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서울대 창업인들

현재 관악구는 ‘관악S밸리’를 조성하며 창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대 역시 몇 년 전부터 벤처경영이나 창업 지원 등 창업 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학내 창업 동아리 역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생에게 창업은 여전히 두려운 분야다. 『대학신문』이 두려움을 뛰어넘고 ‘창업의 길’을 걸어가는 서울대 창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신이 있다면 정글로 가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기영 대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기영 대표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발달로 요즘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아티피셜 소사이어티’(Artificial Society)는 여기에 주목해 휴대전화 카메라로 시선을 추적해 독해력을 진단하고, 독해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바일 서비스 ‘레서’를 개발했다. 김기영 대표(기계항공공학부·08·졸)는 지난해 4월 아티피셜 소사이어티를 설립해 현재는 정식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자본금에 더해 기술보증기금, 정부 지원 사업, 서울대 창업지원단과 시흥캠퍼스 스타트업 지원 등의 도움을 받았다. 김 대표는 “많은 학생이 독해력 저하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라며 “더 나아가 해외 시장에서 매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비스의 주 이용층에 대해 그는 “우리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대상은 중학교를 앞두고 불안감을 느끼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 저학년”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경우 창업 전 크게 세 번의 회사 경험이 있었다. 회사마다 운영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체감한 그는 “인원수가 많으면 조직적이지만 그만큼 일의 진행이 느리다”라며 스타트업의 장점으로 빠른 속도를 꼽았다. 현재 아티피셜 소사이어티의 팀원은 총 12명으로,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이다.

한편 김 대표는 학부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진 편은 아니었다. 그는 대학원에 다니며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키웠고, 교육에 무언가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이후 그는 좋은 기회로 한 회사의 창업 초기 구성원으로 참여하며 2018년 말에 스타트업 업계로 발을 들였다. 김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힘든 점은 많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가장 뿌듯하다”라며 “이것이 일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팀원을 꼽았다. 그는 “처음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기는 힘들다”라며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학부생에게 “좋은 팀이 구성돼 있는지, 또는 대표가 좋은 팀을 구성할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인턴을 경험하며 회사의 운영 방식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고, 확실한 동기가 있어야 힘든 상황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대기업의 경우 일을 안 한다고 돈을 안 주지도 않지만, 일을 많이 한다고 더 주지도 않는다”라며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있다면 정글로 가 살아남아 더 큰 보상에 도전하라”라고 학부생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새로운 분야의 선구자를 꿈꾸며

▲전호영 대표(가운데)와 팀원들의 모습 (사진 제공: 전호영 대표)
▲전호영 대표(가운데)와 팀원들의 모습 (사진 제공: 전호영 대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분야에서 창업한 동문도 있다. 전호영 대표(경영학과·21)는 올해 1월 말에 NFT 스타트업 ‘아케니움’(Arcanium)을 설립했다. 아케니움은 아티스트의 그림을 NFT화 한 뒤 온라인 갤러리에 전시해 사고파는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로, 현재 정식 출시 전 NFT 데이터 베이스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을 손보며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전 대표는 여러 방향에서 견적을 비교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추구하며 스타트업을 운영해 나가고 있다.

 

전 대표는 2021년 겨울부터 게임 스튜디오에서 NFT를 활용한 게임을 개발하는 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는 NFT에 관해 조사하며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NFT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그는 뜻이 맞는 4명의 친구들과 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그는 창업 과정에서 학내 창업 지원기구의 도움은 받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전 대표는 “빠른 속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창업 지원기구의 심사를 받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꽤 길었다”라며 “이 분야는 컴퓨터 이외에 특별한 장비를 요구하지 않아 많은 초기 자본이 필요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속성을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 “3년 전만 해도 비트코인이 여기까지 올 줄 몰랐던 것처럼 NFT도 매 시각 변하고 있고, 이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라고 NFT 분야의 특성을 밝혔다.

전 대표는 예술가들에게 NFT 시장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중앙 관리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개개인에게 검사 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라며 “NFT 분야가 더 성장하게 된다면 중앙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들끼리의 커뮤니티 시장이 조금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전 대표 역시 스타트업을 준비할 때 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작하는 아이디어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공통된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팀원들이 아직 젊은 학생들이다 보니 밤새 모여 회의하는 등 창업에 시간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전 대표는 창업에서 학부생이 가지는 이점을 역설했다. 그는 “학부생은 나이가 어리고 실무 경험도 부족하기에 놓치는 부분도 많다”라면서도 “오히려 젊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시도해서 잘 안 되더라도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기에 경험은 최대한 빠르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비바람이 불어도 꿋꿋이 창업의 길을 걸어가는 서울대인들을 만나 봤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창업인들의 이야기가 학부생들이 용기를 얻고 다양한 분야로 발걸음을 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 이호은 사진부장 hosilver@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