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방학 동안 사회대 주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시아연구소를 짓기 위해 후생관이 철거되면서 후생관에 들어와 있던 여러 복지 관련 업체들과 구내식당이 사라지게 됐고 사회대 앞 주차장에는 신양관이 들어섰다.
학내의 부족한 공간사정을 고려할 때 건물이 새로 지어져 수업과 세미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이에 몇몇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감사의 뜻을 담아 모금 운동을 벌일 정도로 신양관에 큰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대에 지어진 신양관을 ‘마음 편히’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게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후생관이 철거되며 식당이 사라져 학생들이 겪을 불편을 우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대 학장단은 새로 지어질 신양관에 학생식당이 입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고 학생들은 이로써 불편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교육환경개선협의회(교개협)의 논의에 따르면 신양관 2층에 식당이 들어설지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본부는 건물 기증자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2층 이용사항을 기증자가 직접 결정할 수 있게끔 위임하였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식당 입점을 요청할 수 있어도 직접적으로 이에 개입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하며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도 고민해 봐야 한다. 수차례 지적됐다시피 학교 내에서 공간문제에 관한 사안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건물의 사용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공간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본부를 비롯한 주체들은 ‘이미 결정돼 번복할 수 없는 일이니 불편을 감수하라’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학생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본부는 아시아연구소가 완공될 때까지 약 2~3년간 주변의 식당을 대신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의 양해를 구하고 있다. 이들은 주변의 식당에 영양사를 확충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사후통보’ 형식의 공간배정 방식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간이 부족하다는 학내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불만이 제기됨에도 식당 등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편의시설은 축소되고 카페와 같은 영리업체만이 늘어나는 서울대의 현실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본부 차원에서 공간기획에 학생주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 등을 마련해 이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학내공간을 보다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최정배
사회학과·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