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월) 의대 3층 대강당에서 제28대 총장 선출을 위한 공개 소견발표회가 열렸다. 추첨 결과에 따라 이철수 교수(법학과), 유홍림 교수(정치외교학부), 차상균 교수(데이터사이언스학과), 남익현 교수(경영학과) 순으로 소견발표가 이뤄졌으며 사회는 신석민 교수(화학부)가 맡았다. 질의응답은 현장에서 배부된 질문지와 유튜브 생중계 링크 더보기란의 구글폼에서 수합한 질문을 사회자가 갈무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아래는 이날 소견발표회에서 이뤄진 후보자별 질의응답 전문이다.

◇이철수 교수(법학과)
1. 의대의 기금교수·전임교수 정원 문제와 ‘본본타’ 규정*등에 의해 우수 인재를 채용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차적으로 의대 교수의 정원을 늘려야 하느냐의 문제가 첫 번째 질문이다. 나는 그 문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말씀드렸지만 의학이 가지는 이 시대의 역할이 있고, 시대 수요에 적합한 교수 증원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기금교수를 전임교수로 전환하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관악과 연건 간 성격이 조금 다르다. 관악캠퍼스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본본타 규정이 엄격히 적용된다. 그러나 의대의 기금교수는 그 법에 적용되는지 논란이 있다. 해석을 탄력적으로 하면 과거와 같이 본본타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관행상 교육 당국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여의치 않으면 규정이나 법률 개정으로 문제를 풀 수도 있다. 

연건과 관악 전반에 있어 본본타 규정이 갖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특히 역차별 문제가 있다. 노정혜 선생님께서 타교 출신 또는 여성 연구자가 40%를 넘게 하자는 법안을 다양성위원회에서 주도하신 적이 있다. 우리 학교에서 다양성위원회가 만들어졌을 때 여성 연구원들이 전임으로서 일할 수 있게끔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 당시 40%라는 비율이 그대로 관철되지는 않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노정혜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나는 기금교수를 전환하는 문제나 관악에서 본본타 문제로 고민하는 것도 같이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면, 연건의 교원도 적용되는 엄격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규정이 적용되는 데에 대해서는 나는 다른 입장을 갖고 있고 그 당시 교육부도 나와 유사한 입장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부분이 문제를 푸는 단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2. 연건캠퍼스의 학생과 직원들이 역차별을 느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까 ‘연건의 소외’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씀드린 바 있다. 행정 지원 프로세스에 있어서, 그리고 관악과의 물리적 거리 차이로 인해서 연건캠퍼스에 지원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의학도서관 증축에 있어 본부의 예산 부담이 관악캠퍼스보다 적다는 문제도 있었다. 학생에게는 식사 문제가 많았다. 깔끔한 양질의 식당이 준비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분명히 불만이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의학도서관이 2023년 완성된다고 하는데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

3. 의학도서관 신축의 재정적 문제에 있어 본부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이미 비용의 7~80%는 연건캠퍼스에서 부담하도록 예산이 편성됐다고 알고 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타 캠퍼스에서 매칭 펀드를 하면 본부에서 50% 정도를 부담하는데 이번 의학도서관 신축은 본부에서 2~30%만을 부담하는 것이니 연건캠퍼스가 더 서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부는 신축이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행정적인 문제의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기자재나 비품 등에 보다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대화를 통해 더 알아보고 지원하겠다.

4. 2020년 서울대와 서울대병원 간의 협약에 의해 간호대의 관악 이전이 결정됐는데, 증축 계획과 물가상승 등으로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협약 주체인 서울대 본부에서는 재정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간호대 관악 이전은 2014년에 간호대 교수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당시 내가 기획처장일 시절 박현애 간호대 학장님께서 내게 찾아오셨다. 나는 간호대의 관악 이전을 적극 지원했고 그 당시 총리께서도 적극 지원하셨다. 그런데 부지 확보 문제로 시간이 걸려 결국 2020년까지 이 현안이 이어져 왔다. 이전을 공대 31동 부근으로 하다 보니 공대의 사정도 있다. 세 개 동을 지어야 하는 공대의 건축 진도와도 맞춰야 하니 지금까지 신속한 처리가 되지 않은 것 같다. 

