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사회대 학생회 「Homie」 대선후보 토크콘서트

사회대 학생회 「Homie」가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토크콘서트가 지난 20일(토)에 열렸다. 그동안의 행사가 교내에서 진행된 것과 달리, 이날 토크콘서트는 이 후보의 일정상 충남 컨텐츠기업 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번에는 서울대 학생들에 더해 충남대와 충북대 학생들도 참가했다. 한 시간 반 동안 토크콘서트가 진행되며 여당 대선 후보를 향한 학생들의 높은 관심과 이재명 후보의 상세한 답변이 오갔다. 

▲이재명 후보가 입장하며 참석자와 인사를 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입장하며 참석자와 인사를 하고 있다.

 

질의응답에 앞서 이재명 후보는 청년세대의 뜨거운 화두인 공정성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 후보는 “기성세대는 기회가 많았던 고도성장 사회를 살았지만, 지금의 청년세대는 그렇지 않다”라며 “한국 사회가 저성장 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롭게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세대에 돌아가는 기회가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탓에 공정이라는 개념에 대한 인식의 간극이 발생한 점을 지적하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후보는 이어서 “기회가 줄어들어 경쟁이 전쟁이 되고, 친구가 적이 되는 상태에 이르렀다”라며 청년세대가 경쟁에 시달리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어떻게 공정한 경쟁을 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정치의 목표는 성장을 회복해 기회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 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Q. 최근에는 소득 양극화보다도 자산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는데, 자산 양극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A. 과거의 소득 양극화가 어느 순간부터 자산 양극화로 변했고 이제는 자산이 자산을 불리는 시대가 돼버렸다. 그래서 자산 양극화 해결이 더 시급한 문제다. 자산 양극화의 핵심은 금융 자산인데, 문제는 이미 가진 자산을 무작정 빼앗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기본 금융’이다. 은행은 소득과 자산이 많고 사회 경력이 긴 사람에게 0.5~1.0%의 우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우대 금리보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자산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높을 때, 사람들은 돈을 대출받아 자산 투자에 나선다. 그런데 사회 경력이 짧고, 소득과 자산이 적은 사람에게는 은행이 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그것도 안 되면 사채 시장으로 가야 한다.
이런 차이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금융은 곧 신용과 같은데, 전산상으로 오가는 돈에 공신력을 부여하는 것은 국가 권력이고, 국가 권력은 국민의 것이다. 다시 말해 금융의 원천은 국민 주권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금융의 혜택을 골고루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소득과 자산이 많은 사람만 무제한의 금융 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본 금융은 누구나 최대 1,000만 원을 3% 내외의 저금리로 10~20년 장기간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자산을 늘릴 기회를 주고,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 

 

Q.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대북 인식에 큰 차이가 있는데, 이재명 후보의 대북관이 궁금하다. 
A. 나는 철저한 실리주의자다. 유권자 사이에서 의료 장비 지원이나 분유 지원 등 북한에 대한 각종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로 보는 인식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남북 간에 긴장이 격화돼 휴전선에서 작은 분쟁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경제에 타격이 온다. 외국인의 대(對)한국 투자가 줄어들고 국제 외환 금리가 상승할 것이다. 연달아 외국계 투자금이 빠져나가며 주가도 내려갈 것이다. 전쟁이란 것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긴 전쟁보다도 피곤한 평화가 낫다. 평화는 그 자체로 경제적 가치가 있다. 

Q.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다. 지방을 살리기 위한 방안에는 무엇이 있나.
A. 생활 정주 요건이 중요하다. 문화 인프라, 교육 시설, 취업 여건 같은 면에서 파격적인 개선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역 불균형은 그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손해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방을 우대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수도권 일극주의로는 한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다극주의와 수평적인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이 ‘초(超)광역화’다. 지방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인접한 지역을 경제적으로 통합해 지방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발상이다. 

Q. 국민연금 기금이 2050년 무렵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정부에서 연금을 개혁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면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A. 국민연금 개혁은 정말 민감한 문제다. 문제점은 누구나 알지만, 어려운 과제에 대한 최종 협상은 언제나 한계에 임박했을 때 겨우 한다. 경기도지사 재임 시기에 수십 년 째 묵은 계곡 불법 시설물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 당시 계곡 불법 시설물 중 강제로 철거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달하는 시설물들 대부분이 자진 철거됐다. 여기서 우리 국민의 합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에서도 마찬가지다. 폭동이 일어난 국가도 있는 반면, 우리 국민은 방역에 협조하며 놀라운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이런 합리성과 시민의식이라면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시기의 문제는 있다. 어느 시점에 어느 강도로 연금 개혁을 할지는 조금 더 여유를 두고 고민해볼 문제다. 

Q. 상대적으로 청년세대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정확한 답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최근에 감을 조금 잡게 됐다. 그간 나름대로 소통을 많이 하고 현장에 가까운 사람이라 자부했는데, 국민의힘 홍준표 예비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한 뒤 내가 기울인 노력도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준표 예비 후보가 탈락하니까, 청년들이 나를 향해서 하는 말들이 있었다. 청년들이 홍준표 후보가 ‘공매도 폐지’ ‘정시 100%’ 같은 공약을 정말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를 지지한 것이 아니라,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줬기 때문에 지지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 역시 청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비판도 받고 있다. 어렵지만 청년이 힘들어하는 원인을 파악하려 노력 중이다.

 

이외에도 복지 정책, 농촌 정책, 과학 기술 육성 방안 등에 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이수빈 씨(농경제사회학부·20)는 “지방의 경제가 요식업과 숙박업 등 자영업 중심으로 짜여 수도권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을 이재명 후보에게서 듣고 싶었다”라며 “이 후보의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쳐 다소 아쉬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메가시티(megacity):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생활권을 연결한 대도시 권역.

 

사진: 하주영 기자 sisn02@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