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복개천 복원 사업 진행” 기사를 읽고

학내 복개천 복원 사업이 진행된다는 『대학신문』의 기사를 보고 자하연 주변에 가봤다. 신양관 주변에 자하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물길이 생겼다. 시멘트와 하수구가 있던 곳에 초록빛 풀이 돋아나고 물이 흐르는 모습이 상쾌한 느낌을 줬다.

이번 물길 사업은 외양상 보기 좋다는 것뿐 아니라 ‘물길’이라는 이슈를 던진 데 큰 의의가 있다. 이제까지 관악캠퍼스 설립시 도림천을 막아 물순환 체계가 왜곡됐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학내 구성원들에게 제대로 인식되지는 못했다. 인문대 벽천 복원 사업은 매장됐던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렸고 서울대가 자발적으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우리학교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은 복개 사업의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흐름이 막혔던 도림천을 완전히 복원하려면  갈 길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또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몇 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

우선 복개 사업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자하연까지 복개된 물길은 인문대 조경사업과 함께 이뤄져 폭이 너무 좁고 인공적인 성격이 강하다. 도림천 복개는 단지 조경의 일부로서 물길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환경과 생태를 먼저 고려한 사업이 돼야한다. 전체적 물순환 구조를 염두에 둔 지속가능한 형태의 물길 복원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 사업 추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방지하고 편향된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공사는 물길복원사업이라는 기초적인 정보 제공도 없이 인문대의 일방적인 공사 통보 하에 이뤄지고 뒤늦게 ‘물길’만 이슈화된 측면이 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통행로가 없어져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와 환경동아리 씨알이 실시한 '인문대 물길 복원 사업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도 여러 학생이 학내 의견 수렴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향후 물길 잇기 사업에서는 이러한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해야 할 것이다.

이번 복개사업은 앞으로 진행될 도림천 복개 사업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물길 복원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화의 도화선이 돼야 할 것이다. 복개 공사가 청계천처럼 인공순환적 시스템과 사업추진과정의 비합리성으로 비판받지 않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면밀한 연구가 뒷받침 되고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서울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 복개 공사를 단순한 겉치레식 공사에서 그치지 않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조
 심리학과·07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