없는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또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는 데까지 이 노래가 참으로 많은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 두려움, 자신감 등 이 노래가 들려오는 날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네 마음속에는 많은 생각이 찾아옵니다. 요즘 들어 교내에 꽃을 파는 상인들이 들어오고 정문 앞 도로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때 그 생각들이 다시금 떠오르곤 합니다. 선배님의 마음속에도 어김없이 이러한 많은 생각이 찾아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졸업’이라는 말이 새삼 와 닿지 않는 저조차 이 생각들에 온 정신이 빼앗겨가는 이때에 선배님, 선배님께 지금 이 순간은 누구 못지않을 만큼 벅차고 두려우실 것이라고 지레짐작해봅니다.

3년 동안 대학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선배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나눴던, 그리고 함께 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 보면 그 자체가 저의 대학생활의 대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배님, 잊지 않으렵니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상처받고 돌아와 울면서 전화했을 때늦은 시간까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제 이야기를 다 들어주셨던 그때를. 그리고 이런 것들이 다 너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술 한 잔 따라주셨던 그때를. 돌이켜 보면 선배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그리고 형처럼, 아버지처럼, 누나처럼, 어머니처럼 보듬어 주셨던 그 행동 하나하나가 지금의 저를 우뚝 세워준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머리만 커져 버린 저에게 화 한번 내지 않고 친구로, 그리고 같은 길을 걷게 될 동지로 대해주셨던 그 모습, 잊지 않으렵니다. 선배님, 학생회관 카페의 벽면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그곳에 적혀 있는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는다면, 눈을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문구는 어쩌면 우리가 대학생활 동안, 그리고 평생 마음속에 짊어져야 할 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단지 짐이 아니라 우리가 부단히 걸어야 할 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선배님, 어쩌면 그 길은 다시는 뒤를 돌아보기 싫을 만큼 험난한 길일지도 모르지만 그 길을 먼저 걸어 주십시오. 비록 머리만 커져서 선배님들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가 보고자, 한없이 철없는 행동을 했던 저희를 이끌어 주십시오. 친구로, 그리고 같은 길을 걷게 될 동지로 인정해주셨던 선배님의 아량에 힘입어 부단히 선배님들을 좇아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선배님들이 길을 걷다 지칠 때 뒤에서 밀고 또 밀 수 있는 저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10년 여름은 참으로 더웠습니다. 모두 계곡을 향해, 바다를 향해, 그리고 각자 마음속에 품은 휴양소를 향해 달려갔던 2010년 여름, 선배님들께 이 여름은 단지 날씨가 더웠던 한때가 아니라 마음속에 불타는 열정과 기대로 가득 차있던,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한 때였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후배들은 선배님께서 품은 그 열정과 기대가 이 사회를, 이 세상을 더욱 뜨겁게 하리라고 기대하고 확신합니다. 항상 선배님들이 계셔서 든든했습니다. 정말 잊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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