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매니지먼트센터(59-1동) 601호에서 총장예비후보자 기호 3번 남익현 교수(경영학과)를 만났다.

1. 자신의 최우선 정책을 꼽자면?

재정 확충이다.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좋은 계획이 여럿 있음에도 그것을 실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은 재정이었다. 학생에게 건강한 식사를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는 것, 학생이 해외에서 공부할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 학문 후속 세대를 지원하는 것 등 재정이 바탕이 되는 정책이 많다. 재정 확충에 가장 신경 쓰려고 한다.

2. 학과·전공 간 장벽을 허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초 학문 보호 및 육성에 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기초 학문과 응용 학문 모두 가치가 크고 지원이 필요하지만, 두 분야의 지원 방식은 차별화해야 한다. 공학이나 경영학 같은 응용 학문은 세상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일을 해야 하므로 자율성을 주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초 학문은 그 가치를 존중하고, 재정과 인재와 관련해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 응용 학문에서 재원을 마련해 이를 기초 학문에 지원하고, 기초 학문이 탄탄해지면 그 연구를 바탕으로 응용 학문이 발전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덧붙여 ‘기초 학문 보호’라는 말은 기초 학문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지 못한다고 느껴지기에 보호라는 말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3. 서울대가 좋은 연구자를 양성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현재 학생이 학문에 뜻이 있어도 공부를 하는 데 기본적인 지원을 대학에서 받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학문에 꿈이 있는 학생들마저도 그 길이 불안해서, 혹은 다른 분야가 너무 좋다는 이야기에 흔들려서 다른 길로 가는 것은 서울대가 방지해야 한다. 이런 학생들이 공부나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학금이나 생활비 지원 등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보다 본질적으로는 학업 이후 전개될 미래가 희망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4. 생활협동조합(생협) 및 학내 식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 해결 방안이 있다면?

학생이 건강한 식사를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대학의 기본적 의무다. 주말에 식당이 열리지 않는 경우는 수요가 적어 단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말에 학교에서 공부 및 연구를 하려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들에 대한 학교의 지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질이 좋은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하려면 손실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를 원가 차원에서 따질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교육 인프라로 생각해야 한다. 재원은 모금이나 추가 예산 확보 등으로 학교에서 보조해야 한다.

아울러 경영학자로서 현재 학식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음에도 품질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에 관심이 크다. 학식을 학교가 보조해주려면 음식 질의 직접적인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 학생들의 후기를 받아 품질 만족도나 개선 정도와 본부 보조금을 연동시키면 좋을 것 같다.

5. 출퇴근 시간에 서울대와 서울대입구역 사이의 교통 혼잡 문제가 심각하다. 학내외 교통 문제의 해결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단기적으로는 셔틀버스의 대수를 늘려 배차 간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문제는 서울대입구역이 서울대 입구에 있지 않아서 생긴다. 신림선이 정문 근처에 개통됐는데, 학교 내부까지 연결되는 노선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얼마 전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학생들을 만났는데, 휠체어 이용자는 버스를 타기 힘든 환경이라고 들었다. 저상 버스를 통해 장애인 학생들이 일정 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각 중이다.

6. 서울대는 연건, 평창, 시흥 등에도 캠퍼스를 두고 있는데, 캠퍼스 간 비균형적 발전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각 캠퍼스 간 교통 연결이 취약하다. 그나마 관악‒시흥 사이에는 셔틀버스가 운영되지만 그 외 나머지 캠퍼스는 고립된 느낌이다. 교통이 연계된다면 공동 연구가 활성화되는 등 여러 문제가 개선될 것이다. 정서적인 분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서울대 운동회나 합창대회 같은 캠퍼스 간 단체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복지의 차별이 있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 연건캠퍼스의 경우 부지, 식사 서비스, 운동 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이와 같은 캠퍼스별 비균형적인 복지를 극복해야 한다.

7. 서울대 국제화의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달라.

제일 바람직한 것은 전 세계 인재가 서울대로 오고 싶어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서울대 교육과 연구가 세계 정상 수준이 돼야 한다. 인바운드 부분에서 외국인 학생과 교수가 편안하게 교육을 받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 기숙사 등 거주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더불어 영어 과목 개설 활성화도 필요하다. 또한 학내 공문에 영어를 병기하는 등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개방성 확대 및 행정적 지원과 국제화의 불일치 해결도 필요하다.

아웃바운드와 관련해서는 학생들이 글로벌 시각을 갖도록 하는 기회가 굉장히 중요하다. 외국 학생과 어울리면서 공부하는 것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시야를 넓힐 기회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는 ‘SNU in the World Program’(스누인) 같은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싶다. 또한 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를 해외로 확장할 수 있게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에서 해외 기업, 기구와 관련된 정보도 제공하면 훨씬 좋을 것이다.

