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주말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청소노동자 노래자랑: 장밋빛 인생’이 열렸다. 이 행사는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이들의 권리를 찾고자 출범한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이 주최했다.

노래자랑에서 청소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노동조합을 통해 장밋빛 인생을 살게 됐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당당한 노동자!”라고 외치면서 멋진 공연을 보여준 ‘당찬’ 청소노동자들의 모습은 이 말이 거짓이 아님을 보여줬다. 특히 일부 대학의 학생들은 공연에 같이 참여하면서 아름다운 노학연대를 이뤘고 이에 필자는 기쁘고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노래자랑에 오지 못한 서울대 시설노동자들과 어용 논란이 일었던 시설노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서울대 시설관리노동조합은 2000년도에 설립돼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조의 활동이 줄어들고 노조위원장이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조합원들을 부당하게 해고한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조순이 씨의 부당해고가 밝혀지면서 학내 자치단위들의 항의 자보가 곳곳에 붙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힘겹게 만든 노동조합이 오히려 노동자를 억압한다는 것은 동대학을 다니는 학생으로서, 그리고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로서 매우 안타깝고 화가 나는 일이다. 노조의 보호조차 받기 힘든 학내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시설노조에 대한 논란이 논란으로만 그친다면 필자가 ‘청소노동자 노래자랑’에서 목격했던 ‘당당한 노동자들의 장밋빛 인생’은 서울대 시설노동자들에게 요원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 문제가 학내에서 크게 공론화되면 현재의 시설노조, 그리고 시설노동자들을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았던 학교 측의 입장에도 분명 변화가 있을 것이다.

어용 논란에 휩싸였던 시설노조도 자기반성과 변화를 통해 진정한 민주노조로 거듭나야 한다. 지난 11일 열렸던 시설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현 위원장은 불과 34표의 차이로 재선됐다. 현 노조위원장이 권한 남용으로 노동자를 탄압한다는 의혹을 전부 불식시키지 못한 채 간발의 차이로 재선된 만큼 자신의 이익이 아닌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진정한 노조위원장으로 변화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주시 역시 필요하다. 앞으로 시설노조가 민주노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리하여 학내노동자와 학생들 간의 아름다운 연대가 형성되고 노동자들의 ‘장밋빛 인생’이 구현될 수 있도록, 많은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과 지지를 가져 주기를 부탁한다.

이하나
인문계열2·10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