현재는 간호대의 관악 이전이 기정사실화돼 있고 열심히 공사 중인데, 그 사이의 변화가 두 가지다. 기자재의 물가 상승이 심각하고, 한 층을 더 지어야 하기 때문에 약 45억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각종 기자재나 건축 등의 부분은 이미 학교에서 설계돼 있고 순서대로 계획이 진행되기에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 내가 알기로는 45억을 간호대에서 자체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이 건물이 간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의 자산이라는 점에서 비롯한다. 간호대에게 맡기지 않고 총장이 직접 뛰어서 비용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쪽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5. 관악캠퍼스에도 연건캠퍼스의 구성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 서울대 멀티캠퍼스 중 서울대에 연구 또는 교육의 거점 공간이 없는 유일한 공간이 이 연건캠퍼스다. 치의학대학원은 관악에 새로 들어섰지만 의대는 관악캠퍼스와의 연결고리가 없다. 물리적 공간은 한정돼있기에 문제 해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연구에 관해서는 각 단과대에 의학과 관련한 영역이 많다. 의학은 융합 학문이라 생물학, 법학 등과도 연결돼 있지 않나. 포괄적으로 공간을 연결하는 것은 노력해보겠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각 학문 단위별로 서로 연결 짓고 만남을 주선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과 학생들은 과거 자연대에 소속돼 관악에서 지냈다. 연건캠퍼스의 학생들도 고전을 읽고 같이 고민, 토론하는 것이 필요함은 다들 인정하실 것이다. 그런 관악과 연건 사이의 연결고리가 없는 문제는 빨리 풀어야 하며 문제 해결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나는 신입생 전면 기숙형 교육(RC)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악 뿐 아니라 전체 멀티캠퍼스의 학생과 만나고, 배우고, 깨우치고 미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이 작업은 더 시야를 넓혀 살펴봐야 한다. 관악에서는 보건진료소를 긴요하게 쓰며 진료소가 아닌 병원으로 승격하자는 요구가 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역시 공간의 문제다. 이 물리적 공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관악 내 30만평 뒤의 공대 쪽 부분이 아니라 낙성대 쪽을 얘기해야 한다. 낙성대 밸리 등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쪽의 공간을 활용할 방법이 없다. 우리가 기부채납을 받은 연구소가 20년 된 부분이 있는데, RC를 한다면 여기서 일정 여유 공간이 나올 수도 있다. 물리적 공간의 문제는 과거와 같이 찾아 쓰는 게 아니라 전체적 연계 작업과 맞물려 안을 찾아내고, 시간이 걸려도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6. 서울대에 4개의 부설 초·중·고교가 있는데, 부설학교 교원들의 위상을 높이고 그들이 서울대 내에서 소속감을 느끼도록 돕기 위해 어떤 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가?
법인화 이후에는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법인화 전에는 서울대와 부설학교가 동등한 국가 기구였으나 법인화 후 부설학교는 우리 식구가 됐다. 그러니 이 문제는 내가 말했던 ‘자치의 복원’ 공약과 연결된다. 부설학교가 현재 교무처 소속인 것으로 아는데, 보다 학교의 사정을 감안한 운영이 필요하며 부설학교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기획처장 시절에 부설학교 직원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당시 연구비를 사실상 사범대학에서 관리하는 것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또한 평의원회 의장을 맡던 시절 부설학교 진흥원의 인사 제도 및 전반적인 운영 개선에 대해 용역을 부탁드린 적도 있다. 그 문제는 의장 부임이 끝난 후에 보고를 받았는데,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위가 달라지면 그에 걸맞는 권한이 주어져야 하고, 이 문제를 새롭게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구성원으로서 부설학교가 서울대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같이 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7. 재정 확보를 위해 기부를 늘린다고 했는데, 기부금 모집의 타겟과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기부의 내실화와 다양화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발전기금 상임이사를 경험하면서 우리의 기부 주축을 두 가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는 소액기부다. PPT의 관개공사 그림에서 보여드렸듯, 저수지에 물이 쌓여 졸졸 흐르듯 해야 물을 퍼서 쓸 수 있다. 하버드나 아이비리그나 코넬 같은 경우에 재정이 탄탄하다. 특히 하버드는 60조인데, 그렇게 물이 쌓여야 추가 전략이 나오지 않겠나. 그렇지 않으면 총장의 개인 역량이나 외부의 선의에 의존해야 한다. 