8. 서울대의 다양성 증진과 소수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 있다면?

다양성 증진 및 소수자 보호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정책보다도 철학의 문제를 얘기하고 싶다. 밭에 한가지 식물만 심으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전부 죽지만, 여러 식물을 심는다면 다양성이 유지되면서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좋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구성원이 다양해야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 새로운 발전을 할 수 있다.

소수자 보호도 의무로 보기보다는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회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아가 소수자라는 정체성과 무관하게 상대방을 존중하고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인정하는 문화가 서울대에 자리 잡으면 좋겠다.

9. 현재 학내 거버넌스 구조를 진단해달라.

우선 본부와 단과대에 의사 결정 분야를 잘 배분해 각자가 자율성을 얼마만큼 가질 것인지 효율적으로 분할해야 한다. 각 단과대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각자의 특성에 맞게 발전 전략을 직접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전체와 관련된 분야거나 단과대의 발전 전략이 서로 부딪힐 때 이를 본부가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10. 지난 4년간 서울대의 모습을 진단해 보자면?

세금 문제가 잘 해결됐다. 국립대일 때는 세금을 부담하지 않았으나 법인화된 후 재산세 등을 납부해야 했는데, 오세정 총장이 이를 해결했다. 또한 본부 보직자의 여성 비율이 획기적으로 올라가며 성별 다양성이 개선됐다. 아쉬운 점은 법인화가 된 만큼 자율적으로 여러 규정 정비를 해야 하는데 그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것이다.

11. 서울대의 인재상 공론화 및 이에 부합하는 선발 시스템 구축을 내세웠다. 서울대의 인재상이 무엇인가? 

인재상을 내가 제시하고 싶은 것은 아니며 제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단지 우리가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하는지 다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어떤 인재상을 추구할지가 명확해야 그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 있다. 그리고 입학생이 우리가 바라는 인재가 되도록 교육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신분이나 학문 분야별로 생각이 다르겠지만 공론화를 통해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지적 역량만큼 리더십, 공감 능력, 창의성 등의 품성도 굉장히 중요하다. 대학이 지식만 전달하는 기관은 아닌데, 그동안 품성적인 면에 너무 소홀했다. 대학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서울대 학생들이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인재로 탄생했으면 좋겠다.

12. 반드시 간소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사·행정·재정 규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행정의 목적이다. 현재 각종 행사 관련 비용이 특정 기준을 넘는지 행정적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하며 예산 산정 기준도 일률적이고 과도하게 복잡하다. 하지만 적정 예산 범위 내에서 실비 정산 방식으로 바꾸면 행정 업무도 줄고 교수도 훨씬 편하다. 출석부를 오랜 기간 보존하도록 요구하는데, 수업은 출석이 목적이 아니라 교육과 학습이 목적이다. 오히려 출석을 부르는 시간을 교육에 투입하는 것이 학습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교육·연구의 진작이라는 대학의 본질적인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바탕으로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13. 서울대의 재정 인프라 운용을 평가한다면?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현재의 재정 운영은 지나치게 안정성에 치우쳐 있다. 예를 들어 발전기금의 경우 정기 예금으로 운용한다면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초과 수익이 나지 않는다. 이제는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분야별 투자 비율을 계획해 위험 부담률을 조정하는 것을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이라고 한다. 이때 위험하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고 어떻게 투자할지 계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 예일대의 경우 전 세계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률을 거두는 재정 운용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투자에 여러 제한을 두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극복할 필요는 있지만, 더 적극적인 운영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덧붙여 서울대가 가진 각종 재산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

14. 발전기금 확보 및 수익 사업 강화를 통한 재정 독립성 강화를 주장했다. 이와 같은 구상이 여태껏 실현되지 못한 이유를 진단해 보자면?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법인화 후 수익 사업이 가능해졌지만 ‘본질적으로’ 교육·연구와 연관돼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런데 서울대가 학문 지원에 수익을 사용한다고 하면 부동산 임대업이라도 허용되게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대의 자산 관리 회사를 새로 만들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서울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바꾸고 싶다.

아울러 발전기금 운영 역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잠재 기부자 발굴에 소극적이었다. 기부자 발굴을 위해서는 총장과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발로 뛰어야 한다. 발전기금 상임 이사와 기획처장으로 일한 경험에 따르면 우리가 다양한 비전을 제시해 상대방을 설득해야 모금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제시한 비전을 기대 이상으로 착실히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기부자에게 예우해야 한다. 그러면 기부자가 재기부를 하게 되면서 꾸준한 기금 확보를 할 수 있다.

사진: 하주영 기자 sisn02@snu.ac.kr

인포그래픽: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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