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퍼스 논란의 중심, 배곧에 가다
시흥캠퍼스 논란의 중심, 배곧에 가다
  • 강승우 기자
  • 승인 2017.03.0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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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와 경기도 시흥시 및 배곧SPC* 간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실시협약)이 체결된 지 약 6개월이 흘렀다. 지난 6개월 간 학생 사회는 실시협약 체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기자회견, 학사위원회 항의방문, 전체학생총회 및 행정관(60동) 점거 등을 통해 학생들은 실시협약이 ‘밀실추진’ ‘기습체결’ 됐다고 지적하며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했다.

그러나 학생 사회의 강경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시흥캠퍼스 사안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행정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고 있지만, 본부는 실시협약 철회는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고수하며 대립 중이다. 이로 인해 2016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8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완공하기로 돼 있던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은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학신문』은 시흥캠퍼스가 들어서기로 돼 있는 시흥시 배곧신도시(배곧)를 방문해 배곧의 분위기를 살피고 시흥캠퍼스 공사 진행 상황을 둘러봤다.

서울대 프리미엄을 누려라

◇배곧은 ‘교육’ 신도시=현재 시흥캠퍼스 부지가 위치한 곳은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이다. ‘배곧’이라는 명칭의 시작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흥시는 과거 군자지구로 불리던 지역을 신도시로 조성하고 홍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배곧’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시흥시는 “배곧은 ‘배움곧’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라며 “서울대 시흥국제캠퍼스와 교육·의료 클러스터를 부각시키는 도시 이름”이라고 배곧의 뜻을 설명했다. 다르게 말하면 ‘배곧’은 서울대가 지니는 브랜드 가치를 염두에 두고 군자지구에 교육도시라는 의미를 담고자 지은 이름인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맞춰 지난 몇 년간 시흥시는 서울대와 함께 각종 프로그램을 추진·운영했다.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을 비롯해 △서울대 사범대 교육협력센터 △서울대 사범대 부설 시흥영재교육원 △서울대 사범대 창의인재육성 멘토링 등이 모두 배곧을 교육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들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 시흥영재교육원’(영재교육원)은 2014년 9월 경기도 교육청의 인가를 받아 2015년 개교했다. 교육 대상은 시흥시 권역 내 중학교 2,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이다. 현재 시흥캠퍼스 부지 내 임시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균형발전사업단에 따르면 영재교육원은 3월 중 배곧중학교로 이전할 계획이다.

특히 사범대 교육협력센터는 배곧을 교육도시로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서울대 사범대의 연구를 바탕으로 사범대와 시흥시는 2015년 2월 ‘배곧신도시 교육도시 청사진 마련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지난해 1월 ‘교육협력센터 건립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교육협력센터 설립의 목적과 향후 운영 방안이 구체화 됐으며 시흥시는 교육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시흥시 균형발전사업단* 권봉재 배곧계획팀장은 “시흥시가 서울대에 부지와 자금 지원이라는 혜택을 줬기 때문에 교육협력센터를 지어서 교육에 대한 봉사도 같이하겠다고 서울대가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흥캠퍼스 조성과 교육협력센터 설립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사업인 셈이다.

‘교육신도시’라는 배곧의 정체성은 입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배곧 입주민으로 구성된 ‘배곧신도시 총연합회’(총연합회) 류호경 회장은 “시흥시가 교육도시라고 광고를 했다”며 “2세들의 균형 교육을 위해서 배곧신도시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업계는 거들뿐=시흥시가 적극적으로 교육도시를 조성하려는 상황에서 배곧에 있는 여러 상업시설은 시흥캠퍼스를 반기는 분위기다. 실시협약 체결 전부터 다수의 분양홍보관과 부동산 등에서는 서울대를 이용해 주거시설 등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대학교’나 ‘캠퍼스’처럼 시흥캠퍼스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를 홍보에 사용했다. 지난해 실시협약 체결 이후 시흥캠퍼스 부지 주변에는 실시협약 체결을 축하하는 여러 건설사, 분양홍보관들의 현수막이 붙었다.