지금의 서울대의 기부 실태가 그렇다. 오연천 총장 때 기부 3,500억 시대에 들어갔고, 성낙인 총장 때 6,000억 시대에 들어섰다. 오세정 총장 때는 6,500억 시대에 왔다. 주로 금액의 대부분은 큰 덩어리다. 오연천 총장은 관정도서관의 600억 덕분에 3,500억을 달성했고, 성낙인 총장은 본인이 요청하지 않았는데 삼성에서 1,400억이 들어와 6,000억을 달성한 것이다. 오세정 총장 때는 복지가의 거대 기부가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가지고 우리 자산이 늘었다고 할 수 있나? 이 돈을 운영 자금으로 쓸 수가 없다. 오히려 관리비로 돈이 더 들어간다. 삼성은 300억을 기부했지만 우리가 재산세를 40년 동안 3억씩 내게 돼 있었다. 돈이 늘었다고 할 수 있는가? 내가 말하는 것은 소액기부를 통해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가 갖고 있는 유형 자산의 투자 수익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실리콘밸리 모델이다. 앞으로 기업과 대학은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다. 이 연구 수요를 확대하면 투자 수익이 생기지 않겠나. 이것이 가치 공유형 수익 모델이다. 그리고 연구 수익 모델을 위해 △산학협력단 △SNU 홀딩스, △국가미래연구원 등 서울대가 가진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런 노력은 얼마든지 하고 있으나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서울대의 규모로 봐서 단순 재산이라 하더라도 8,000억은 모을 수 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발전기금의 시스템과 프로그램만으로도 달성할 수 있는 금액이다. 내가 공약한 RC나 연구비 지원에 있어서는 2,000억 원을 더 모아야 한다. 1조를 모으지 않고서는 일을 할 수가 없다. 대대적인 모금을 통해 중요한 일을 홍보하고, 나머지 시스템의 도움과 총장 및 학과장의 노력이 더해져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홍림 교수(정치외교학부)
1. 의대의 전체 교원의 정원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의대 교수님들을 많이 뵙고 나서 서울대 전체 발전과 의대 발전 관련해 부분과 전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많이 고민했다. 특히 교수 충원 문제는 저희 법인화의 가장 중요한 취지이기도 하다. 더 이상 ‘교육부의 협상 테이블에 있는 교수 정원’이라는 관념은 우리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충분한 재원이 마련되면 △의학 발전 △병원 수요 △배곧 서울대 병원 △융복합 연구 차원에서 앞으로 수요가 점점 늘어날 의학 분야의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분명히 교수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병원 인력을 이번 학기에도 21명 확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정원’이라는 틀 속에서 바라보기보다는, 교육, 연구, 진료의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의대 및 병원의 발전이 서울대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맥락에서 재원이 확충되면 법인 교수 정원 뿐만 아니라, 현재 임상 및 진료 등 여러 교수님들이 의대 내 다양한 기능적 분업체계에 속하는데, 적어도 교육, 연구 차원에서 같은 기능을 공유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서울대 교수로서 동등한 능력에 걸맞은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충원에 있어서의 어려움에는 여성 교원 의무 조항 등 본부 규정 관련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미 20여년 전에 교육부 임용령으로 순혈주의를 막기 위한 본본타 규정이 생겼는데 그것이 실제로 적용되는 과정에는 여러 방법들이 있었다. 실제로는 서울대 전체 차원의 3분의 1이라는 규정이 점점 하위 단위로 강요되는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이로 인해 분야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고 의대의 경우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고 있다. 이것은 관료주의적 규제의 전형이다. 1/3이라는 수치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규정이 시행된지 20년 가량 지났는데 타교 출신이 서울대 전체 교원의 1/3을 상회한다. 이것은 반드시 규정 때문에 이뤄진 성과라기보다는 다양성을 확보해 수월성으로 잇기 위함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본타 규정 △여성 교원 채용 문제 △외국인 교원 등의 문제에 관해 미래 지향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여성 교원 충원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볼 때 매 학기마다 수치를 통제하는 식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는 우수한 인력을 점차 확보하며 대학의 다양성 확보하려는 노력 속에서 중장기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는, 여성 25%라는 목표치를 명시해놓기는 했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규정 자체는 매 학기마다 규제받는 형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체 맥락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스스로 합의를 이끌어 실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3. 연건에 있는 학생들이 일종의 역차별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더불어 RC와 ‘SNU Commons’라는 공약을 말했는데, 이 공약들이 연건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식의 혜택을 줄 수 있는가?
내 1호 공약은 학부기초대학으로, 가장 중요한 교육 기관으로서 서울대에 상징적인 토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과대 특성에 따라 이 변화에는 2년 혹은 3년이 걸릴 수 있는데, 단순히 교양 과정이나 학부 차원이 아니라 미래에 필요한 공통 핵심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일전에 사회대 학장을 하며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으면 졸업생의 70%는 기존 커리큘럼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의 교육이, 서울대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학부기초대학에서 의대 학생들을 포함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공통의 경험을 거쳐야 하나의 연대의식, 즉 공통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미래 영역으로서의 융합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을 가능케 한다.

학부기초대학과 ‘SNU Commons’는 공약이 구체화돼 있다. △행정관 △문화관 △학생회관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가로축으로, 도서관에서 잔디에 이르는 공간을 세로축으로 해 서울대의 상징적인 공유 공간을 만들겠다. 또한 행정관 3~4층의 구조를 바꾸고 ‘액티비티 카페’를 만들어 mz세대에 최적화된 프로젝트 기반의 ‘SNU Commons’를 만들겠다. 이는 RC와도 연결돼 새로운 배움 경험의 플랫폼이 된다. 그 속에서 연건 학생들도 차별받지 않고 다른 분야의 학생들과 어울려 배우고 경험을 공유하며 폭발적인 핵심 역량을 내도록 하겠다. 이것이 △학부기초대학 △SNU Commons △액티비티 카페로 이어지는 플랫폼이다.

