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사회과학관(16동) 422호에서 총장예비후보자 기호 2번 유홍림 교수(정치외교학부)를 만났다. 

1. 자신의 최우선 정책을 꼽자면

서울대의 대전환을 이끄는 새로운 배움과 경험의 플랫폼, 융복합 연구 플랫폼, 아웃리치 플랫폼이 서로 연결돼 시너지를 발휘하는 생태계가 내가 그리는 서울대의 모습이다. 가장 먼저 새로운 배움과 경험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학부 기초대학을 중심으로 △기숙형 교육(RC) △SNU Commons(SNU 커먼즈) △액티비티 카페 등에서 학생들이 서로 어울려 배움과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길러지는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소통과 협업 능력, 세계 시민성과 탁월한 전공 역량이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2. 학부 기초대학 및 SNU 커먼즈, 액티비티 카페 공약이 기존의 공유 시설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가?

학부 기초대학은 지식이 아니라 협업과 세계 시민성 등을 체득하는 새로운 배움과 나눔의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토론과 프로젝트 중심의 ‘베리타스 세미나’(Veritas Seminar)를 핵심 교과목으로 운영하겠다. 

또한 문화관‒행정관‒학생회관을 가로로 잇고 중앙도서관과 행정관 앞 잔디를 세로로 연결하는 SNU 커먼즈를 조성하겠다. 현재 행정관이 중앙에 있는데 대학의 중심에는 항상 교육과 소통이 있어야 한다. 액티비티 카페는 학생들이 쉽게 모여 프로젝트나 창업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 

3. 학과·전공 간 장벽을 허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초 학문 보호 및 육성에 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미래 학문의 방향을 찾고 선도해야 할 서울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초 학문을 보호하면서 새로운 융합과 응용의 가능성도 모색해야 한다. 모든 지식은 공공재의 성격을 갖기에 기초 학문과 응용 학문의 상호 지지와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학문진흥위원회를 강화하고, 기초 학문 자원과 후속 세대 육성 사업의 재원을 확충하려 한다. 특히 후학 양성을 위해 생활비를 포함한 대학원생 포괄 지원 기금을 조성할 것이다. 또한 학문 후속 세대에 박사 후 연구원도 포함되기에 ‘SNU 박사 후 연구원 양성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4. 서울대가 좋은 연구자를 양성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학부 기초 대학에서 1·2학년을 마친 후 3·4학년 전공 과정을 대학원 석사과정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학·석사 연계 장학 지원과 학부‒대학원 간 크로스리스팅* 등을 시행해야 한다. 학문에 대한 이해가 대학원 진학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서울대는 연구중심대학으로서 후학을 양성하는 대학원 과정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모든 대학원생이 학비와 생활비 걱정 없이 학문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여 대학원생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연수 프로그램과 학술 활동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5. 생활협동조합(생협) 및 학내 식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 해결방안이 있다면?

캠퍼스 내 학생 식당이 부족하고, 영업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생협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가격 인상과 질 저하 문제가 불거졌다. 학생 복지 차원에서 ‘반값 건강한 학식 예산’을 지원하겠다. 그리고 학생회관 식당, 3식당, 301동 식당을 주말과 저녁 시간에 연장 운영해 불편을 줄이겠다. 장기적으로는 생협의 수익 사업을 다변화해서 구성원의 복지 향상에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겠다. 유동 인구가 많은 학외 지역에 기념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6. 출퇴근 시간에 서울대와 서울대입구역 사이의 교통 혼잡 문제가 심각하다. 학내외 교통 문제의 해결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출퇴근 시간에 더 탄력적인 셔틀버스 운영이 필요하다. 총학생회에서 수도권 광역 셔틀버스를 시범 운행 중인데 이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신림선 경전철의 학내 연장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학내 이동 편의 또한 중요하다. 자율 주행 셔틀버스를 도입하고 경사로에 무빙워크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7. 서울대는 연건, 평창, 시흥 등에도 캠퍼스를 두고 있는데, 캠퍼스 간 비균형적 발전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연결하고 함께 성장하는 멀티캠퍼스를 실현하려면 캠퍼스마다 특성화가 이뤄져야 한다. 특성화와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가 중요하기에 멀티캠퍼스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 또한 캠퍼스 간 이동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를 운영하겠다. 현재 시흥‒관악을 잇는 셔틀버스는 있지만 연건‒관악 사이의 셔틀버스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평창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와 같이 수요에 맞춘 멀티캠퍼스 셔틀버스 제공이 필요하다.

8. 서울대 국제화의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 달라.

서울대가 세계 대학 순위에서 항상 부족했던 것이 국제화 부분이었다. 현재의 국제협력본부를 국제처로 승격해서 체계적·장기적인 전략을 추진하겠다. 또한 교육, 연구, 행정 시스템 전반의 실질적 국제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외국인 교원과 학생을 위한 밀착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 대학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거점 오피스와 공동 대학을 세워 교류의 범위도 대폭 확장하겠다. 

