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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들이 만드는 오늘의 캠퍼스, 그 하루를 따라가다취재 | 기자가 체험한 청소노동자의 5시간

겨울 추위가 시작된 월요일 새벽, 학교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새벽에도 북적이는 5513번 버스에는 학생들이 아닌 오늘의 일터로 가는 노동자들이 타고 있었다. 청소노동자의 하루를 체험하기로 한 기자도 이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현재 450명 정도로 추산되는 학내 청소·경비노동자는 대부분이 간접 고용직이다. 지난 7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학내에서도 청소노동자의 직접 고용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학내 청소노동자가 바라는 노동 환경은 무엇일까. 지난달 27일(월) 오전 6시 30분부터 5시간 동안 기자가 학내 청소노동자의 하루를 직접 체험하고 이를 기사로 담았다.

낭만의 캠퍼스, 누군가에겐 매일의 노동

“허리야 아프지. 왜 안 힘들겠어.
그래도 빗자루 쓸 때보단 나아.”

오전 6시 30분. 영하 4도의 추위를 뚫고 한 단과대 건물에 도착했다. 이곳 지하와 옆 동 건물의 2개 층, 총 3개 층을 청소하는 청소노동자 A씨는 6시부터 도착해 청소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미처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 A씨는 약 12kg의 엔진 송풍기를 들고 낙엽을 청소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휘발유로 엔진을 돌리는 송풍기는 작동할 때마다 굉음을 냈지만 A씨는 모자나 귀마개도 없이 단과대 건물 주변의 낙엽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다른 건물의 청소노동자들도 송풍기를 들고 나와 한창 낙엽을 청소하고 있었다.

한 건물에 송풍기가 한 대밖에 없던 탓에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A씨는 송풍기를 내려놓으며 허리를 두드렸다. 어느덧 12년째 학내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그의 허리는 앞으로 굽어있었다. 하루가 멀다고 떨어지는 낙엽 탓에 매일 낙엽을 치워야 하는 A씨는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과 눈이 내리는 겨울은 특히 힘든 계절”이라고 말했다. 첫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초겨울엔 낙엽과 눈을 동시에 치워야 하기 때문에 노동 강도도 높아진다.

낙엽 청소가 얼추 끝나고 A씨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청소를 시작했다. 남녀 화장실 두 곳과 강의실, 과방, 복도를 청소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면 오전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그는 “월요일엔 주말 동안 쌓인 쓰레기를 치워야 하기 때문에 손이 더 많이 간다”고 전했다.

기자도 A씨와 함께 쓰레기통을 비웠다. 일반쓰레기를 버리고 재활용품 분리수거까지 하다보면 제대로 허리를 펼 새가 없다. 이날 하루에만 나온 쓰레기의 양은 300L에 달했다.

A씨가 건물 내부를 청소하기 시작할 때부터는 기자도 이동식 대차를 끌고 A씨와 함께 지하1층과 1, 2층 복도와 화장실을 돌며 쓰레기를 치웠다. 커다란 쓰레기통을 비우고 분리수거를 하는 동안 제대로 허리를 펼 새가 없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1층 화장실과 복도 쓰레기통에서는 악취가 나기도 했다. 이날 3개의 층에서 나온 쓰레기의 양은 100L짜리 봉투 3장을 꽉 채울 정도. A씨는 “이 정도면 많은 것도 아니다”라며 “청소하는 건물에 연구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방학 중에도 쓰레기가 매일 이 정도는 나온다”고 말했다.

여전히 열악한 환경, 청소노동자에게 캠퍼스는 더 춥다

“건물이 낡아서 찬물밖에 안 나와.
고무장갑 안에 목장갑을 껴도 손이 시려.”

오전 11시. A씨의 오전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다. 정해진 출근 시간보다 일찍 출근한 청소노동자들은 점심시간 전후로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다. 그렇지만 정규직 노동자들과는 다르게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나 본부로부터 따로 식사비를 지원받지 못 하고 있다. “평소 점심은 식당에서 사서 먹거나 휴게실에서 간단하게 먹는다”는 A씨는 이날도 휴게실로 향했다.

A씨의 휴게실 모습. 따로 난방 시설이 없는 이곳에서 그는 점심을 먹었다. A씨는 전기 주전자로 물을 끓여 기자에게 커피 한잔을 건넸다.

