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솔밭식당’ 나정애 할머니

관악캠퍼스의 세월을 지켜봐왔던 식당, ‘솔밭식당’의 나정애 할머니(80)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를 끝으로 정든 주방을 떠났다. 할머니로부터 운영권을 넘겨받은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는 몇 개월 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4년 3월부터 솔밭식당의 운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생협과의 계약 만료와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게 운영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나정애 할머니는 “아직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아쉽다”며 “가게는 생협이 계속 운영하기로 했으니 생협 측 영양사에게 비법을 전수해주고 나중에라도 부르면 나와서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 사진: 까나 기자 ganaa@snu.kr

교수회관 주차장 옆 소나무 숲에서 45년간 그 자리를 지켜온 솔밭식당은 그야말로 ‘서울대 역사의 산 증인’이다. 30평 남짓한 작은 건물이지만 관악 종합 캠퍼스가 완공되기 이전인 1968년부터 45년간 그 자리를 지켜왔다. 식당 주변에 소나무가 우거진 탓에 학생 운동이 한창이었던 80년대에는 학생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할머니는 “앉아서 밥 먹고 있으면 시위하는 학생인지 손님인지 구별할 도리가 없으니 학생들이 산 넘어 다니면서 많이 들렸다”며 기억을 곱씹었다.

솔밭식당의 메뉴는 소고기국밥, 선지국밥, 국수, 떡만두국, 접시만두 총 다섯 가지로 전 메뉴가 십여 년 째 3000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을 유지돼 왔다. 과연 이윤이 남을까 의문이 드는 가격이지만 이 와중에도 할머니는 몇 년 전까지 꾸준히 발전기금을 기부해 왔으며 이를 인정받아 총장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10년 넘게 기부를 해왔다”며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학생들이 잘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할머니의 바람이 전해진 것일까. 45년의 세월 동안 학생이었던 손님들이 교수가 돼 다시금 찾아오는 일도 자주 있었다. 나정애 할머니는 “수 년이 흘렀어도 다 기억한다”며 “그런 손님들을 보면 ‘내 집 밥 먹고 저렇게 잘 됐구나’라는 생각에 신난다, 신나”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특히 뿌듯했던 순간으로 학생이었던 손님들이 결혼 후 아이를 데리고 찾아올 때를 꼽았다. 그는 “보통 학생 때 같이 오던 짝궁들이 결혼을 하더라”며 “어떤 부부 손님은 아내가 임신하고서 할매가 해 준 맛이 그립다기에 남편이 직접 양념 간장을 얻으러 찾아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국밥을 먹을 수 있는 지난 12월 24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할머니와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아쉬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상혁 씨(교육학과‧석사과정)는 “솔밭식당의 김치, 만두, 양념은 모두 할머니께서 새벽부터 직접 만드신다고 들었다”며 “인공적으로는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솔밭식당만의 정취를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1978년부터 서울대에서 근무해 왔다는 이종만 공과대학 선임행정관은 “35년간 솔밭식당의 맛이나 분위기는 변함이 없었다”며 “옛것을 무시하고 새로운 것만 찾는 시대에 솔밭식당은 추억을 상기시키는 장소”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다 내 자식, 손주 같으니까 정성 들여 만드는 것이 당연하지”라는 나정애 할머니. 많이 먹으라며 내어주신 할머니의 마지막 국수는 45년의 내공과 애정이 담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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