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법학관2(17동) 403호에서 총장예비후보자 기호 1번 이철수 교수(법학과)를 만났다. 

 

1. 자신의 최우선 정책을 꼽자면?

학술림 무상 양여를 위한 대응이다. 이는 내가 16대 평의원회 의장으로 활동할 당시 만장일치로 의결된 사항이다. 학술림은 융복합 연구의 실험 기지일 뿐 아니라 대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ESG 연구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서울대 미래의 보고(寶庫)다. 현행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22조에 국유재산과 공유재산의 무상 양도에 관한 규정이 있고, 정부는 학술림 양여를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에 학술림 무상 양여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다.

2. 학과·전공 간 장벽을 허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초 학문 보호 및 육성에 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새로운 학문의 등장이 기초 학문의 입지를 좁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 부품이 제 기능을 다해야 훌륭한 자동차가 나오는 것처럼 기초 학문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다만 기초 학문도 과학 및 사회와의 접점을 통해 현대 사회를 고려한 연구를 활발히 수행해야 한다. 물론 기초 학문은 융복합 학문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연구를 담당한다는 점도 인정한다. 융복합 연구에서 얻은 이득이 기초 학문의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자원을 균형적으로 배분하겠다.

전공 간 장벽을 허무는 것은 이 시대 교육과 연구의 기본 목표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개별 학문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여러 학문 간 통섭의 기회를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개별 학문의 수월성이 확보돼야 학문 전반의 수월성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3. 서울대가 좋은 연구자를 양성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서울대가 양성한 연구자가 글로벌 인재로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학문 후속 세대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정신’을 녹여내는 학교의 역량이 관건이다. 또한 교육 혁신이 연구 혁신으로 이어지기에 수요자 중심의 교육 개편을 통해 학부 과정에서도 학문 후속 세대의 폭을 넓히고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4. 후보자가 언급한 ‘서울대 정신’은 무엇인가? 

요컨대 한국적 가치의 재발견이다. 이는 특정 학문 분야에서 한국의 사례가 국제적으로 연구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으며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이런 한국의 특수성이 연구에서 등한시돼서는 안 된다. 게다가 한국의 사례를 자국 정책에 참고하려는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적 특색이 담긴 연구는 의미가 있다. 이것이 서울대가 국립대학법인으로서 국격을 높이는 일에 기여하는 방법일 것이다.

5. 생활협동조합(생협) 및 학내 식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 해결 방안이 있다면?

기획처장 재임 당시 천원 학식 정책의 문을 연 사람으로서 식사 문제 해결이 복지 분야의 최우선 과제라고 본다. 본부에서 생협으로 지원금이 넘어가는 절차에 관해서는 현행법상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본부가 생협을 결코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본부가 생협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적절한 경로를 모색해 가야 할 것이다. 기부금을 모으는 전략도 생각할 수 있다. 

6. 출퇴근 시간에 서울대와 서울대입구역 사이의 교통 혼잡 문제가 심각하다. 학내외 교통 문제의 해결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셔틀버스 줄이 지나치게 길고 노선 대부분이 주로 행정관을 통한다는 불편함을 안다. 이를 해결하려면 노선 변경뿐 아니라 셔틀버스의 대수 증원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자체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신림선 경전철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이다. 한편 학교 가용 자산이 많아진다면 친환경 캠퍼스를 위해 전기 셔틀버스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학교가 이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7. 서울대는 연건, 평창, 시흥 등에도 캠퍼스를 두고 있는데, 캠퍼스 간 비균형적 발전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개별 멀티캠퍼스의 특징을 이해한 뒤 이를 토대로 맞춤형 연계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융합의 공간이자 국제적 전진 기지 역할의 시흥캠퍼스 △친환경 그린 바이오 연구와 남북한 교류 협력의 거점이 될 수 있는 평창캠퍼스 △바이오 연구 및 헬스의 중심지로서의 연건캠퍼스 등 각 캠퍼스의 고유한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연계 전략을 구상하겠다.

8. 서울대 국제화의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 달라. 

아웃바운드 전략은 한국적 가치를 담은 연구의 확산과 관련된다. 공적개발원조(ODA)나 한국형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서울대의 역할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 학생과 교원에게 적절한 복지를 제공하는 인바운드 기반도 갖춰야 한다.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과 더불어 다양한 혜택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언어 장벽 해소가 중요하다. 외국인 학생이 한국어 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질 좋은 한국어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연구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9. 서울대의 다양성 증진과 소수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 있다면?

