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대학생 당원의 눈으로 바라본 청년 정치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의 주요 화두는 ‘청년’이었다. 대선 후보들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각종 공약을 내놓으며 젊은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과 같은 주요 정당은 청년위원회와 대학생위원회를 운영하는 한편 대학에도 지부를 설립하며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자 하고 있다. 『대학신문』은 실제 정당에 소속돼 활동하는 청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의 다양한 정치 참여 방식을 들어 봤다.

 

 

청년의 정당 활동은 어디서 이뤄질까?

법적으로 청년은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하는 당선인 통계 등 정치권에서 ‘청년’은 40세 미만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에 따라서는 만 45세까지 청년 당원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들 청년은 가장 간단하게는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한다. 나아가 정당에 가입한 사람 중에는 당원 가입에서 끝나는 청년이 있는 한편, 꾸준히 당비를 납부하거나 대학지부, 대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정치 경험을 쌓는 청년도 있다. 큰 꿈을 안고 직접 정당 소속 후보나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대학지부는 정당이 캠퍼스로 다가간 형태로, 정치에 관심 있는 대학생 당원이 가장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정의당 서울대 학생위원회 변현준 위원장(사회학과·20)은 “현실적으로 당내 모든 조직이 청년과 학생을 환대해 주지는 못한다”라는 아쉬움을 드러내며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대학지부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대지부 양재표 지부장(정치외교학부·20) 역시 “대학지부는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활발하게 대화하는 공간”이라며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후보들의 공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정책 스터디를 진행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대지부 정동수 지부장(건설환경공학부 박사과정)은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활발한 활동을 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보수적 가치에 관한 명저를 읽고 토론하는 등 다양한 모임을 가질 생각”이라며 “젊은 보수 정치인이 대학지부를 통해 풀뿌리부터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캠퍼스라는 공간에서 활동하며 느끼는 어려움은 없을까. 변현준 위원장은 “현재 학생 운동 상황에서는 소위 ‘정당 묻었다’라는 것이 오히려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 같다”라며 학내 사안에 관해 정의당 학생위원회의 이름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변 위원장은 “학생위원회 차원에서는 관악사 화재 사건 당시 국회의원을 통해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정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양재표 지부장 역시 “대학생들이 정치 양극화 때문에 정치적 의견 표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라며 대학지부 가입을 홍보하거나 권유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학지부를 넘어 대학생위원회로

대학지부가 같은 캠퍼스 내의 당원이 함께 모인 공간이라면, 대학생위원회는 전국 혹은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각기 다른 대학의 대학생이 모여 구성된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대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한 의왕·과천 지역 김창범 대학생위원장(광운대 로봇학부·17)은 “대학생위원회는 주로 직업 정치인이나 국회 보좌진을 꿈꾸는 대학생이 성장해 나가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위원 수가 많고 참여가 활발한 서울시당은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경기도당에 비해 주기적인 모임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라며 시도당 상황에 따라 대학생위원회 활동에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현준 위원장은 정의당 서울시당에서 대학생위원회와 청년위원회의 역할을 하는 청년학생위원회의 위원장도 맡고 있다. 변 위원장은 “사회운동의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캠퍼스 차원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활동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학생위원회와는 별개로 청년위원회도 운영된다. 청년위원회는 대학생위원회보다 더 넓은 연령대를 포괄한다. 김창범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회는 만 29세 이하, 청년위원회는 만 45세 이하라는 조건이 있다”라며 “대학생위원회와 청년위원회 동시 활동도 가능하나, 두 위원회의 성격에는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학생위원회가 아직 직업이 없는 대학생이 정치를 시작하는 공간이라면 청년위원회에는 자영업을 하거나 이미 사회 단체에서 활동 중인 분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광주시당 대학생위원회 정현로 부위원장(조선대 경제학과·18) 역시 “광주시당의 경우 청년위원회 위원이 당원 모집과 같은 실무적 역할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대학생위원회는 주로 광주시당 정책에 대한 토론 및 홍보 활동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치를 시작한 학생들, 그들의 기대와 현실

