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LG연구동(942동) 3층 라운지에서 총장예비후보자 기호 4번 차상균 교수(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만났다. 

1. 자신의 최우선 정책을 꼽자면?

정책에 앞서 “대학을 자유롭게 하라”라는 기본 가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서울대가 마주한 대다수 문제의 근원은 과도한 규제와 비현실적 규정이다.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받아 비효율적인 규제를 철폐할 것이다. 나는 이미 감사원의 정책자문위원회, 기획재정부 규제검증위원회 민간위원장을 역임하며 연구비 관리 규정안을 통합해 부처별로 규정이 모두 달라 교수들이 겪었던 불편을 해소하기도 했다. 그리고 규제 혁파를 위해서는 재정 자립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정부 출연금으로 재정 대부분을 충당하다 보니 정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게 됐다.

이를 통해 서울대가 모범적인 대학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서울대의 리더십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온다. 규제 개혁과 재정 자립을 이뤄 서울대와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틀을 바꾼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2. 학과·전공 간 장벽을 허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초 학문 보호 및 육성에 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기초 학문 중 인문·사회 분야는 연구비 재원이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우수 인재가 대학원에 많이 진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학문 후속 세대를 위한 ‘300인 프런티어 펠로우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지금은 과학 분야에서만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경계가 허물어지며 미개척지가 열리고 있다. 박사과정 및 박사 후 연구원 중 우수 인재 300명을 선발해 생계 걱정을 덜 수 있도록 1인당 1억 5천만 원을 5년간 지원할 것이다. 또한 50억 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해 선발된 학생 간의 연계와 워크숍을 진행할 생각이다. 인문·예술·공학 등 각 분야의 우수한 학생들이 서로 교류한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다. 나아가 박사 과정 학생의 해외 연수와 추후 좋은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다. 이런 인재가 서울대로 돌아와 기초 학문 분야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총장이 된다면 10년 뒤 서울대 기초 학문 분야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총장 임기 동안의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의 틀을 바꿔 미래의 서울대가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3. 유사 과목을 분류하고 통일하는 것이 전공의 경계를 쉽게 넘나들 수 있는 교과과정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궁금하다. 

여러 학과에서 비슷한 내용을 가르칠 경우 이들 과목에 같은 교과목 번호를 부여해 통합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해당 과목이 어떤 전공과 접목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이것이 전공의 경계를 허무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리면서 더 독창적인 자신만의 강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자는 의미지 전공 영역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4. 서울대가 좋은 연구자를 양성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독일의 대학 교육 체계를 경험한 적이 있다. 독일은 박사과정 학생의 미국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보니 학생들이 미래를 막막하다고 느낀다. 성장할 수 있는 밝은 길이 보인다면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학생에게 해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리서치 파크’가 필요하다. 혁신의 중심인 미국 실리콘 밸리와 보스턴의 사람들과 협업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서울대 대학원 진학을 위한 좋은 유인이 될 것이다. 

5. 생활협동조합(생협) 및 학내 식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 해결방안이 있다면?

결국 돈의 문제다. 생협에서 1년에 200만 끼의 식사를 판매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생협이 매 끼니마다 천 원 정도의 적자를 본다면 매년 20억 정도의 적자가 나는 셈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구내식당 수준의 식사를 제공하려면 4년간 약 35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문으로부터의 후원, 정부 예산 등으로 재원을 충당할 것이다. 

6. 출퇴근 시간에 서울대와 서울대입구역 사이의 교통 혼잡 문제가 심각하다. 학내외 교통 문제의 해결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신림선 학내 연장이 무산된 이유는 단순히 비용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림선이 캠퍼스 내로 연장되면 상권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인근 지역 상인의 반대가 있었다. 이는 학내 교통 문제를 지역 상생의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나는 예전부터 신림동 고시촌에서 점처럼 퍼져 생활하는 서울대 학생을 하나로 모아줄 방법을 고민해 왔다. 서울대가 집주인과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학생 기숙사를 운영하거나 학생과 집주인 사이를 관리해주는 역할을 한다면 이를 지역 주민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구성원의 교통 편의를 증진하면서도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보완 프로그램을 만들면 된다. 

7. 서울대는 연건, 평창, 시흥 등에도 캠퍼스를 두고 있는데, 캠퍼스 간 비균형적 발전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총장이 주로 관악캠퍼스에 머물다 보니 다른 캠퍼스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 캠퍼스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교수 및 학생과 교류하며 교육과 연구에 대해 고민할 생각이다.

