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서울대 창업인들

현재 관악구는 ‘관악S밸리’를 조성하며 창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대 역시 몇 년 전부터 벤처경영이나 창업 지원 등 창업 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학내 창업 동아리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생에게 창업은 여전히 두려운 분야다. 『대학신문』이 두려움을 뛰어넘고 ‘창업의 길’을 걸어가는 서울대 창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쓰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즐겁도록

▲‘위버딩’의 신동환 대표
▲‘위버딩’의 신동환 대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패드로 필기하는 사람들’이라는 게시판이 있을 정도로 태블릿으로 필기하는 사람은 매우 많다. 태블릿으로 수업 필기뿐만 아니라 다이어리 꾸미기나 플래너 작성을 하기도 한다. 온라인 문구 플랫폼 ‘위버딩’(WeBudding)은 태블릿이나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리, 노트, 스티커 등의 서식을 판매한다. 신동환 대표(기계공학부·16)는 “작가가 위버딩에 입점하면 컨설팅을 통해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라며 “작가의 성장이 곧 플랫폼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라고 소개했다.

신 대표의 첫 창업은 종이 노트를 제작하는 문구 회사 ‘누트’(Noute)였다. 그는 “해외 사이트에서 특이한 노트 디자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종이 노트를 제작해 판매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그는 노트를 태블릿에서도 사용 가능한 파일로 구매하고 싶다는 소비자 피드백을 계기로 디지털 문구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신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벤처경영 연합전공과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벤처경영의 전공과목 대부분이 타깃 시장 규모 책정이나 자금 조달 등 실제 창업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도움이 됐다”라며 “창업과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서울대가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의 위탁 운영 기관이라 학교 창업지원단과 많은 소통을 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위버딩을 운영하는 ‘누트컴퍼니’의 팀원은 13명이며 평균 연령은 만 25.5세 정도로 굉장히 낮은 편이다. 신 대표는 “초기에는 지인과 함께 시작해 주변의 추천으로 팀원을 모았고, 현재는 온라인을 통해 팀원이 다양하게 구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기자가 신 대표에게 그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그는 팀원들의 도움과 모르는 것에 대한 인정을 꼽았다. 그는 “회사 경영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라며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학부생이라 여러 방면에서 지식이 부족했는데, 전문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팀원이나 투자자에게도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말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학부생 창업에 관해 신 대표는 “개인의 역량을 쌓을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추천하나, 실제 성공 여부는 다른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학부생 창업은 극초기 단계에서 재미와 흥미로 시작해 볼 수 있어 부담이 없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신 대표는 “학교라는 안전망이 있을 때는 도전에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경험을 토대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라며 “창업을 희망한다면 지금 도전해봐라”라고 조언했다. 

모두가 통증으로부터 해방되는 날까지

▲‘힐니스북’의 강승희 대표 (사진 제공: 강승희 대표)
▲‘힐니스북’의 강승희 대표 (사진 제공: 강승희 대표)

도수 치료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치료받기 위해 시간을 맞추거나 물리치료사 프로필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런 근골격계 통증 치료 분야의 정보 비대칭성과 불편한 예약 시스템을 해결하고자 ‘미임팩트’(Meimpact)는 통증 전문 플랫폼 ‘힐니스북’을 개발했다. 강승희 대표(경영전문석사·19·졸)는 “힐니스북은 수술을 하지 않고도 해결 가능한 근골격계 통증과 물리치료 분야를 다루는 플랫폼”이라며 “물리치료사와 환자를 연결하고 치료 후에도 건강 관리를 도와준다”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의 주 고객은 건강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와 직장인 X·Y세대다.

강 대표는 연세대 졸업 후 외국계 회사의 브랜드 총책임자로서 마케팅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실전 스타트업’ 수업 커리큘럼에 따라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사업화했다. 그는 “직접 겪었던 불편함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실제로 창업할 계획은 없었으나, 창업 진흥원의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되며 2020년에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고 ‘힐미’라는 베타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초기 자본 확보에 관해 그는 “예비창업패키지에서 5,000만 원을 확보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꼼꼼히 찾아보면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이 많으니 ‘K-Startup’을 이용해 각종 사업에 지원하라”라고 조언했다.

강 대표는 중개 서비스 분야의 특징으로 양면 시장을 꼽았다. 양면 시장이란 서로 다른 사용자 집단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창출하는 시장이다. 그는 “대부분의 창업 분야는 단면 시장이라 소비자에만 집중하지만, 중개 서비스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요즘에는 양면 시장과 단면 시장이 공존하는 사업들이 나오는 추세”라며 “힐니스북에 개인 운동 추천이나 AI 운동 인식 기능 등을 추가하며 소비자에 집중하는 단면 시장에도 뛰어들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학부생 창업을 “추천하지는 않는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본인의 꿈을 가장 잘 펼쳐나갈 수 있는 길이 창업인지 고민했으면 좋겠다”라면서도 “그래도 창업을 원한다면 그 길을 택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강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에서 최소 1년 동안 경험을 쌓기를 추천하며, 구상한 사업 아이템은 최소 6개월 이상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받길 바란다”라고 충고했다. 그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해 여러 곳의 문을 두드린다면 도움을 줄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라며 “창업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구해라”라고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3회의 연재로 창업의 등대를 밝히는 서울대인들을 만나 봤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창업인들의 이야기가 학부생들이 용기를 얻고 다양한 분야로 발걸음을 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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