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노동자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다양하다. 학내 노동자를 단순히 계약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있는 한편 그들을 사회적 동반자로 여기고 연대를 모색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학생들은 노동자를 ‘낮은 사람’으로 여기고 하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경희대의 한 여학생이 미화노동자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한 ‘경희대 패륜녀’ 사건과 연세대 남학생이 미화노동자와 경비원에게 폭행을 가해 논란이 됐던 ‘연세대 패륜남’ 사건은 노동자를 경시하는 학생들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세대 패륜남’ 사건의 대책위원 정준영씨(연세대 사회학과·06)는 “이번 사건의 원인은 개개인의 도덕성이 아니라 노동자를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학생사회의 풍토”라며 “최근 많은 학생들이 노동자를 학내 공동체의 구성원이라기보다는 대체 가능한 서비스 제공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학내 노동자를 연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해 고려대에서는 ‘폐지 전쟁’ 사건이 발생했다. 고려대의 미화노동자들은 식대를 받지 못해 학교에서 나오는 폐지를 팔아 식대를 충당해왔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이를 금지해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3일 만에 만여명의 학생들이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위한 서명에 참가하는 등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나섰다. 이에 용역업체가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타협안을 제시해 사건은 일단락됐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의 이상선 조직팀장은 “학생들이 정치적 입장을 초월해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에 동참했다”며 “학내 노동자의 문제 또한 ‘우리’의 문제라는 학생들의 인식이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나아가 학생들은 일상에서 노동자와 함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미화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동자가 ‘사회의 유령’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고 주장하며 미화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사회에서도 노동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학생들은 단과대별로 △인사하기 캠페인 △이름표 달기 캠페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한글,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인하대에서도 이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화여대에서도 노동자 연대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인하대 학생회장 김기홍(인하대 경영학과·03)씨는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배려하는 태도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사회에서도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다양하다. 지난 5월 스누라이프에 ‘학생들이 쓰레기를 버려야 청소노동자가 살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노동자를 무의식적으로 하대하는 학생들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학내에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12월 사회대 도서관의 미화 노동자들이 잦은 초과근무에 시달리면서도 추가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의 불합리한 대우를 받자 사회대 학생회는 서명운동으로 진행해 연대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사회대 학생회장 지윤씨(인류학과·07)는 “학내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의 연대를 장기적으로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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