4. 연건캠퍼스에서 중요하게 지적되는 것이 공간 문제다. 구체적으로는 의학도서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른 단과대보다 의대의 부담이 크고 물가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 
교육 및 연구 관련 기관의 관리 주체는 본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많은 관악캠퍼스 내 리모델링 및 재건축률은 50% 내지이다. 의학도서관은 의대만의 공간은 아니다. 일례로, 의학도서관 분관은 관악캠퍼스 내에도 여럿 있고, 다른 단과대 학생도 의학도서관을 이용한다. 도서관 공간이 분관 형태로 돼 있지만 그 자체는 공유 본관이라고 봐야 하고 이는 교육과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학도서관은 예산이 승인돼서 490억 원이 필요하고, 의대에서 목표하는 발전기금은 260억 원인데 현재 233억 원 정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적어도 목표액을 달성하면 발전기금은 전체 필요한 재정의 50% 수준까지 올라온다. 의학 도서관의 교육 및 연구에 필요한 컨벤션 홀과 IT 시스템 등을 구축하며 490억이라는 예산이 필요한데 나머지 부분은 본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부가 함께 그 일을 추진할 것이다.

5. 2020년 서울대와 서울대병원 간의 협약에 의해 간호대 관악 이전이 결정됐는데, 신축 이전과 관련해 물가 상승에 의한 추가 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간호대 자체의 증축 계획에 의해 추가 비용이 부담되는데, 추가적 재정 부담을 협약 주체인 서울대 본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교육 및 연구를 위한 시설을 본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장은 행정 지원 시스템의 장이고, 행정 지원의 우선순위는 교육과 연구에 있다. 그러나 현재 본부는 규제 중심이고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역할은 미비하다. 즉, 재원은 각자 마련하는 실정이다. 이것이 바뀌어야 한다. 학문 분야별 교육 현장에서의 책임성 있는 자율 행정, 교육 및 연구에 대한 규범에 기초한 자기 규율이 진정한 자율이고, 본부의 역할은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그 부분도 본부가 책임질 일이다. 

6. 사회대에서 단기간에 많은 모금을 하셨다고 했는데, 그 성공 이유가 궁금하다. 아울러 총장 취임 이후 재정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20년 1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코로나19 시기에 사회대 학장을 했다. 사회대 리모델링 및 신축 문제가 갈등 상황으로 이어졌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리모델링 재건축의 형태로 총장과 본부와의 협의 속에서 이뤄졌다. 나는 이를 단순히 건물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았다. 그 공간 자체가 바로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고, 거기서 교육과 연구의 혁신이 일어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교수들이 앞으로 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당면한 여러 사회적, 글로벌 이슈들을 해결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교수들을 위한 연구 펀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미래 사회 50년 설계기금’을 운영했다. 그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사회대는 아직 동창회가 학과별로 나뉘어있어 내가 기본 데이터베이스를 전부 수집했다. 1년 동안 준비해 출범한 것이 작년 4월이고, 출범 후 모든 졸업생에게 사회대에서 하는 행사를 SNS로 전했다. 사회대에서 무엇을 하는지 동문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애정을 환기시켜야 한다. 이런 애정의 환기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재정적인 지원도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자체가 새로운 형태의 동문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학교의 여러 활동에 외부 동문도 참여하게 했다. 작년만 해도 다섯 차례의 포럼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사회대가 162억 원을 모았다. 

내가 기업 운영하시는 분 등을 찾아뵈면, 서울대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보여달라거나 적어도 조 단위의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서울대의 역량을 보여달라고 한다. 이것이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역량을 보일 수 있으면 정부에 예산 요청도 할 수 있다. 내년도 고등교육 예산이 3조가 늘었다. 5조 6천억 원까지도 가능하다. 이 돈을 정부가 대학에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방안이 없다. 그러니 우리가 이를 선도적으로 가져와야 한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전체 대학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반드시 해야한다. 이에 대한 여론형성도 돼 있다. 무작정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확보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일본에서 네 개의 대학에 2,500억씩 총 1조 정도를 지원했을 때 산관학 협력 체제를 요구했다. 기존의 산학협력처럼 개개인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대학과 기업 간 조직 대 조직의 산관학이 가능하도록 요구했고 지금 성과가 나고 있다. 우리가 그걸 벤치마킹하거나, 적어도 그 배경인 국민 경제 살리기와 대학 재정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이 두 개가 동시에 결합하며 시너지를 냈는데, 이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7. 부설학교 교원들이 상대적으로 위상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방법을 설명해 달라.
서울대가 고등교육에 국한된 기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겨레의 대학으로부터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서울대는 한국 고등교육 체계의 정점일 뿐만 아니라 전체 초·중등까지 아우르는 모든 교육체계의 정점에 있다. 부설학교는 새로운 혁신적 교육의 현실이 돼야 한다. 원래의 취지도 그랬다. 그러나 이것이 교육청 산하의 관할에 있고, 혁신적인 실험을 지원하는 노력도 없다. 나는 대학의 혁신과 초·중등의 전체 교육체계는 전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부설학교가 중요한 척도이자 실험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는 내가 교육에 대해 분명히 가지고 있는 철학이기도 하다.