아울러 농업 분야와 빅데이터, AI, 로봇 공학 등을 융합해 평창캠퍼스를 스마트팜의 허브로 키울 것이다. 관악캠퍼스와 평창캠퍼스 교수가 수시로 교류하며 글로벌 스마트팜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면 해외로 진출할 역량이 생긴다. 또한 멀티캠퍼스를 총괄해 각 캠퍼스를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임부총장직을 신설할 것이다. 

8. 서울대 국제화의 구체적인 계획을 말해달라.

여전히 학내 외국인 구성원이 불편을 겪는 등 국제화가 미진하다. 이는 결국 문화를 바꿔야 해결되는 문제다. 이에 글로벌 리서치 파크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국제 교류를 통해 교육·연구 시스템을 배워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벤처캐피탈*과 교류하며 창업하는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전 세계 벤처기업에 가서 인턴을 하면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를 만들고자 한다. 학부생이 전공 과목만 열심히 듣는다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국립싱가포르대는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 400명을 선발해 매년 전 세계 벤처 기업에 보낸다. 

9. 서울대의 다양성 증진과 소수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 있다면?

대학은 다양성이 가장 존중돼야 할 사회다. 또한 구성원의 다양성 증진과 소수자 보호는 인간 존엄의 문제고 당연히 지켜져야 할 가치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대학이 나서 해결해야 한다. 

10. 현재 학내 거버넌스 구조를 진단해 달라.

서울대 이사, 평의원,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 등 학내 요직을 두루 경험하며 서울대가 제한된 자원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하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 확충이 필수적이다. 일상적 업무는 단과대로 대폭 위임하고 총장은 미래 기획과 재정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 재정 확충이 전제되면 단과대의 자율성도 더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아울러 이사회에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검토하고 개선하겠다. 또한 평의원회에 대한 학내의 관심을 높이고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11. 지난 4년간 서울대의 모습을 진단해 보자면?

현직 총장의 임기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대신 되고자 하는 총장상을 제시하겠다. 나는 ‘기존의 틀을 바꾼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틀을 바꾸는 일을 했다. 실리콘 밸리에서 벤처기업을 키웠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방식의 연구로 ‘끝을 봤다’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장애물을 만났기에 틀을 바꿔 변화를 만드는 데 두려움이 없다. 서울대의 틀을 바꾸는 일은 결국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인재 양성과 연구의 틀을 바꿔 미래를 바꾸는 일이다. 

12. 공약이 이공계 분야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종합대학인 서울대는 다양한 분야의 발전이 중요할 것 같은데 후보자의 생각은 어떠한가?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글로벌 리서치 파크, 데이터 과학 제2언어화 등 공약은 절대로 이공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글로벌 리서치 파크는 인문·예술·공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중심지로 조성될 것이다. 데이터 과학을 제2언어화 하는 것도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약이다. 비이공계 학생이 전공 분야 지식에 데이터 과학을 접목하면 엄청나게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해 지평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13. 펀드를 조성해 예산을 충당하겠다고 밝혔는데, 펀드의 수익이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다. 그런 경우 학내 운영 예산은 어떻게 편성할 것인가.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나는 누구보다도 발전기금을 잘 모을 수 있다. 벤처 창업 경험으로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총장으로서 발전기금 모금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기금을 통한 재정 확충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내가 가지고 있는 실리콘 밸리 네트워크를 활용해 발전기금을 벤처캐피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안정적 수익률을 달성할 것이다. 해외 대학의 10년 연평균 발전기금 수익률은 평균 12% 정도로, 이는 발전기금 적립액이 10년 후 약 3배로 불어나는 정도다. 그렇게 되면 매년 예산 편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14. 정부 출연금을 줄이고 재정을 수익 사업과 발전기금으로 충당한다면 오히려 기업에 의존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학내 구성원 제보 질문)

정부 출연금을 줄이고 수익 사업과 발전기금을 늘린다고 해서 기업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가 생각하는 수익 사업은 대기업을 학교에 유치하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의 수익사업이 전혀 아니다. 서울대 교수들이 가진 기술을 사업화하는 수익사업이다.

*벤처캐피탈: 성장 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경영과 기술 지도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금융자본.

사진: 안선제 기자 sunje1021@snu.ac.kr

인포그래픽: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