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서울대 창업인들

현재 관악구는 ‘관악S밸리’를 조성하며 창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대 역시 몇 년 전부터 벤처경영이나 창업 지원 등 창업 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학내 창업 동아리 역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생에게 창업은 여전히 두려운 분야다. 『대학신문』이 두려움을 뛰어넘고 ‘창업의 길’을 걸어가는 서울대 창업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모두의 한 마디가 여론이 되는 세상

▲김양균 대표의 모습(사진 제공: 김양균 대표)
▲김양균 대표의 모습(사진 제공: 김양균 대표)

‘에브리타임’, ‘디시인사이드’, ‘네이트판’ 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을 읽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만큼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도 존재하는 곳이다. 지식 콘텐츠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티 ‘토픽’(Topick)은 건강한 온라인 토론장을 지향하는 소셜벤처다. 김양균 대표(자유전공학부·20)는 “토픽은 올바른 지식 정보를 전달하고, 의견 분석 및 분류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의견의 공존과 자정 작용이 가능한 커뮤니티”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상사나 다른 이들의 생각이 궁금하고, 내 생각을 펼치고 싶은 사람이 토픽의 타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의 문제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갖고 있었다. 그는 “사회적 갈등은 심각해지고 있지만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는 양극화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라며 “미디어 시장의 문제는 시장의 혁신으로 풀어낼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됐다”라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김 대표는 자유전공학부 창업 동아리인 ‘멜팅팟’에서 처음 팀을 꾸렸고, 이후 토픽의 비전에 공감하는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재의 팀을 구성하게 됐다. 

김 대표는 소셜 서비스 분야에서 창업한 이유를 ‘연결’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이며, 소셜 서비스는 연결로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 고민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스타트업은 플랫폼과 커뮤니티로 향한다는 말도 있는 만큼 소셜 서비스는 사회적 차원에서 주목받는 분야다”라고 평가했다. 창업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김 대표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두려움을 극복했다. 그는 “무조건 된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하지만, 결국 창업자 본인을 비롯해 팀원들의 통찰력을 믿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20대 창업자로서의 장점에 대해 김 대표는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여러 창업 지원 사업도 열고, 캠퍼스타운 프로그램 등 지원을 많이 해 주는 편”이라며 “창업에 정말 관심이 있고 아이디어도 구상했다면 작은 프로젝트라도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서로 이해하며 이야기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침에 포털 사이트의 뉴스와 기존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는 대신, 토픽에 접속하고 싶어하기를 바란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나를 찾아서, 행복을 찾아서

▲업무를 하고 있는 류승준 대표 (사진 제공: 류승준 대표)
▲업무를 하고 있는 류승준 대표 (사진 제공: 류승준 대표)

“나의 술BTI는 고독한 술잘알!” 최근 사람들이 심리테스트 결과를 SNS에 공유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너만의 우주, 푸망’(푸망)은 2020년 12월에 출시된 심리테스트 기반 자아탐구 플랫폼이다. 대다수의 심리테스트가 재미나 마케팅 목적인 것과 달리 푸망은 자아탐구에 초점을 맞춰 ‘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자 한다. 푸망 류승준 대표(물리천문학부·13·졸)는 “2020년도 3·4분기에 심리테스트에 대한 사용자들의 수요가 매우 많았다”라며 “나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이기에 심리테스트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류 대표는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 그는 2017년 군 전역 후 스타트업 회사에서 6개월 동안 근무했다. 그는 “구상한 전략이 애플리케이션에 반영되고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라고 당시 경험을 되새겼다. 이후 그는 창업에 도전했으나 첫 창업은 기대한 것만큼 성장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 이후 그는 교내 창업동아리 ‘SNUSV’에서 만난 동아리원들과 푸망을 설립해 성공하기까지 수 차례 피보팅*을 거쳤다. 류 대표는 “창업 초창기에는 사업을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으나 반복되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푸망은 현재 누적 이용자가 1,500만 명에 달하는 기업이 됐으며, 올 하반기에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류 대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잘 몰라 여러 문제를 겪는다”라며 “푸망이 발전해서 개인에 대한 보다 진정한 통찰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류 대표는 창업의 성공을 위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사업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는 문제를 자신의 아이템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학부생 창업에서는 가장 부족한 부분이 경험이니, 자신이 구상한 아이디어가 정말 시장에 필요한 것인지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만으로는 소비자가 불편을 겪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학교에서 창업 선배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거나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라며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SNUSV와 같은 창업 동아리나 벤처경영 연합전공을 추천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마찬가지로 류 대표 역시 창업을 하고 싶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할 것을 권했다. 덧붙여 그는 “내 행복은 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창업을 하면서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세계의 흐름을 타고 창업의 바다를 항해하는 서울대인들을 만나 봤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창업인들의 이야기가 학부생들이 용기를 얻고 다양한 분야로 발걸음을 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피보팅(Pivoting): 기존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을 바탕으로 사업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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