실시협약 체결 이후 배곧에는 축하 현수막이 붙었고 부동산 업계들은 서울대를 이용한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시흥캠퍼스 사업을 반대하는 학생들과 단체들은 이러한 배곧의 모습을 비판한다. 시흥캠퍼스는 서울대의 이름을 팔아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그 차익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사업이라는 것이 현재 시흥캠퍼스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된 근거다. 지난달 8일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징계 중단을 촉구하는 사람들’ “시흥캠퍼스 추진의 배경에는 부동산 투기를 통해 돈벌이를 하겠다는 탐욕의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다”며 “학벌주의에 기대어 캠퍼스 확장을 도모하는 것이 시흥캠퍼스 사업의 본질”이라는 내용의 연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배곧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러한 비판이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배곧에 위치한 R 분양사 관계자 김 모 씨는 “추측을 해서 광고를 한 것도 아니고 시흥시에서 협약을 맺었다고 공지한 것을 알린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난항 겪는 시흥캠퍼스 사업, 난처한 배곧

◇착공은 했지만 구체적인 공사 계획은 없어=지난해 11월 김윤식 시흥시장은 시흥시의회 제240회 제2차 정례회에서 “서울대학교 시험수조연구센터의 건축 허가를 승인했으며 캠퍼스 부지 내 토사 반입을 승인했다”고 설명하며 시흥캠퍼스가 실질적으로 착공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신문』이 지난 1월 방문한 시흥캠퍼스 부지에는 토사를 실은 트럭들이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었고 공사 인부들도 눈에 띄었다. 시흥시 관계자는 이 공사가 건축물 건설에 앞서 땅을 다지는 기반 공사라고 설명했다.

『대학신문』은 지난 1월 18일(수) 시흥캠퍼스 부지 내에 공사 차량이 드나드는 것을 목격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이를 기반 다지기 공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흥캠퍼스가 착공을 한 지 약 4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기반 공사 이후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주된 이유는 서울대 구성원들의 반대다. 학생들이 실시협약 철회를 외치며 행정관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균형발전사업단 권봉재 팀장은 “기반 다지기 공사 이후 통상적인 절차는 기반 시설 공사와 건축 설계를 하는 것”이지만 “학생들이 반대를 하니까 설계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곧SPC 박해찬 차장도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계획 단계에서 학내 문제들 때문에 지연이 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시협약 체결 직후인 지난해 8월 24일(왼쪽)과 지난 주 수요일(1일) 시흥캠퍼스 부지의 모습(오른쪽). 지난해 8월과 비교해볼 때 공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시흥캠퍼스 착공이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J 분양사 관계자 이 모 씨는 “정해진 게 없는데 땅 고르기만 하면 뭐하냐”며 “시흥시가 취하는 일종의 액션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땅만 골라놓고 공사는 몇 년 동안 안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며 우려를 표했다.

◇배곧의 반응은=서울대 학생들의 반대로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이 미뤄지는 것에 대해 시흥시와 부동산 관계자들, 주민들은 난처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시흥캠퍼스 사업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난처함’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시흥시는 시흥캠퍼스 사업이 연기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문제를 언급하며 갈등 해결을 촉구했다. 균형발전사업단 권봉재 팀장은 시흥캠퍼스로 인한 학교와 학생 사이 갈등이 “학내 문제이기 때문에 시에서 깊숙히 관여할 수 없다”며 “시흥캠퍼스 자본이 은행에 보관돼 있는데 사업이 미뤄지면 세금 부과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지금 1, 2학년 학생들이 시흥시와 함께 시흥캠퍼스를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는 시흥캠퍼스 사업을 분양 홍보에 이용해온 만큼 사업 진행 상황에 큰 관심을 보였다. N 분양사 관계자 정 모 씨는 “실제로 서울대가 배곧에 들어온다고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부터 분양이 늘었다”며 “시흥캠퍼스가 시흥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서울대가 들어온다고 홍보를 해서 분양받은 사람이 전체의 60~70% 정도”라며 “시흥캠퍼스 사업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 부동산 업계에서 굉장히 불쾌해한다”고 주장했다.

배곧 주민들은 시흥캠퍼스 조성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난처함을 표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총연합회 류호경 회장은 “서울대 조성 사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서 주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한다”며 “서울대는 무조건 들어와야 된다고 생각하고, 사업 진행이 계속 지지부진하면 법적 소송을 걸거나 집회를 열 것”이라고 총연합회 측 입장을 전했다.

*배곧SPC: 시흥캠퍼스 조성에 참여할 민간기업들로 구성된 특수법인

*균형발전사업단: 배곧신도시 개발사업과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 등을 담당하는 시흥시 산하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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