◇차상균 교수(데이터사이언스학과)
1. 의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원 문제인 것 같다. 특히 기금 교수와 임상 교수 문제, 충원 시 여성 교원 목표 및 본본타 규정 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부연하자면?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지금까지는 여성 교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여성 교원 목표와 같은 제도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제 여건이 일정 수준 나아졌기 때문에 그것을 조금 풀어야 할 것 같다. 분야에 따라 여성을 채용하기 힘든 분야도 존재하는데, 모든 교실에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전체 차원에서도 힘들어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비율 문제는 유연하게 해결하는 쪽으로 가도록 할 것이다. 

재원이 충분하다면 기금 교수를 채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금 교수가 몇 명 늘어난다고 해서 의과 대학이 정치 단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연구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허용돼야 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법인 교수의 정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을 정부에서 받기 때문에 그렇게 계산(count)되는데, 이 문제도 어느 시점에는 풀어야 하겠지만 현재는 가능하다면 정부와 협력해서 해결해 나갈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각 학문 간의 사일로 현상*이다. 사일로를 깨기 위한 명분을 만들어 법인 교수 정원을 정부에서 상당히 많이 받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부 예산을 관장하는 위원회에 있으면서, 600여 조의 예산을 쓰는데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작은 예산을 왜 못쓰겠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2. 연건캠퍼스에서 중요하게 지적되는 것이 공간 문제다. 연건캠퍼스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관악캠퍼스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문제가 존재한다. 구체적으로는 의학도서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른 단과대보다 의대의 부담이 크고 물가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 
내가 관련된 재정 구조를 자세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발전 기금을 모아 재원을 충당하는 방안을 생각할 것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당연히 국가 예산에 반영돼야 한다. 단과대에 이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본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건캠퍼스 학생들이 공간 문제에 있어서도 열악하지만, 이들이 관악캠퍼스에서 열리는 과목을 듣지 못하는 역차별이 있다. 제 경험으로, 의대 학생이 공간 상 제약으로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과목을 학기 중에는 못 듣고 방학 때 들었다. 이런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투자를 통해 비대면으로도 강의를 듣고 소통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결국 돈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2020년 서울대와 서울대병원 간의 협약에 의해 간호대 관악 이전이 결정됐는데, 신축 이전과 관련해 물가 상승에 의한 추가 비용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간호대 자체의 증축 계획에 의해 추가 비용이 부담되는데, 추가적 재정 부담을 협약 주체인 서울대 본부가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의견을 말씀해달라.
신축 건물은 간호대와 원자핵공학과, 재료공학부가 하나의 클러스터로 개발하고 있는 건물이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재료공학부 등 여러 곳에서 돈을 보태 증축하고 있다. 재원이 45억 가량 필요한데, 10억 정도는 모았지만 35억이 더 필요하다. 정부의 지분이 있으면 그에 대해서는 방금 말씀드린 방법으로 요구를 해야 하고 발전기금이 더 필요하면 35억을 충분히 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후보자도 뛰어다니면서 같이 도울 것이다. 

4. 이 질문은 후보자가 공학 전공이어서 나온 질문인 것 같기도 하다. 캠퍼스 교통망 혁신 문제, 관악캠퍼스와 연건캠퍼스 사이 거리 제약 문제를 해결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가 큰 교훈을 줬다. 웬만한 것은 비대면으로 할 수 있고, 줌이 활성화됐다. 그렇지만 아직 관악캠퍼스, 연건캠퍼스, 평창캠퍼스 사이의 소통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 가능하다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확장 가능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섞일 수 있는 융합의 장을 만들 것이다. 관악캠퍼스나 인근에 공간을 만들고, 관악캠퍼스 교수님들이 연건캠퍼스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도록 하겠다. 

5. 연건캠퍼스에서 연구하는 교수, 학생 및 박사 연구원의 연구 여건이 매우 열악한데, 발표 때 강조한 융합 연구 진흥 차원에서 연건캠퍼스에서의 기초 연구를 진흥하기 위한 방안은? 
‘300인 프런티어 펠로우 프로그램’은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프런티어 펠로우를 뽑을 때, 앞으로 서울대 교수가 될 가능성이 있는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해 5년 간 아무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프론티어, 즉 구속 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로 300명을 생각했다.