궁극적으로는 세계 속에서 배움과 공헌을 실천하는 글로벌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겠다. 한국형 미네소타 프로젝트*인 ‘SNU 파트너십 프로젝트’와 저개발국 대상 ‘SNU in the World Program’(스누인)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모든 국제화 노력은 하나의 가치를 지향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에 서울대 구성원이 기여할 수 있는 해외 원조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겠다.

9. 서울대의 다양성 증진과 소수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 있다면?

서울대는 다양성, 공정, 포용을 실현하는 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성위원회와 인권센터를 강화하겠다. 흔히 다양성을 배려의 차원으로 이해하는데 다양성은 수월성의 기반이다. 학생 입시와 교직원 충원에서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겠다. 아울러 다양성과 인권이 존중되는 문화 형성을 위해 공론장을 활성화하고 보다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일 년에 한 번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정도가 아니라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 이를 학내에서 공론화하고 정치적 인식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10. 현재 학내 거버넌스 구조를 진단해 달라.

법인화 이후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많은 논란이 이어져 왔다. 운영 주체의 권한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대표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한편 의사 결정 구조가 너무 중앙 집중적이라는 비판과 단과대의 거부권이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혼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거버넌스 문제의 핵심이다. 내가 제안한 ‘자율화와 신뢰 구축위원회’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제도를 재정비하고 운영 주체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그리고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권한을 각 학문 단위에 부여해야 한다. △재정과 인사 권한 위임 △자율적 책임 행정 구현 △참여적 거버넌스를 통해 서울대에 적합한 분권화된 행정 서비스를 구축하겠다.

11. 교내 여러 기관 간 갈등을 거버넌스를 어떻게 재조직해 해결할지 말해 달라.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사회대 학장을 역임하면서 건물 신축 등을 둘러싼 학과(부) 사이의 갈등을 봤다. 그러나 숙의 과정을 통한 공동선의 실현은 항상 가능하고 이것이 참여적인 거버넌스의 모습이다. 국가미래전략원도 서울대 전체 차원의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대의명분하에 갈등의 소지를 줄이며 지난 2월 출범할 수 있었다. 서울대는 지속적인 숙의로 공동선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12. 서울대의 불필요한 규정을 거둬 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학칙과 제반을 없앨 것인가?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서울대는 최소한의 규정과 최대한의 규범이 존중되는 자율적 학문 공동체로 발돋움해야 한다. 현재 서울대 규정집이 운영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규제하고 있어 학생의 소속, 평가 체계 등이 획일적이다. 이는 미래지향적 교육을 위한 실험에 장애물이 된다.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방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규범이 존중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13. 지난 4년간 서울대의 모습을 진단해 보자면?

법인화 당시 발생한 국유 재산 양도 등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세법 개정 이후로 면세 혜택을 확보한 것이 큰 성과다. 다전공 제도를 확대한 것도 칭찬할 만한 점이다. 그러나 아직 다전공 제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과제로 남아있다. 국민과 정부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교육·연구 분야의 혁신 시도가 없었던 점도 아쉽다.

14. 정부 출연금을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해 놓은 칸막이 규제 해제의 실현 가능성과 통합 재정 운용 계획을 제시한다면?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정부 출연금 규모와 사용 항목은 법인화 이전 국립대 예산 산정과 거의 같다. 법인화의 취지를 살리는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제2의 법인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정부 지원의 안정성을 확보할 중장기적 예산 준칙을 다시 합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대학이 최소 4년 단위로 사업 계획을 승인받아야 하고 더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사용은 정부가 대학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물론 교육부도 이 기간에 맞춰 성과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통합 재정에 관해 답하자면, 현재 서울대 회계는 △대학 법인 △발전기금 △산학협력단으로 분리돼 있고 예산이 각각 수립된다. 이 때문에 사업의 성과 평가와 자원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예산 투자의 근거를 집약할 수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탕이 됐을 때 통합적 재정과 거버넌스가 수립될 수 있다.

*크로스리스팅(cross‒listing): 학과 간 또는 학부와 대학원 간 교차 전공 학점 인정 제도.

*미네소타 프로젝트: 6·25전쟁 후 미국이 주도한 서울대 재건 프로그램.

*포지티브 규제(positive system):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금지되지 않는 예외 사항을 나열하는 규제.

*네거티브 규제(negative system): 금지하는 규정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자유화하는 규제.

*전사적자원관리: 인사·재무·생산 등 기업의 전 부문에 걸쳐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관리시스템 경영자원을 통합 시스템으로 재구축하는 경영 혁신 기법.

 

사진: 안선제 기자 sunje1021@snu.ac.kr

인포그래픽: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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