2016년부터 4년간 다양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은 교육과 연구의 다양성 차원에서도 필요하며 이는 학교의 품격과 관련된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공약을 이행할 것이다.

첫째, 전임교원의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 이는 본본타 법령*을 개정해 실현할 수 있다. 현행 본본타 법령에서 타교를 뜻하는 ‘타’를 ‘타교 또는 여성’으로 확장하는 대신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개정 방식을 생각 중이다. 더불어 학내 의사 기구에 여성 교수의 참여 비율을 높이고 여교수회와 상시 소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수렴하겠다.

둘째,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할 것이다. 수업 참여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에 맞춰 지원하겠다. 특히 저상 셔틀버스 도입을 비롯해 안전한 캠퍼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구성원의 목소리를 세심히 고려할 예정이다.

셋째, 외국인 구성원의 경우 의견 청취나 다양성위원회와의 논의 등으로 맞춤 지원책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학내 문화 확산을 위해 인권센터를 비롯한 기존 학내 기구를 지원하겠다.

10. 현재 학내 거버넌스 구조를 진단해 달라.

각 교육 단위나 구성원 개인의 의사 존중은 필수적이다. 특히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 단과대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내 기본 철학이다. 가능한 방법 중 하나로는 학사위원회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 있다. 다만 통합 관리 및 미래 전략과 같은 기획 부문은 본부가 효율적으로 담당할 수 있게 체계를 개편할 것이다.

또한 평의원회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하겠다. 현행법상 교직원만 평의원회 의원이 될 수 있으나 개정을 통해 학생도 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 한다. 평의원회의 구성과 참여 비율은 학내 민주주의 정도를 판단하는 시금석이기에 직원과 학생의 참여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향성이 적절하다. 

11. 지난 4년간 서울대의 모습을 진단해 보자면?

서울대가 2019년 세법 개정을 통해 비과세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점과 신속 분자진단 검사와 비대면 수업 등을 활용해 코로나19로 인한 내부 혼란을 최소화해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한다. 다만 최근 서울대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대외적으로 서울대의 위치를 재정립하고 내부적으로는 조직의 소통 및 활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12. 책임부총장제를 도입해 의사 결정을 분권화하는 방식을 언급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총장의 역할은 △대외 협력 △재정 확보 △조직 문화 개선 및 활력 제고의 세 가지다. 특히 서울대에는 다양한 갈등 요인이 내재돼 있고 교육 혁신 과정에서 집단 간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 문화 개선에서 갈등 관리는 필수적이며, 이는 총장의 몫이다. 그러나 총장이 자신의 대외적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학사 관리나 대내적 실무는 책임부총장이 전담하는 것이 좋다.

13.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숙형 대학 (RC) 공약을 밝혔는데 관악학생생활관의 부족한 공간 등 남은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 같다.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RC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현재 본부에서 2028년도에 부분적 관악 RC 도입을 구상 중이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기숙사 수용률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실적 대안으로 시흥캠퍼스 부지를 활용해 신입생 대상 RC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관악캠퍼스에서는 정규 수업을 듣고, 시흥캠퍼스에서는 비교과과정을 통해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도록 해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주거비나 교통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14. 후보자가 생각하는 재정의 효율성이란 무엇이며 그 운영 방향은 무엇인가?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재정 절약과 더불어 모아둔 자본금을 필요한 곳에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닦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기획처장 재임 당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체계적인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자재공동구매(MRO)*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근본적으로 재정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 개정을 비롯한 여러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예산을 확보하는 경로를 다각화해야 한다. 대학은 △소액 기부 △자교의 유형자산을 활용한 투자 수익 △연구를 통한 지식재산 수익을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다. 앞서 언급했듯 소액 기부는 RC를 통해, 투자와 연구를 통한 수익은 학술림의 무상 양여를 통해 점진적으로 재정을 충원할 것이다.

*미네소타 프로젝트: 6·25전쟁 후 미국이 주도한 서울대 재건 프로그램.

*본본타 법령: 교원 중 3분의 1을 타교 출신으로 임용해야 한다는 규정. 

*전사적자원관리: 인사·재무·생산 등 기업의 전 부문에 걸쳐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관리시스템 경영자원을 통합 시스템으로 재구축하는 경영 혁신 기법.

*자재공동구매: 직접 원자재를 제외한 소모성 자재와 간접 자재를 의미.

 

사진: 김혜원 기자 wp0077@snu.ac.kr

인포그래픽: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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