A씨를 따라 찾아간 휴게실은 그가 청소하는 건물 지하 1층 한구석에 있었다. 검은색 철문을 열고 각종 청소도구가 겹겹이 쌓여 있는 통로를 지나가면 노란 장판을 깔아 놓은 휴게실이 나왔다. 작은 선풍기 외에는 변변한 냉난방 시설도 없는, 쪽방 규모의 휴게실엔 다소 찬 기운이 돌았다. 두 명이 간신히 앉을 수 있는 휴게실에서 A씨는 매일 점심 끼니를 해결하고 오후 근무 전까지 잠시 숨을 고른다. 씻을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없기 때문에 휴식시간 동안 오전에 쌓인 쓰레기 냄새를 다 털어내지는 못했다.

이날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눈이 올 것을 대비해 염화칼슘을 옮겨와야 했다. 한 포대에 25kg이나 되는 염화칼슘 열두 포대를 건물 안으로 옮기면서 A씨의 일도 다시 시작됐다.

A씨가 염화칼슘을 옮기고 있다. A씨가 옮긴 염화칼슘은 한 포대 당 약 25kg에 달한다.

오후에는 다시 건물 내부를 한 바퀴 돌았다. A씨와 함께 그새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기름 마대 걸레로 복도를 훑었다. 복도 청소를 끝내고 A씨는 다시 화장실로 직행했다. 변기에 세정제를 뿌리고 솔로 닦은 뒤 바가지에 물을 담아 변기를 헹궜다. 그리곤 각 칸마다 휴지를 채워 넣고 물걸레를 빨아 바닥을 걸레질했다.

A씨가 청소하는 건물 1, 2층 화장실에는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겨울에도 찬물에 손걸레를 빨아 세면대와 거울, 화장실 문을 닦아야한다. 목장갑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를 하지만 2개 층의 남녀 화장실을 거치고 나면 A씨의 손은 빨갛게 트고 만다.

쓰레기를 봉투에 가득 채운 뒤 분리수거장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가자, 같은 건물의 경비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B씨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분리수거장 근처에 있는 경비실에서 근무 중인 B씨는 “분리수거장 문이 잘 안 닫히다 보니 쓰레기 냄새가 그대로 들어온다”며 “쓰레기 수거 업체가 제때 쓰레기를 안 치워 여름엔 모기가 들끓는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분리수거장에 직접 쓰레기를 버리러 가야하는 A씨도 여름마다 악취와 해충으로 고통받고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장 옆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B씨가 매번 업체에 항의하고 있지만 제대로 바뀌지 않고 있다. B씨는 “다 힘이 없는 탓 아니겠냐”며 “만약 교수들이 항의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당신도 ‘사용자’인가요

“내가 휴가를 가면 내 ‘짝꿍’이 내 구역까지 청소해야 해.
그러니 (휴가를) 함부로 못 쓰지”

지난 12년 동안 A씨는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생겼을 때만 휴가를 사용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A씨는 최대 15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A씨가 휴가를 가면 같은 건물 3, 4층을 청소하는 동료가 A씨의 구역까지 모두 청소해야 한다. 동료가 휴가를 갈 때도 A씨가 동료의 구역을 맡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부담을 줄까 봐 휴가를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휴가도 반납하고 일하는 대가로 A씨가 받는 시급은 6,940원. 2017년 기준 최저임금보다 410원 많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임금 상승에 관해 묻자 “월급이 늘어나면 일이 더 힘들어지지 않겠냐”며 손사래를 쳤다. 인건비 부담이 커져 본부가 기존 청소노동자의 수를 줄이기로 한다면 이들이 하루에 청소해야 하는 구역도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보다 힘들어질 바에는 임금이 오르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한편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이들을 고용하는 사용자(employer)뿐만이 아니다. 다른 학내 구성원들이 캠퍼스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이들이 해야 하는 일의 양도 바뀌기 때문이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어보자 잠시 망설이던 A씨는 “그저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밖에 덜 버렸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그가 청소하는 화장실에는 누군가 ‘화장지 테러’를 벌이고 떠났다. 두루마리 화장지 한 뭉텅이를 바닥에 풀어놓고 도망간 것이다. 이름 모를 캠퍼스의 ‘사용자’(user)때문에 이날 청소노동자들은 한 번 더 허리를 굽혀야 했다.

3, 4층 여자 화장실 대변기가 화장지로 아수라장이 된 모습. 이로 인해 A씨는 한동안 쭈그려 않아 화장지를 치워야했다.

사진: 김나경 기자 knkgrace@snu.kr 삽화: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임진희 기자  ivj754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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