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화 전임 편집장
채은화 전임 편집장

“그러게. 왜 독일까지 갈까.”

독일 취재는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가지 못했던 해외 취재가 가능해진 차에 한국 극우 단체가 베를린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시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지도 몰랐던 게 조금은 부끄러웠고, 이를 철거하고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일본 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한국 극우 단체를 보니 화가 났다. 마침 친한 언니가 관련 단체에 인턴을 하러 간다기에 취재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게 독일어는커녕 영어도 능숙치 않았던 나는 무작정 독일로 떠났다.

모든 일에는 자신도 모르는 숨겨진 이유나 목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충동적으로 떠난 독일이었지만, 돌아보니 이는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일본 정부의 계속된 책임 회피와 역사 왜곡, 이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켜보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고민했고, 한편으로는 이 문제가 일본 정부가 사과하고 보상한다면 끝나는 문제일까 고민했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독일에서 그 답을 찾았는지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2차 세계대전의 잘못을 반성하고 역사를 기억하는 독일이라면 상황이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독일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그리 잘 알려진 것도 아니었으며 오히려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독일 정부·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기관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했다. 

그럼에도 독일에서의 취재를 통해 느낀 것은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결코 과거의 문제만 다루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독일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 성폭력 문제를 드러내고 이에 저항하는 상징물로 자리하듯,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전시 성폭력 문제, 나아가 여성 성폭력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싸우는 투쟁의 과정이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조금은 얻은 듯 하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취재하러 왔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내게 호의를 베풀어 주셨던 취재원들과 만났던 모든 분들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분량상 해 주신 많은 이야기들을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기사를 작성하기까지 해 주셨던 이야기들을 수없이 곱씹으며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아가 평화를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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