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세대와 디지털 세대는 탈인습적 가치관 공유

▲ © 타케시마 에미 기자
1980년대의 시청 앞에서는 최루탄 가스와 함께 ‘민주주의’에 대한 외침이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과 촛불이 있다. 한상진 교수(사회학과)는 전자의 주인공을 ‘386 세대’, 후자를 ‘디지털 세대’로 규정하고 이들을 비교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한 교수는 “‘정치화된 사회운동 세대’로 규정된 ‘386 세대’와 ‘탈정치화된 문화세대’로 인식되는 ‘디지털 세대’의 관계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며 “1980년대 최초로 ‘탈인습적 가치관’을 획득한 ‘386 세대’가 21세기 들어 새로운 ‘디지털 세대’의 문화로 발전, 분화되고 있음을 밝히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보통 이 두 세대의 차이점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들의 이면에는 분명 공통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386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공통점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탈인습적 가치관’이다. ‘386 세대’가 1980년대에 권력과 권위의 검증에 앞장섰다면, ‘디지털 세대’는 이런 강압적 체계가 사라진 시대에 여러 쟁점들에 대한 탈인습적 검증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2001년 정치의 장에 진입한 ‘노사모’의 온라인 운동,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을 주도한 ‘붉은 악마’와 최근에 있었던 ‘촛불 시위’ 등 젊은 세대의 강력한 변화욕구에서 ‘탈인습적 가치관’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 변동의 핵심적인 동인 중 하나가 세대의 역할”이라며, “현재 사회를 주도하는 입장에 있는 ‘386 세대’와 그 뒤를 잇는 ‘디지털 세대’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의 변화가 세대의 역할 변화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1980년 ‘사회학개론’수강생 4백여 명 대상으로‘종단적 분석’ 시도


 

 

이 연구는 주제뿐 아니라 방법 면에서도 기존의 연구와 차별성을 보인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한 사람의 생애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추적하는 ‘종단적 분석’을 시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종단적 분석은 표본 선정의 어려움과 장기간 조사를 지속해야한다는 등의 어려움 때문에 좀처럼 시도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한 교수는 “80년대에 강의한 ‘사회학개론’ 수강생 1천2백여 명의 학생 중 접촉에 성공한 4백여 명의 생애사적 자료 및 심층 면접 으로 구축한 자료를 통해 ‘386세대’에 대한 종적 분석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재작년부터 맡은 ‘인권․NGO․세계시민사회’ 과목에서 수강생들에게 받은 ‘자기 결정권’에 대한 보고서를 ‘디지털 세대’의 분석을 위한 자료로 활용해 2년 후 연구결과를 내 놓을 예정이다.

 

 

 

한 교수는 “‘386 세대’에 대한 논의는 자료의 축적과 분석보다 인상적이고 단편적인 경험에 근거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사회 변화의 주체인 ‘세대’의 역할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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