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중앙지법은 한국철도공사(철도공사)가 2006년 KTX 여승무원들을 해고한 것은 무효이며 철도공사에 이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서울 중앙지법의 판결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난 7월 대법원의 판결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의 기준을 다시 한번 명확히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비정규직인 파견 노동자가 2년 이상 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일하며 그에 준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원청 사업장이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작업 지시권 및 결정권을 행사했을 경우 파견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파견 노동자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온 것이 사실이다. 2007년 파견노동자 보호법(파견법)이 개정되면서 대부분의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2년 동안 근무하며 원청 업체의 고용주로부터 노동 통제를 받아도 피고용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파견노동자들은 오히려 ‘보호법’에 의해 노동권을 유린당해 온 셈이다. 이제 불법파견의 기준을 명시한 잇따른 법원의 판결로 법적 울타리 밖에 있었던 파견 노동자들이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으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와 같은 법원의 잇따른 판결에도 사업장의 고용 실태를 점검하고 관리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이렇다 할 규제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데 있다. 파견 근로자들의 근무여건과 실상에 대한 단속·감시반의 점검이 미비하다 보니 파견 근로자 스스로 법원에 구제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처우 개선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고용주들이 책임을 회피하거나 시간을 끌면서 버틸 경우 이를 시정하거나 제재할 구체적이고 현실적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제조업, 청소 용역,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직원 등 노동 현장 곳곳에서는 위장도급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사내하청이 더 이상 불법 형태로 악용되지 않도록 관리·감독과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는 정부의 태도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정부는 다시 한 번 파견 노동자의 지위를 확인시켜준 KTX 승무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와 파견법을 어긴 사업장에 대한 제재·처벌을 강화시켜야 한다. 더 이상 법의 사각지대에서 정부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고통 받는 파견 노동자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파견노동자 처우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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