예를 들어 기부자들한테 “선생님의 이름을 붙여서 프론티어 팰로우십을 지원했는데, 이 학생이 앞으로 50%의 확률로 서울대 교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면 많은 분들이 돈을 내실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지만 민간의 지원을 받아서도 충분히 규모 있게 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우수한 학생들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이런 부분이 조금 취약하다고 생각한다.

6. 보스턴의 글로벌 리서치 파크를 설명하면서 특히 의대와 연건캠퍼스를 언급했는데, 연건캠퍼스 내의 교원이나 학생이 보스턴에 생기는 리서치 파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도움을 받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첫째로, 의대뿐 아니라 치대, 간호대 교수님들이 국내 제약회사 등과 협력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파크의 신설로 국내를 벗어나서 글로벌 규모의 회사들과 접점을 만들어서 그 사람들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면 국제 무대에서 우리가 선도하는 위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둘째로, 서울대가 그런 꿈을 가지게 하려면 젊은 학생부터 글로벌 혁신의 중심지에 보내 체험하도록 하게 해야 한다. 젊은 학생이 가서 몇 달을 지내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들도 마찬가지다. 총장님들을 모시고 실리콘벨리 투어를 일주일가량 진행한 경험이 있는데 투어 이후 총장님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이 정도의 투자를 못 할 규모가 아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 예를 들면 1년에 최소한 천 명이나 2천 명 정도 왕래하면 서울대의 문화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7. 서울대에는 네 개의 초·중등부설학교가 있고, 부설학교진흥원이 있다. 부설학교 교원들이 위상이 많이 낮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부설학교 교원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부설학교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한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갖고 계신지 말해달라.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설학교는 서울대의 소중한 자산이다. 대학 이전 단계의 교육에서부터 대학까지 다 볼 수 있는 훌륭한 시험대인데 투자도 제대로 되지 못했고, 장기발전계획에도 언급되지 않았고 교원 선생님들이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분들을 인정하고 이분들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들은 바에 의하면 예산 문제도 있다. 부설학교 선생님 중에 대학원에 학생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는데, 이 선생님들이 퇴직은 별로 하지 않고 월급은 계속 올라가는데, 정부에서 나오는 급여는 또 그걸 반영하지 못해 급여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이런 문제는 총장이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8.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규제 개혁과 관련된 여러 경험을 언급했는데, 그 중에서 구체적 예를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감사원 자문위원으로 첫 회의에서 “서울대에 여러 부처가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그 규정이 모두 다르다. 이건 감사원 업무가 아니냐. 감사원이 앞장서서 고쳐 달라”라고 요구했다. 1년이 지나고, 마침 제가 기획재정부(기재부)의 규제검증위원장을 맡았다. 마침 그것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었고 기재부와 반대하는 부처가 함께 토의해 통합안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지금의 ‘과학기술 혁신법’의 통합 기준이라고 알고 있다.

9. 재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10년 동안 10조 원의 기금을 축적한다고 말씀하셨다. 상당히 많은 금액인 것 같다. 실제로 이를 어떻게 추진하고 현실화시킬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10년 동안 10조 원”이라는 목표를 세운 후 이것이 실현가능한지 고민도 많이 하고 성공한 기업가들과 만나서도 이야기했다. 내가 발전기금을 내라고 하면 갑자기 현재의 문화가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발전기금이 아니라 투자금을 내라고 하면 “흔쾌히 내겠다”라고 말한다. 소위 말하면 리드 타임이라는 것이다. 돈 낼 때까지의 시간도 훨씬 짧아지고 그 투자금이 안정적인,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입증된 곳으로 간다. 그리고 그 수익이 몇 년 뒤 최소 세 배는 된다. 최근 10년간 미국 상위 벤쳐 기업들의 수익은 많은 경우는 10배도 있고, 최소 3배다. 우리에게 안전성이 있는데도 이용하지 못한 기회가 있으니 이를 활용하자. 그렇게 하면 투자가 잘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발전기금도 채워야 한다. 

내가 총장이 된다면 임기 동안에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한 6천억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고 투자금으로 받는 돈은 몇 조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조가 몇 년이 지나 3조가 됐다고 생각해 보면 2조의 수익이 나는 것이다. 1조를 원금에 보태 재투자를 하면 1조를 우리 대학이 쓸 수 있는 것이다. 그 정도면 서울대 동문과 뜻 있는 분들이 충분히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숫자 하나 더 언급하고 마치겠다. 우리나라에 300억 원 이상의 자산가가 8천 명 있다. 이들이 평균 1,500억 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합치면 1,200조 원이다. 그 정도의 부를 가지고 있는 나라임에도 자산가들에게 제대로 호소하지 못해서 그 돈이 서울대로 오지 않는 것이다. 호소하는 방법을 만들어 끊임없이 시도하고 또 필요하다면 고치겠다. 

