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며 융합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대도 ‘학제 간 융합’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표적으로 연합전공과 연계전공의 형태로 구성된 융합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최근에는 37년간 운영했던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을 과학학과라는 새로운 정식 학과로 승격시키는 등 융합학과가 활성화되고 있다.

융합학과 도입 취지는 기존 학과 간 장벽을 낮추며, 사회적 요구에 맞는 학문을 융합해 전공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대부분 둘 이상의 정규 학과가 결합해 설계되는 융합학과는 해당 융합학과에 소속된 정규 학과의 수업을 기본 커리큘럼으로 이용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강의를 개설해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 연합전공은 타 대학 융합학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은 자체 개설 강의를 운영하는 편이다. 그러나 몇몇 융합학과는 여러 학과의 전공 수업을 모아놓기만 할 뿐 자체 개설 강의는 부족하다는 점에서 여러 학과(부)들을 모아 놓은 울타리 역할만을 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가령, 정치경제철학 연계전공은 자체 개설 강의가 3과목이고, 금융경제 연계전공은 1과목이다. 이에 반해 강원대의 경우 융합학과 설치를 위한 신청서 제출 시 융합형 교과목을 반드시 5과목 이상 신규 개발해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학신문』 2022년 2월 28일 자) 융합학과가 진정한 교육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체 개설 강의 수를 더 늘리고, 커리큘럼 구성에 대한 엄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융합학과가 내실 있게 운영되려면 본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일부 연합전공 교원들은 행정 인력 및 강의 공간을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업무 부담을 호소했다. 정보문화학 연합전공 전 전공주임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는 “본부에서 조교를 배정해 주지 않아 학생 조교를 근로장학생 형태로 고용하고 있으며, 전공 규모에 비해 예산 지원이 부족해 참여 교수들이 매해 국가사업에 지원해 운영비를 받아온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계산과학 연합전공을 담당하는 이상묵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다학제적 연구를 해야 서울대가 발전한다는 취지에서 연합전공을 시작했는데, 본부의 지원이 적어 결국은 교수의 열정으로 운영된다”라며 “연합전공마다 필요한 부분을 본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소속된 학과(부) 내 연합전공의 예산 및 인력이 편성되는 과정에서 정규 학과에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융합학과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교육자의 노력뿐 아니라 학교의 충분한 교육·행정 지원도 수반돼야 한다. 융합교육이 더 중요해진 현재, 융합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 융합학과 제도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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