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사회대 학생회 「Homie」 대선 후보 토크콘서트

지난 19일(금) 사회대(16동)에서 사회대 학생회 「Homie」가 주최한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의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토크콘서트는 서울대 학생 패널과 심상정 후보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토크콘서트의 키워드는 ‘전환’이었다. 심 후보는 질의에 앞서 “옛것은 갔는데 새것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위기라고 한다”라며 이번 대선이 새로운 전환의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학생들은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에 부응했다.

 

외교: “주도적인 외교 전략으로의 전환이 필요해” 

Q. 남북 관계의 장기적 비전과 그 비전을 이행할 구체적인 방안이 궁금하다.
A. 남북 관계의 목표와 방향은 기본적으로 평화와 공존, 더 나아가 상생과 번영이다. 현 대북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의 역할을 북미 간의 소극적인 중재자로 한정한 것이다. 더욱더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북한의 체제 위협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두 번째로는 북한이 먹고 살 수 있게 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고려해 체제 보장 및 국제 분업 질서에 북한을 편입하는 방식으로 바이든 정부와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한 축으로는 미국, 다른 축으로는 동아시아, 또 다른 축으로는 유럽과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한반도 평화 공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환경: “기후 위기의 퇴로는 없어”

Q. 제19대 대선부터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탈원전 방침을 유지해왔다.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A. 최근 탈원전이 기후 위기 극복 및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쟁점이 되고 있다. 화석 연료 체제를 끝내고 미래로 가는 길은 핵에너지가 아닌 재생에너지가 열어야 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융합돼야 한다는 말은 실효성 없는 이야기다. 원전을 새로 지으려면 10년이나 걸리고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전)도 아직 실용화 단계가 아니다. 그러나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다면, 2030년까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정의당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0%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50%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당위가 맞다. 기후 위기는 퇴로가 없는 생존의 문제다. 지금 당장 탈원전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2050년까지 노후화된 원전은 없애고,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기존 원전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유지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동시에 재생 에너지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고, 동아시아 슈퍼 그리드*를 구축해 평화와 에너지의 두 축으로 ‘동아시아 그린 얼라이언스(East Asia Green Alliance)’를 만들 필요가 있다.

 

청년: “청년은 변화를 요구하는 주체, 정의당은 시대정신을 제시”

Q. 청년 세대 내의 젠더 갈등과 혐오의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
A. 2030 세대의 좌절과 고통을 젠더 갈등으로 치부하고 갈라치기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우리 사회에 성폭력, 성차별, 성 혐오가 만연해왔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반독재, 제도적 민주화와 같은 거대 담론에 집중하다 보니 이런 문제를 놓쳤다.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반페미니즘 논의는 젠더 갈등을 해결할 정책적 노력을 회피할 방도로 들고나온 것이다. 정의당은 명백한 페미니즘 정당이며, 이는 성차별을 의미하는 것도, 갈라치기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젠더 갈등으로 포장돼있는 청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다.

Q. 양당 구조에서 다당제로의 전환을 말씀하셨다. 이를 향한 청년들의 의견을 어떻게 결집시킬 수 있을까.
A. 시대정신과 그 주체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이지만, 국민의 삶도 선진국에 걸맞은가. 선진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여러분의 미래가 기성세대보다 더 밝은가. 이번 대선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뤄져야 한다. 오늘날의 위기는 양당 체제가 만들어낸 정치의 귀결이다. 이제는 미래를 전망해 시대정신을 확고히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 준비를 해온 세력과 변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주체가 만날 때 ‘전환’이 이뤄진다. 정의당은 당세는 약하지만 20년 동안 시대정신을 앞장서 제기했고, 그에 따른 정책도 준비돼있다. 변화를 열망하는 주체와 우리가 만나 정치 체제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절호의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전환: “정의당에 의한 변화와 정의당의 변화를 향해”

Q. 기존의 양당과 구별되는 정의당만의 가치나 정체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거대 양당은 도덕적으로 파탄 났다. 양당정치의 가장 큰 폐해는 상대 정당보다 못하지만 않으면 또 정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인데, 정의당은 그 사이에서 시대변화의 눈치를 볼 수 있게 해준 알람의 역할을 해줬다. 노동의 가치와 복지의 중요성을 일깨운 것도, 국군 장병들의 월급 인상을 끌어낸 것도, 특수활동비 제도의 변화를 만들어낸 것도 정의당이 한 일이다. 비록 소수정당으로 20여 년 동안 버텨오는 것은 힘들었지만, 우리 사회를 더 좋은 미래로 가도록 예인선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정의당의 가치는 거대 양당이라는 기득권 중심의 앙시앵 레짐*을 끝내고 새로운 정계 개편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데서 나온다. 투표를 통해 시민의 이름으로 정치 체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

Q. 최근 정의당은 대중적이기보다 가치에 대한 강력한 소리를 내는 것에 그치는 것 같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A. 지적 무겁게 받아들인다. 정의당이 대중적이지 못하게 느껴지는 것은 노회찬, 심상정 이후의 인물이 없다는 인식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중 정치인으로 각인되려면 초선 의원의 4년 임기로는 부족하다. 지역구에서 재선, 3선을 해야 국민이 의원들의 목소리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데, 지금은 故 노회찬 의원이나 나 외에는 재선의원이 없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이 아쉬움을 표하는 것 같다. 날 선 주장보다는 국민을 설득할 만한 메시지로의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은 다른 분께도 많이 들었는데, 이를 잘 반영해 당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에 힘쓰겠다.

 

이외에도 책임 연정, 세계 속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 정의당에 대한 표심 괴리의 원인에 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끝으로 심상정 후보는 “민주주의는 투표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는지, 그 딜레마를 해결하는 체제”라며 변화의 돌풍을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선우 씨(정치외교학부·20)는 “정의당과 심상정이라는 후보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 계기였다”라며 패널로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김민하 씨(자유전공학부·19) 또한 “새로운 레짐 형성을 위한 청년 세대의 역할을 고민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앙시앵 레짐(Ancien Régime): 1789년 프랑스혁명 이전의 구체제를 가리키는 말.
*슈퍼 그리드(Super Grid): 경제적 이익 극대화 및 공급신뢰도 향상을 위해 넓은 지역 혹은 서로 다른 국가 간에 전력을 수송하는 에너지 네트워크.

 

사진: 구효주 사회문화부 차장 altlghz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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