10. 데이터 사이언스 교육과 연구 경쟁력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인문사회나 예체능 분야를 덜 언급하신 것 같다. 인문사회나 예체능 분야의 발전 방향에 대해 강조를 부탁드린다. 
시간 여건 상 연건캠퍼스에서는 관련 내용을 건너뛰었다. 그런데 저는 제 자신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또한 인문학을 나름대로 혼자서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외국 분을 한 명 언급한다면 TSMC를 만든 모리스 창은 엔지니어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 전에 인문학 책을 읽는다고 밝혔다. 모리스 창이 TSMC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 그는 남들이 안 갔던 길을 간 것이다. 삼성전자가 DRAM, NAND 사업을 할 때 TSMC는 비메모리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했다. 없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교양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인문학 교육도 제대로 하려면 제대로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익현 교수(경영학과)
1. △의대와 서울대병원의 기금교수 및 임상교수 문제 △본본타 문제 △여성 교원 채용 비율 문제 등이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해당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궁금하다.

먼저 임상교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내가 10년 전 법인화할 때 기금교수 전환을 담당했었는데 당시에 임상교수 문제가 다음 문제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다행히 기금교수 문제는 법인화를 하면서 해결됐다. 내가 파악하기로는 임상교수님들께서 병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상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훌륭한 분들이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심심하지 않게 발생하는 것 같다. 생각건대 가장 큰 이유는 언제 언제 법인 교수로 전환될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10년 전 기금교수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 전환을 단계별로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기획도 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의대 학장 및 병원장과 우수 인력 유출을 방지하고 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의하고 있다. 

다음으로 본본타 문제에 대해서는 김대중 대통령 시대 때 시행이 됐다.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다. 사실 학부 기준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색하다. 해외에서도 동일한 연구만 이뤄져 학문의 다양성이 훼손될까봐 우려하지만 일반적으로 박사 기준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학부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 그래서 첫째로는 기존의 기준을 개선하는 일을 시도하고 싶다. 제안드리고 싶은 것은 그 기준을 다양화하고 재설정하는 것이다. 가령 지금의 기준 이외에 성별이나 외국인 여부, 장애 유무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말 그대로 다양성의 기준을 설정한 다음, 이런 다양성의 기준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충족하는 형식이 된다면 보다 선진적인 시스템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학부 기준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역차별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에 왔는데 이로 인해 계속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 손실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고민했던 부분은 학부 기준에 일정한 유효 기간을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타 대학에 가서 연구를 통해 업적을 축적했으면 그다음에 학부 기준을 없애주는 식의 시도를 하고 싶다. 세 번째로는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오늘날 부작용이 오히려 커지고 있는 만큼, 본본타 규정을 5분의 1정도로 조금 더 완화하는 시도를 하고 싶다.  

2. 의대에서 의학 도서관 재건축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의대의 재정 부담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에 의한 추가 비용 발생 부담이 있다. 총장이 된다면 이에 대해 본부에서 어떻게 지원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본부의 지원에 관해서는 다양한 기준이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 의대 도서관 같은 경우에는 사실 의대만의 시설이라기보다는 연건캠퍼스 전체의 인프라에 가깝다고 본다. 중요한 인프라지만 현재 여기에 대한 본부의 지원 비율이 다른 대학의 평균에 비해 상당히 작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이유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 같다. 그래서 형평성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다는 기본적 생각이 있다. 전·현임 학장님들의 노력을 통해 모금한 부분과 본부의 재정이 합쳐져 진행이 되고 있다. 실제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본부도 지원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각 단과대도 의욕을 갖고 열심히 참여해야 한다. 이들이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동인이 바로 적절한 지원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단과대가 열심히 노력해서 일정 정도의 모금을 이뤘는데 그만큼을 빼고서 지원한다면 누가 열심히 하겠는가. 그래서 그런 구조의 측면에서도 형평성을 유지해야 서로 열심히 노력하고 또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대학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형평성 문제에 대한 접근을 통해 더 열심히 노력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2020년 서울대와 서울대병원 간의 협약에 의해 간호대의 관악 이전 계획이 결정된 바 있다. 신축 이전과 관련해 물가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이 예상되고, 건물 증축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재정 부담이 존재한다. 협약 주체인 서울대 본부가 간호대 이전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간호대의 관악 이전은 나도 상당히 오래전부터 마음에 있던 프로젝트다. 과거 본부에서 일을 할 때도 여러 간호대 학장님이 노력하시는 모습을 봐 왔고 재정 문제와 관련해 아이디어를 드린 적도 있다. 그렇기에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이 더욱 컸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도 많이 됐다. 서울대는 종합대학인데, 간호대 학생들이 연건캠퍼스에만 있다 보니 종합대학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종합대학의 구성원으로서 기여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이라든가 신축 계획을 세우다 보면 여러 요인에 의해 공사비가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재원 문제에 대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나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지원을 해야 할 것이고, 의대를 비롯한 단과대에서 도서관 재건축이나 간호대 이전과 관련해 모금 활동을 할 때 총장으로서 적극적으로 함께하려 한다. 이전에는 단과대의 모금과 본부 전체의 모금을 약간 경쟁 구도로 생각하는 태도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과대 모금이 활성화되고, 총장은 또한 새로운 영역의 모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금 행사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는 한편 정부 출연 예산에서도 최대한 우선 순위를 봐서 열심히 지원하도록 하겠다.