학생들이 정치를 시작하고 정당에 가입하게 된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정치 사안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다는 정동수 지부장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나 방역 정책을 보며 느낀 분노와 정권 교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당 가입과 적극적 활동의 이유”라고 밝혔다. 정현로 부위원장은 “내가 사는 지역 사회가 정치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정당 간 경쟁을 통해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라며 자신이 정치를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정당에 가입하기 전과 비교한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변현준 위원장은 정당 가입 전후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입당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정당에 가입한다는 게 마치 위험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사실 전혀 아니다”라며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당비만 후원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양재표 지부장은 “정당의 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할 권리를 얻게 되니 정치적 사안을 쉽게 판단하고 넘어갈 수 없게 됐다”라며 “뉴스를 접할 때도 책임감을 갖고 정당의 미래를 고려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정동수 지부장은 “우리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사람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라는 플라톤의 격언을 언급하며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치 참여 과정에서 때로는 현실적인 고민과 마주하기도 했다. 양재표 지부장은 “정당 활동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스펙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기에 개인적인 고민이 생긴다”라면서도 “공적인 일에 작게라도 책임 있게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활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현준 위원장은 규모가 작은 정의당의 상황을 언급하며 “당내에서 성장해 나가도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현로 부위원장은 직접 지방선거에 출마하며 느낀 어려움을 전했다. 정 부위원장은 “최소한의 금액으로 기초의원 선거를 치른다 해도 1,000만 원 정도는 드는 게 현실”이라며 비용적인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 남구 나 선거구의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으나, 현재는 직업 정치인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출마 사실이 알려져 학교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난 상황에서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를 비하하는 글이 올라오니 일상생활이 많이 위축됐다”라며 “지금 당장은 직업 정치에 대한 생각이 없으나 광주에서 보수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당선되도록 돕는 것은 여전한 목표”라고 말했다.

 

청년 정치가 나아갈 방향은?

한국의 정치 현실 속에 청년을 위한 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청년 정치참여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제21대 총선 당시 40세 미만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33.8%를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된 국회의원 중 30세 미만 의원은 2명, 30세 이상 40세 미만 의원은 11명으로 2030 의원은 전체 국회의원의 4.3%에 불과했다. 김윤철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역 기반의 정치 구조에서는 지역 유권자와 기성 정치인이 맺고 있는 관계망을 깨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며 새로운 정치 세력이 진입하기에 현재의 정치 지형이 청년 세대에게 호의적이지 못함을 지적했다.

기존의 제도 역시 젊은 정치인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청년 정치인과 유권자를 연결하는 정치 에이전시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는 “젊은 정치인은 실력을 쌓기 위해 정치권에 나가야 하는데, 출마 과정에서 정보나 노하우를 알기 어려우며, 지역구 출마를 위한 정당의 공천 과정이 불투명해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라며 “그로 인해 지역구 기반의 지지 세력이 부족해지고, 출마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장선화 교수(대전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역시 실질적으로 정당을 통하지 않고서는 정치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장 교수는 “최근 전통적 정당 조직의 중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당은 여전히 정부의 구성과 유권자 동원 등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라며 그 이유로 비례대표 의원 비중이 작고 지방선거 공천을 정당이 독점하는 한국의 정치 구조를 들었다. 또한 그는 “정당 내 후보자 공천 방식과 절차, 정당 내 의사 결정 구조와 같은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신진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학생위원회나 청년위원회와 같은 청년 조직이 젊은 정치인을 육성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정현로 부위원장은 “당장 나만 해도 대학생위원회가 아니었으면 구의원 출마까지 결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치를 꿈꾸면서도 어떻게 정치권에 발을 들일지 모르는 사람에게 대학생위원회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답했다. 반면 김창범 위원장은 대학생위원회가 우선 내부 인적 자원을 육성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생위원회를 통해 당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있지만, 자발적으로 당에 들어온 사람을 키워내는 게 먼저”라며 “몇십 년 뒤 당을 뒷받침하는 세대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세대가 그려낼 청년 정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장선화 교수는 “청년 정치 의제는 젠더를 넘어 동시대 청년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의 대안을 중심으로 제기돼야 한다”라며 청년의 정치 참여를 통해 이전 세대가 겪지 못한 현 청년 세대의 위기를 반영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장기적인 전망을 그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청년이 주체가 돼 담론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변현준 위원장은 “현재의 청년 정치 담론 속 청년은 위로부터 만들어진, 재정의된 청년”이라며 “청년들이 직접 아래서부터 쌓아 올라가는 운동이어야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자들이 만난 청년은 오늘날의 청년 정치 담론에 대해 “청년 세대 내의 다양성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이라는 이름표를 떼고서도 실력 있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정당 정치 속 청년의 제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도 단일한 정체성을 지닌 ‘청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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