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베스트셀러’가 기준이 된 독서
지성의 몰개성화를 초래
‘자신만의 베스트셀러’를 찾아야

김도훈
기계공학과 석사과정
책을 읽는다. 한 달에 몇권, 일주일에 몇권, 또는 하루에 몇권, 몇줄이든 우리는 책을 읽는다. 여가활용을 위한 다양한 것들, 예를 들면 인터넷이나 영상 매체와 같은 것에 밀려 그 입지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책을 읽는다. 우리의 독서량은 예전보다 떨어졌다고들 하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주위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책의 양은 예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이렇게 넘쳐나는 책들 속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찾기란 돌무더기 광산에서 보석을 캐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보석을 조금 더 쉽게 캐내기 위해서 도구를 쓰는 것과 같이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도 쉬운 방법이 있는데 바로 ‘베스트셀러’를 고르는 것이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라는 도구가 광산 곳곳에 숨겨져 있지만 빛나는 보석을 찾게 해 줄 것이라는 것은 장담하기 힘들다. 책의 양이 불가승수(不可勝數)기 때문에 특정 기간에 많이 팔리는 책을 의미하는 베스트셀러를 선택하는 것이 보석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스트셀러 코너에 놓인 책은 대부분이 저명한 저자의 작품이거나 최근 이슈를 담은 책, 그리고 상업적으로 충분히 홍보된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스트셀러가 어디엔가 꽂혀 있을 주옥같은 책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많아진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은 잘 팔리는, 즉 이익이 되는 책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그러한 베스트셀러를 더욱 잘 보이게 진열한다. 깊숙한 곳 어딘가에 있을 베스트셀러가 아닌 좋은 책은 독자의 앞에 나타날 기회도 없이 파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좋은 책을 쓰고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신인 작가나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작가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인 가치가 있는 책들이 주류로 책의 언덕의 겉에 놓여 지면서 우리는 ‘베스트셀러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베스트셀러만 읽는 사람’들이 돼가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보고 있는 베스트셀러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고르는 기준이 진열대에서 가장 잘 보이는 것이라면,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베스트셀러만을 보는 것이라면, 그것은 마치 유행이라는 이름 아래 한결같은 스타일을 하면서 그것을 개성이라고 하는 상황과 하등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외향의 몰개성화’에 비해 ‘지성의 몰개성화’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만큼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고작 이 정도로’ 라고도 할 수 있고 ‘설마’ 라고 하면서 웃어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대는 이미 자본주의라는 ‘사상의 획일화’에 깊이 빠져있고, ‘문화의 획일화’에 빠질 위험이 있어 보이는 명확한 실제가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에 그 위험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베스트셀러만’ 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 베스트셀러조차 다 못 읽을 만큼 많은 책들이 있다. 하지만 가끔은 베스트셀러만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다른 신인 작가나 테마별로 책들을 소개하는 자리가 생겨 더 다양한 책을 접할 기회가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다. 그리고 가끔은 책을 읽는 나 자신도 ‘모두의 베스트셀러’가 아닌 ‘자신만의 베스트셀러’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다. 나나 그들이 더 이상 ‘베스트셀러만 읽는 사람’이 아니라 ‘베스트셀러를 읽는 사람’의 생각으로 베스트셀러를 본다면 이전과는 다른 차이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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