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2015 청년 일자리를 말하다


청년실업이 정점을 찍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2%로 1999년 이후 사상 최고치다. 구직단념자까지 고려하면 체감실업률은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다 하더라도 ‘질 나쁜’ 일자리인 경우가 많다. 15~29세 청년 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노동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학신문』은 정당, 정부, 노동 분야 전문가들이 청년들과 직접 머리를 맞대고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1일(화) 아시아연구소(101동) 영원홀(210호)에서 좌담회 ‘2015 청년 일자리를 말하다: 청년의 목소리가 반영된 청년 일자리 대책을 위해’가 열렸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문유진 운영위원장, 정치발전소 조성주 공동대표,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김대일 교수(경제학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상동 부원장 등이 참석해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주고받았다.
 

1.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 실업의 원인?

청년들은 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구한다 하더라도 질 나쁜 일자리밖에 찾을 수 없을까? 청년들이 마주한 노동 현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양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규직 과보호론’이다. 정규직 과보호론이란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로 기업의 비용부담이 커져 기업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정책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과 고용여건의 격차를 벌어지게 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킨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정규직 과보호 조치의 예로 정년연장을 언급하며 “정년이 연장될수록 기업은 신규채용을 할 여력과 필요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 "중·하위 일자리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고용정책으로 나아가야"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상동 부원장

그러나 정규직 과보호론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상정 의원은 “물론 노동조합의 힘이 센 일부 대기업에서 고용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러한 경우가 언론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면서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규직 과보호를 줄인다 하더라도 실제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문유진 위원장은 “대기업 정규직 자리들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미만”이라며 “이를 유연화한다고 해서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기업에 하청을 주는 것이 비용 절감 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이상동 부원장은 “정규직 조건을 조금만 유연화하면 그 자리에 청년 일자리가 두 개 생긴다는 말이 있는데, 기업들이 과연 그렇게 할까”라며 “차라리 정규직 하나를 유지한 채 하나를 외부화시키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정규직을 유연화시키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이중구조도 청년실업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 중소기업이 많아 대기업의 고용과 임금부담이 하청 중소기업으로 전가되기 쉽다. 그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중구조가 굳어지고, 중소기업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이 없어져 청년들에게 고용기회를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 김대일 교수는 “청년층 숫자는 줄고 있는데 실업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이중구조에 따라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 유효한가?

이날 좌담회에선 정부가 시행 중인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일부 참석자는 실업 중심에서 고용 중심으로의 기조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들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해법들이 고용 현장에 있는 청년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 수요와 교육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노동시장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작년부터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했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신규직원 채용 후 현장실무와 이론 등 직무교육을 병행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육성하고 확보하는 제도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일·학습병행제가 우리나라의 높은 대학진학률과 산업 현장과 동떨어진 대학교육 현실에 대응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청년들의 정규직화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09년 도입됐다. 이는 청년들에게 인턴 기간을 제공하고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인건비의 절반을 보조하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 지원 기간이 최대 1년으로 한정돼 기업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청년 인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에 청년들의 정규직화를 목표했던 중소기업 청년인턴제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심상정 의원은 “중소기업 청년인턴제가 정규직으로 잘 연결이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기업은 사회적 책임 이행하고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 정의당 심상정 의원

또 정부는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해외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해외 취업 또는 창업을 지원하는 K-Move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브라질에 K-Move 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해외의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 위주여서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는 데는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심상정 의원은 “고용정책에 경제 전략이나 기업의 구조개선, 노동시장의 혁신이 총체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선 단기적이고 질이 낮은 일자리만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고용정책 기조가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고용정책 기조의 핵심은 ‘유연성 증대’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임금, 근로시간, 근로계약 등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이상동 부원장은 고용시장 유연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노조의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시장 유연화 조치가 정규직의 실질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노조 조직률이 저조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상동 부원장은 “노조 조직률이 낮아 스스로가 불안한 상태에서 이러한 방안은 타협을 어렵게 만든다”고 우려하며 “(정부가) 노동조합한테는 힘을 주면서 정규직 일자리 나누기와 노동시간 줄이기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류의 큰 구조 개혁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좌담회에선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의료서비스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학교 근처의 관광호텔 설립으로 인해 역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의 규제 개혁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이 통과될 경우) 다수의 고용창출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공공성 훼손으로 국민들에게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고 밝혔다.

 

3. 청년 일자리 문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 "정부는 중소기업을 키워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해야" - 김대일 교수(경제학부)


이날 좌담회에서는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우선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정부가 불공정한 하급 관행을 규제하거나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노동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대일 교수는 중소기업이 클 수 없고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부가 정책의 잘못된 점을 살펴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이상동 부원장은 “고용정책은 하위 일자리를 전반적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 "직업훈련 측면에서 교육과정 개편 추진해 노동시장 미스매치 해결해야" -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

청년 일자리 문제가 교육제도와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인 만큼 교육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노동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 선진국의 직업훈련 정책을 참고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문유진 위원장은 직업훈련이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복지국가들이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훈련제도와 같이 기업과의 연계를 도모하는 것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생산 현장의 연계를 강화하는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용남 의원은 “(교육 현실로 인한) 미스매치가 한국만의 독특한 청년실업의 문제”라며 “직업훈련이라는 측면에서 교육과정 개편이 어느 나라보다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청년들을 창업의 위험에서 보호할 사회안전망 마련해야" -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문유진 운영위원장

기업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IMF 이후 노동소득분배율은 급격히 악화돼왔다. 성장의 결과물이 기업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2012년까지 20여년 동안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29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0에 가까웠고 임시직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심상정 의원은 “우리나라는 노동 관련, 복지 관련 지표가 OECD 최저 수준으로 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다”며 “이중시장 극복 문제라든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제조건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의 채용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성주 공동대표는 기업들이 “외주, 사내 하청, 계약직으로 1~2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며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채용 관행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참석자들은 청년들을 창업의 위험과 실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사회정책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유진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해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좋은 정책이 나와도 효과적 운용이 어렵다”고 짚었다. 이상동 부원장도 정부가 청년들이 실업 기간에도 지식노동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생활비나 학업비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노동계 내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위해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재 노사정위원회나 기업 내 노동조합들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위주로 구성돼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문유진 위원장은 “대기업 노조가 비정규직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아내기 위해서는 노동계 자체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심상정 의원은 “(정부가) 정규직이나 하청노동자들이 하나의 교섭 테이블을 짤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짚었다.

▲ "전체적인 사회의 방향성 고민하는 고용정책 추진해야" - 정치발전소 조성주 공동대표

이날 좌담회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면서 마무리됐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청년이라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로 접근하거나 세대갈등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지적됐다. 조성주 공동대표는 “청년 고용 문제가 단순히 청년 실업이라는 하나의 이슈로 해결할 수 있는 관점이 아니”라며 “실업률에 일희일비하는 정책이 아닌 전체적인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고용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특성에 맞는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유진 위원장은 “청년 내부에서도 고졸자, 취업준비생, 대학생, 대학원생 등의 고민이 다르다”며 “각각의 요구에 부합하는 세부적인 정책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좌담 전문은 『인터넷 대학신문』(www.snunews.com)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신윤승 기자
ysshin33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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