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놓칠 수 없는 지난 5년 동안의 기사

『대학신문』은 잠들지 않는 시대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기사를 써 왔을까. 『대학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최근 5년간 발행된 기사들 중 학내 사안을 전달하기 위한 취재가 돋보이는 기사와, 사회에 대학생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노력이 빛난 몇 편의 기사를 선정했다. 당시 기자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사를 썼는지 기자의 회고를 듣고, 현 신문사 구성원과 독자의 평을 실었다.

 

시흥캠퍼스 논란의 중심, 배곧에 가다 (『대학신문』 2017년 3월 6일 자)

강승우 제62대 부편집장: 2016학년도 2학기부터 시작된 시흥캠 조성을 둘러싼 갈등은 『대학신문』이 집중적으로 취재하던 소재였다. 이에 시흥캠이 세워지는 배곧신도시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독자에게 전달하자는 취지로 당해 겨울에 소재를 발제했다.

당시에는 부동산 업계에서 ‘서울대 국제캠퍼스 뛰면 10초!’와 같은 홍보 문구를 내세워 분양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어떤 부동산 관계자는 직접 차를 태워 어디에 어떤 건물이 들어오는지 일일이 설명해 주기도 했다. 본부 점거 등 학생들의 반발로 시흥캠 건설이 지연되던 상황이었는데, 그분들은 공사가 미뤄지는 것을 답답해하며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다.

사진 기자가 긴 글을 쓸 일이 흔치 않다 보니 이 기사는 내게 의미 있는 기사로 남았다. 기사가 발행된 주에 △대통령 탄핵 △본부 점거 해제 △『대학신문』 백지 발행 등 굵직한 일들이 많아 당시에는 큰 이목을 끌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취재부에서 반응이 꽤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박건우 편집장 평: ‘교육 프리미엄’이 인근 부동산 붐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기사다. 마치 현장에서 이를 목도한 것 같은 생생한 문체가 기자는 현장에 있어야 빛난다는 걸 보여준다.

 

청소노동자들이 만드는 오늘의 캠퍼스, 그 하루를 따라가다 (『대학신문』 2017년 12월 4일 자)

임진희 제63대 취재부장: 사진부에서 학내 노동자 관련된 주제로 사진 기획을 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잘 안 풀렸다. 이후 취재부에서 이 소재를 가져와 청소노동자로 주제를 좁히고, 아예 르포 형식으로 담아 보자고 이야기했다.

학교 내 비정규직 노조 측에 연락을 드려서 청소노동자 한 분을 소개받았다. 그때 아침 일찍 신문사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정말 아침에 일하러 가는 노동자들만 딱 버스에 타고 있었다. 도착해서 함께 쓰레기를 나르며 쓰레기 냄새나 화장실 냄새 등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했던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기사를 통해 너무 쉽게 사람을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가 『대학신문』에 있을 당시 총장 선거가 있었는데, 교육 이슈에 비해 노동자 이슈는 늘 후순위로 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울대는 누군가에게는 직장이지 않나. 다 같은 공동체고. 또한 늘 필요한 청소 노동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형태로 뽑는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도구처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건물주나 사업주가 아닌 이상 모두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될 텐데 나의 일이라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재현(서양사학과·18) 독자 평: 현장에서 길어 내서 더 소중한, 5년이 지난 지금도 유의미한 이야기.

 

기관 직원, 정규직 전환 잘 되고 있나요? (『대학신문』 2018년 11월 26일 자)

김용길 제66대 부편집장: 신문사에 들어가자마자 배정받은 출입처가 노조였다. 그것이 노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2017년에 정부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했고, 2018년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질의가 많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학내 기간제 근로자들은 얼마나 정규직으로 전환됐는지 궁금해 기사를 준비하게 됐다.

기간제 직원들은 노조에 소속된 경우가 별로 없어 연락처를 구하기 힘들었다. 정부 방침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을 찾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기사에 적합한 취재원과 연락이 닿았을 때 참 기뻤던 기억이 있다.

준비 과정에서 학내 비정규직 근로자가 모두 정규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조로 기사가 읽힐 수 있어 우려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아울러 취재원들이 공통적으로 본부가 기간제 근로자 관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하부조직의 자율적 관리 방식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방식이 기간제 직원의 지위와 관련 문제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이 부분을 강조했다.

김민선 취재부장 평: 본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려 한 점이 돋보인다. 자율성을 앞세운 노무관리의 양면성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시각을 살펴볼 수 있다.

