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유다예 기자 dada@snu.kr
가을 대동제가 시작된 학내를 걸어다니고 있는 진환경씨. 그는 자하연 앞을 지나가다가 친환경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몇몇 학생들을 발견했다. 그들의 활동이 독특해 보이긴 했지만 진환경씨는 이 활동이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여겨 쉽게 지나쳐 버리고 말았다.

친환경 캠퍼스 구축을 위해 극복해야 할 여러 제도적 문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 부족이다.

우선 학생들의 기본적인 실천의식 부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회대 청소반장 성남수씨는 “학생들이 분리수거를 잘 하지 않아 쓰레기 재분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 인문대 6동 관리실 수위는 “학생들이 형광등을 잘 끄고 다니지 않는다”며 “많은 학생이 에너지 절약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가 환경 보호를 위해 시행하는 여러 가지 친환경 정책이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은 그러한 정책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지원씨(국사학과·09)는 “많은 학생이 학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친환경 정책과 활동에 대해 들은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발전연구소) 학생위원장 금인호씨(경영학과·06)는 “‘SNU Green Campaign’과 같은 친환경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가 적다”며 “홍보가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활동을 알릴 수 있는 창구 자체가 없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뿐 아니라 직원 등 다른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부족하다. 시설과 측은 “대부분의 기관 구성원이 친환경에 대한 실천 의식이 부족하다”며 “분기마다 ‘Sustai- nable SNU’ 추진 성과보고서를 기관마다 제출하도록 하지만 제출 현황이 미흡하고 참여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에 구성원의 참여를 장려하고 에너지 절약 의식 촉구를 위한 새로운 제도 마련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먼저 대학이 교육기관인 만큼 구성원에게 친환경 캠퍼스에 대한 관심과 환경보호 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을 직접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난 2003년부터 ‘녹색캠퍼스’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국민대는 ‘북한산과 녹색캠퍼스’라는 교양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교양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담장녹화 사업과 교내 텃밭 가꾸기 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서울대도 환경부와 체결한 ‘그린 리더십 교과과정’ 운영을 위한 협약의 후속조치로 그린 리더십 교과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발전연구소 김찬국 연구원은 “이 교과과정은 환경에 대한 학문적인 이해뿐 아니라 캠퍼스 사회를 변화시키는 실천적 요소를 포함해 이를 통해 학생들이 친환경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현재 본부는 각 단과대와 기관에서 ‘Sustainable SNU’를 추진하는 녹색담당자를 대상으로 친환경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 친환경 정책에 대한 교직원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친환경 활동 참여 장려를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제도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된다. 상명대에는 지난해 녹색장학금 제도가 신설됐다. 상명대는 대학 내 에너지 절약으로 3~4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이를 이용해 약 1백여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학내에서 진행 중인 ‘Sustainable SNU’ 정책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발전연구소 정혜진 연구원은 “현재는 ‘SNU 그린리더’ 공모전을 통한 수상 이외에는 학생들에게 특별한 인센티브 제공이 없다”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학생들의 참여를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경 관련 수업을 진행할 때 활동비를 지급해 학내에서 친환경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부 역시 친환경을 잘 실천한 직원에게 ‘Sustainable SNU 상’을 수여하고 있다. 시설과 관계자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재 소규모로 운영되는 ‘Sustainable SNU 상’과 같은 포상 제도를 활성화하고 이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캠퍼스 구축을 위해서는 구성원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환경보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려대는 ‘Neo-Nature Campus’ 정책의 일환으로 차 없는 캠퍼스 조성을 위해 모든 주차장을 지하로 옮기고 그 곳에 녹지를 조성해 친환경 캠퍼스를 구현했다. 각 건물에 자전거 거치대를 마련해 구성원들의 자전거 이용 장려정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구성원들의 참여도 꾸준하다.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여러 환경 활동을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정착하는 것도 필요하다. 환경 관련 단체 대표 학생들은 이를 위해 새로운 활동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금인호 학생위원장은 “학생위원회의 활동이 일회성 활동에 그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활동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환경, 지속가능 개발은 단어가 어려울 뿐이지 쉽게 다가가면 즐길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앞으로 학생위원회는 학생들이 친환경, 지속가능 개발이라는 주제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정한 친환경 캠퍼스 구축을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들이 환경보호의 의지를 갖고 이를 생활 속의 실천으로 이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혜진 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과 진정한 친환경 캠퍼스를 위해 전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서 하는 작은 실천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대학원장 박종화 교수(환경조경학과)는 “환경보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의 일상 속 작은 실천”이라며 “친환경 캠퍼스 구축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생활에서의 실천을 일상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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