4. 관악캠퍼스와 연건캠퍼스 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점은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 멀티캠퍼스 간의 교통망과 관련해 어떤 전략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교통의 연계 방안을 질문한 것 같다. 사실 교통 연계의 부족이 괴리감이나 격리감의 원인이 된다. 연건캠퍼스에 있는 분들이 관악캠퍼스와 이질감을 느낀다는 말씀을 많이들 한다. 본부에 회의를 하러 오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리다 보니 이동 자체를 주저하게 되고, 그 결과 점점 더 서로가 분리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연결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실질적 대면에 의한 연결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셔틀버스나 카풀 운영에 대해서도 계속 검토할 것이다. 동일한 문제가 평창캠퍼스에서도 지적됐고, 현재 셔틀버스를 운영 중인 시흥캠퍼스에서도 버스가 부족하다는 말들이 있다. 캠퍼스 구성원 간의 괴리감을 없애는 일은 연구와 학생 성장 모두에 중요한 일이다. 이런 목적 의식 하에 캠퍼스 간 이동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 

5. 서울대에는 4개의 부설 초·중등학교와 부설학교를 관장하는 부설학교 진흥원이 있다. 부설학교 교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동시에 부설학교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궁금하다.
10년 전 법인화를 할 때 부설학교를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의 가족으로 오게 하는 것이 큰 프로젝트였다. 현재 문제는 부설학교가 법적으로는 서울대의 가족이나,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서울대 가족으로 진심 어린 인정이 이뤄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는 본질적으로 고등교육 기관이라 대부분 교수님들이 고등교육에 한정해 생각한다. 그러나 부설학교가 서울대 가족으로서 우리나라의 공교육 혁신과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부설학교에 오신 교수님들은 일반 교사의 권리를 많이 포기하고 우리나라 공교육에 기여하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헌신하는 분들이다. 이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교육 발전을 위해 여러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이분들이 우리 교수님들과 관련된 연구 수단 등의 부분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 부설학교 교원들이 공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울대 가족으로서 여러 부분에서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이분들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6. 학문 단위의 자율성 존중 및 자율성의 효과적 배분에 대해 언급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 우선적으로 어떤 구체적 접근이 필요한지, 그 과정에서 단과대학 차원의 변화나 책임을 어떻게 요구할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법인화의 핵심이 바로 자율성이다. 자율성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첫째는 우리가 자율성을 완전히 확보했느냐 하는 문제인데,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다. 두 번째는 우리가 가져온 자율성 그리고 가져올 자율성을 앞으로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서울대 전체 발전의 조정자로서 본부가 가져야 할 자율성과 각 단과대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성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연건캠퍼스의 확장 등 서울대 캠퍼스의 장기적 플랜과 관련된 사안은 전체적인 조정이 필요한 일이다. 개별 단과대만 개발되면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본적으로 단과대만의 특성이 존재하고, 각 단과대의 상황을 해당 대학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단과대의 발전 전략에 관한 자율성 역시 보장해야 한다. 이때 자율성은 당연히 서울대 전체의 발전, 서울대의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 그것을 망가뜨리는 자율성은 인정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단과대학의 발전이 서울대 발전으로도 이뤄지지만, 서울대 전체의 가치에 상충되는 부분은 본부가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조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7. 산학 이노베이션 강화와 혁신 생태계 구축에 400억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보수적인 금액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대학이 모든 연구에서 전체적인 과정을 담당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다. 가령 우리가 AI를 연구하는데 구글이나 삼성전자의 여러 시설이나 재원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기업, 대학, 정부, 지자체 각자의 핵심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사실 어떤 투자를 하면 그 투자금이 회수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지금 희망하는 것은 임기 중 투자한 부분에서 4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고, 앞으로 미래에 10배, 100배의 수익이 나올 씨앗을 뿌려 키우는 것이다. 400억 원 투자를 마치고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 

*본본타 규정: 1999년부터 적용된 타교 출신 3분의 1 임용 규정의 속칭.
*사일로 현상: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자기 부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서 이기주의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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