 

젊은 서울대생의 우울 (『대학신문』 2019년 12월 2일 자)

이현지 제67대 부편집장: 이 기사는 당초에 반박성 성격의 기사였다. 2018년에 한 언론사에서 서울대생의 절반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를 낸 것을 보고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초반에는 설문조사라는 양적인 접근을 취하려 했으나 설문 자체가 정확성이 떨어지고 표본 설정의 문제도 있어서 교내 상담센터의 상담사를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취재 방향을 바꿨다. 교내 정신건강센터와 연건캠퍼스 상담센터를 비롯해 총 10곳의 상담소를 찾았다.

이 기사가 우울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만큼,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취재 요청 메일을 보낼 때도 우울을 서울대생의 문제로 지적하는 자극적인 기사가 아니라는 점과 함께 기획 의도를 정확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기사가 발행된 후 이 기사를 읽은 친구들이 많이 공감해 줬는데, 그 점에서 기사가 독자를 정말 잘 찾아갔다고 생각했다. 이 기사는 내가 썼던 모든 기사 중에 가장 애정을 갖는 기사다.

구효주 사회문화부장 평: 늘 ‘더 잘해야 한다’라는 완벽주의와 번아웃에 시달리는 모든 서울대생을 위한 기사다. 팬데믹 이전에 쓰였지만, 코로나19 이후 신문사 내에서 ‘코로나 블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기사였을 만큼, 서울대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깊게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지금도 의미가 있다.

 

세계의 청년, 코로나19 속 대학을 묻다 (『대학신문』 2020년 9월 28일 자)

김규희 제68대 뉴미디어부장: 당시 보낸 메일만 만 통이 넘는다. 서울대와 교환 협정을 맺은 해외 대학의 학생회와 학보사에 전부 연락했고, 그중 25~30통 정도의 답장을 받았다. 섭외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영문으로 보냈는데 불어로 답장을 받아 불어불문학과 학생을 찾고, 공문을 요구하는 대학을 위해 인생 첫 공문서를 발행받았다. 건실한 행사임을 증명하고자 소개 영상을 찍고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인 만큼 시차와 번역 문제도 있었다. 연사를 맡은 독일 뮌헨 공대 학생 대표가 시차를 착각한 듯했는데, 메일부터 메신저까지 대답이 없어 뮌헨 대학에 국제전화를 걸면서 겨우 정확한 시간을 공지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까지 사전에 제공한 리투아니아 대학도 시차 계산의 오류로 아쉽게 참석하지 못했다. 컨퍼런스 이후에는 영어로 논의된 사안을 번역한다고 몇 달간 똑같은 카페 자리에서 녹화본을 들으며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대학신문』이  ̒「시사IN」 대학기자상’을 받았고 다른 학보사 기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점에서 애증의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무모한 도전의 가치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임동균 부주간(사회학과) 평: 코로나19는 세계를 강타한 전대미문의 팬데믹이므로 상황과 대처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가 절실했다. 본 기획은 벨기에, 필리핀, 파키스탄 대학 등 언론에서 다루지 못한 국가들의 입장까지 현지 학생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 봤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런 컨퍼런스가 세계 여러 학보사 간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지속적인 행사로 확장돼 실질적인 국제 교류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 

 

미얀마의 아침을 기다리며 (『대학신문』 2021년 3월 29일 자)

김규희 제68대 뉴미디어부장: 미얀마 쿠데타는 당시 회의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소재가 아니었다. 섭외가 불가하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이후에 미얀마 학생 단체의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 어렵게 텔레그램으로 단체와 취재 일정을 잡고 나서야 데스크에 상황을 전달하고 기획을 준비했다.

급히 추진한 기획이었고, 현지 상황도 급격하게 악화되던 시기였다. ZOOM 인터뷰를 예정한 전날 군부가 미얀마 네트워크를 끊었다. 겨우 국내 미얀마 유학생을 통해 국제전화로 전국미얀마총학생연맹(ABFSU)과 연락했다. 긴 영상의 미얀마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번역 전문가를 찾기까지 많은 고배를 마셨다. ‘미얀마의 아침을 기다리며’라는 작은 표제를 두고도 몇 시간씩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 보면 모든 취재를 통틀어 취재원에게 가장 많은 감사 인사를 들은 보람찬 기사다.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고 “함께 연대해 줘서 고맙다”라고 말씀해 주신 모든 미얀마 취재원들께 감사드린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미얀마 쿠데타가 미완의 문제로 남아 있어 마음이 무겁다. 감사한 분들과 웃는 얼굴로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조속히 찾아오기를 바란다.

이준태(서어서문학과·21) 독자 평: 미얀마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현지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겼다는 점을 높이 평한다. 혼돈의 국제 정세 속에서 본 기획은 미얀마라는 선례를 들어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독자로서 기획을 분석과 운동가들의 목소리로 나눠 밀도 있게 다뤘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기성 언론도 담아내지 못했던 현장감을 영상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참신한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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