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과학기술 발전의 길잡이

지난 2일(금) 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최송화)는 「21세기, 인문학이 관건이다: 현장 속의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인문사회연구회는 지식기반국가 건설을 위해 1999년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다.‘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을 부제로 한 이번 포럼에서 인문사회연구회의 최송화 이사장은 “과학기술을 인문학과 관련해 생각함으로써 과학기술 분야에 윤리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인문학의 가치와 역할을 재고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포럼은 황우석 교수(수의학과)의 발제와 이에 대한 패널들의 토론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인간배아복제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는 과학기술 분야의 대표로서 참석해 “이 자리가 과학기술자들이 진정 ‘사람을 위한’ 생명과학 연구를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에서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이식용 장기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장기 제공자는 줄어들고 있다”며 “장기 질환자에게 장기를 이식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에 성공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 역시 척수 손상과 같은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치료를 목적으로 여성의 난자와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 위배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생명 윤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배아복제 기술개발로 ‘인간다운 삶’가능할 것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에서 “생명의 가치에는 등급을 매길 수 없는데, 동물의 생명을 이용해 인간을 살리는 것이 윤리적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한 이필렬 교수(한국방송통신대․교양과정부)의 의견에 대해 황 교수는 “돼지는 인권을 가지고 수명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라며 “돼지로부터 장기를 얻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또 안삼환 교수(독어독문학과)의 “어느 시점부터 생명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황 교수는 “난자든,  체세포를 복제해 만든 배아든, 만들 때의 의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남녀의 생식세포를 인위적으로 결합했을 때, 출산을 목적으로 착상시켰다면 이는 세포 상태일 때부터 생명이라고 보지만, 치료에 사용할 목적으로 시험관에 배양해 일부분만 떼어냈다면 그 때의 생식세포는 생명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만약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세포까지 모두 생명으로 본다면 생명공학의 연구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된다”며 연구자로서의 어려움을 표시했다.

 

 

과학기술자 역시 인문학적 소양 갖춰야


 

김환석 교수(국민대․사회학과)는 “생명체를 분자나 유전자 단위로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경우 생명체를 ‘분자 덩어리’나 ‘유전자 집합체’로만 보기도 한다”며 과학자 스스로가 생명 윤리에 대한 의식과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우석 교수는 “과학자들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시각이 상대적으로 협소하다”며 “이를 갖추기 위한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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