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오 수습기자(취재부)
박종오 수습기자(취재부)

오랜만에 자하연 앞이 동아리 소개제(동소제)로 시끌벅적해졌다. 다양한 동아리가 각양각색으로 신입 부원을 모집하기 위해 홍보하고 있었다. 그 인파 속을 걷다 보니 어렴풋이 내가 운영했던 탈춤 동아리가 생각났다. 무려 50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신입 부원이 들어오지 않고 남아 있던 부원들도 하나둘 학사모를 쓰며 관악을 떠나게 됐다. 또 이제는 탈춤이라는 콘텐츠가 비주류가 돼 버린 사회이기에 아무도 동아리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 동아리는 지난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곳은 새내기 때부터 입대하기 전까지 나의 대학 생활을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닌 소중한 존재였다. 울고 웃고 때로는 앙금도 남아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애증의 역사가 서린 곳이었다. 하지만 막상 문을 닫고 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좀 더 즐겼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동아리 선배들이 남긴 그간의 기록과 탈춤 전수 자료를 서울대 기록관에 기증하고 난 뒤 택배로 온 감사장은 씁쓸함 그 자체였다.

관악의 마니아들이 모인 동소제에서 마치 내 과거의 거울을 보는 듯 익숙한 표정을 지닌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신입 부원이 들어오지 않아 암울했던 상황을 이번 동소제를 통해 한번 바꿔보겠다고 행사에 나왔던 것이다. 설레는 감정과 갈고 닦아 온 기량을 보여주며 신입 부원을 모으겠다는 의지에 가득 찼겠지만 이내 곧 미지근한 반응을 겪은 동아리 부스의 얼굴들이었다.

그 얼굴의 이유를 찾자면, 사람들이 더 몰리는 동아리 부스와 자꾸만 비교를 하게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럴 때마다 의기소침해져 잠시 의자에 앉아 주눅이 들기도 할 것이다. 어떻게 잘 아는지 궁금하다고 묻는다면, 내가 지난 2년 동안 동소제에 빠짐없이 참여했으나 돌아온 것은 신입 부원 1명이었기 때문이다. 새벽에 나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연습한 탈춤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결과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동아리 부스에서도 동아리를 정말로 접어야 하는지 주저하던 때가 있을 정도로 생각이 복잡했다. 아마도 그 얼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와서야 깨달은 것이 있고,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동소제는 신입 부원을 모집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자신의 취미를 사랑하는 마니아들의 축제라는 것이다. 신입 부원이 들어와야 동아리가 지속되는 것은 맞겠지만, 그동안 동아리를 지켜오며 최선을 다한 그들을 위한 축제다. 동아리 운영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당신은 진정한 마니아다. 한때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을지라도 지금은 저물어가는 동아리의 상황은 당신의 탓이 아니라고. 동아리를 지키지 못한다는 죄책감보다는 그 순간을 즐기면서 다시는 오지 않을 대학 생활에서 최고의 마니아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해주고 싶다. 남들이 관심을 주지 않는 비주류더라도 그 비주류를 이어가는 당신이 진정한 이 시대의 멋이다. 마지막까지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겠지만 동소제 그날, 관악에 긴 여운을 남겨줬다고. 비주류의 얼굴들이여, 자부심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서 순간을 즐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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