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용 기자(취재부)
박지용 기자(취재부)

기사를 쓰다 지칠 때면 종종 학보사 생활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일까 떠올려 보고는 한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자가 아니었다면 미처 만나지 못했을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정년 퇴임을 앞둔 교수부터 우연히 도서관 앞을 지나던 학생까지, 수많은 이들이 “『대학신문』 기자인데 간단한 인터뷰가 가능하실까요?”라는 말 한마디에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 주고는 했다.

이번 청년 정치 기사를 준비하면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다섯 명의 청년 당원은 소속된 정당도, 정치적 목표도 가지각색이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학생 신분이었기에 공개된 지면에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것이 부담될 법도 했다. 그렇지만 인터뷰이 모두가 정당에서 활동하며 느낀 바를 진솔하게 말해줬다.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궁극적인 목표, 정당 활동을 하며 받았던 상처와 자신이 생각하는 청년 정치의 방향까지.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도 ‘오프 더 레코드’까지 포함해 가며 내게 답변해 주는 모습에서 나는 그들의 열정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전공 수업에서 시를 한 편 읽는데 문득 청년 당원들과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였다. 시인은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인터뷰를 떠올려 보자.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이후 기자가 얻는 것은 취재원이 가진 생각의 아주 조그만 일부분일 뿐이다. 기자는 그 조각을 다른 조각과 연결해 기사의 주제에 맞게 재구성한다. 그러나 그 작은 조각은 분명 인터뷰를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포함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그 시간만큼의 사람이 내게로 오는 것이다.

취재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삿거리가 될 만한 발언에 집중하느라 그 이면의 사람을 잊지는 않았는지 새삼 반성하게 됐다. 청년 정치를 바라볼 때도 우리는 흔히 정당이나 나이를 기준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 한다. 그러나 내가 만난 청년 당원들은 ‘청년 정치’라는 단순한 명명법이 무색해질 만큼 다양한 정치적 빛깔을 보여줬다. 정치권 안팎의 모든 청년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꼭 인터뷰를 통해서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온다는 것은 어쩌면 ‘어마어마한 일’ 아닐까. 언론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이 그 목소리의 가치를 인정하고 귀 기울일 준비가 됐을 때, 청년 정치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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