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2022 가을 축제 ‘SNUFESTIVAL: 버들골’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의 어느 가을날, 학교 안의 작은 섬처럼 조용히 자리하고 있던 버들골이 활기찬 웃음소리와 함께 두둥실 떠올랐다. 넓은 캠퍼스 곳곳에서 모여든 학우들이 가을 축제의 소리를 촘촘히 쌓았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린 가을 축제 ‘SNUFESTIVAL: 버들골’의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1일차

버스킹킹킹: 버들골을 깨우는 노래

축제가 시작된 첫날, 카메라를 들고 분주히 돌아다니던 기자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이끌려 잠시 발길을 멈췄다. 이번 가을 축제 마스코트 ‘리오’ 옆에서 네 팀의 버스킹 무대가 펼쳐졌다. ‘버스킹킹킹’의 포문을 연 ‘5513’ 팀은 자작곡 〈망했어〉를 선보였고, 중앙 밴드동아리 ‘메아리’의 보컬 두 명으로 구성된 ‘오랜날 오랜밤’ 팀은 가을과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로 공연을 펼쳤다. 각종 악기 연주로 공연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 ‘상남자특: 버스킹함’ 팀이 그 뒤를 이었고, 공대 작곡·편곡 동아리 ‘유즈’ 소속의 ‘마밀라피나타파이’ 팀이 ‘뉴진스’의 <Hype Boy>와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등을 선보이며 버스킹킹킹 행사를 마무리했다. 기타와 피아노의 안정적인 연주 위에 보컬의 뛰어난 음색과 바이올린 선율이 더해져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마밀라피나타파이의 보컬 전서윤 씨(전기정보공학부·18)는 “2019년 축제에서도 버스킹에 참가했었는데 야외 공연의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 나왔다”라며 “살짝 덥기는 했지만 날씨도 좋고 사람도 많아서 즐거웠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는 ‘마밀라피나타파이’ 팀.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는 ‘마밀라피나타파이’ 팀.

이정현 아나운서와 함께한 관악 게임 토너먼트 결승전

풍산마당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 최강자를 가리는 관악 게임 토너먼트가 열렸다. 이번 관악 게임 토너먼트는 LCK의 이정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이정현 아나운서의 매끄러운 진행과 함께 펼쳐진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 끝에 ‘루피해적단’ 팀의 우승, ‘Nonaming’ 팀의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루피해적단 팀의 양진혁 씨(전기정보공학부·15)는 “봄 축제에 이은 두 번째 우승이자 재학 중 참가할 수 있는 마지막 축제이기에 마지막 우승”이라며 “대역전극을 거둬 더욱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Nonaming 팀의 서형우 씨(항공우주공학과·21)는 “오프라인으로 e스포츠 대회에 참여하니 프로게이머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라며 “비록 우승을 놓쳐 아쉽지만 즐겁고 값진 경험이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2일차

귀갓길에도 발걸음을 돌리게 만든 버들콘

27일 저녁에 시작돼 28일까지 이어진 버들콘에서는 다채로운 보컬, 댄스, 밴드 무대가 펼쳐졌다. 공강 시간을 활용해 버들골에 모여 음악을 즐기는 이들과 친구의 공연을 응원하러 온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28일 낮 무대에서 쫀득한 R&B 보컬을 선보인 이윤태 씨(심리학과·21)는 “밴드 구성원이 아닌 솔로 보컬로서는 처음으로 무대에 섰는데, 청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나 자신도 음악적 성장을 이룰 수 있어 값진 경험이었다”라며 시간 내기 어려운 평일임에도 공연을 관람한 관객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버들콘 무대는 저녁까지 계속됐다.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즐기던 이들, 버들골 근처를 지나가던 이들 모두 발걸음을 멈추고 공연을 즐겼다.

버들콘에서 노래를 선보이는 이윤태 씨.
버들콘에서 노래를 선보이는 이윤태 씨.

버들밤 캠핑, 가을밤의 낭만

한편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던 28일 저녁, 날이 어두워지고 텐트가 하나 둘씩 세워지며 버들밤 캠핑이 시작됐다. 버들골을 채운 텐트들 속에서 잔잔한 불빛과 즐거운 대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여러 텐트 사이를 기웃거리던 기자는 캠핑을 즐기던 학우 6명을 만났다. 정유민 씨(항공우주공학과·22)는 자신을 ‘항공순이’라고 소개하며 텐트에 모인 6명이 항공우주공학과 21·22학번 여학우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정유민 씨와 친구들은 “버들골의 분위기와 텐트의 아늑함이 좋다”라며 ‘위너’(WINNER)가 오는 폐막제에 대한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이들이 음료수 잔을 부딪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웃음소리가 가을밤 속으로 청명하게 울려 퍼졌다.

먹거리 장터와 예술 장터

가을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이 시간을 쪼개 각별한 정성을 쏟은 먹거리 장터와 예술 장터는 둘째 날에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기름떡볶이, 크로플 등 여러 먹거리와 가을 축제의 추억을 남겨줄 타로, 사진 부스 등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기업의 후원으로 열린 먹거리 부스도 있었다. 테이크아웃 삼겹살 업체 ‘따띠삼겹’에서 삼겹 비빔면을, ‘햇반컵반’에서는 컵밥을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따띠삼겹에서는 페막제 경품 이벤트 상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닭강정이나 음료수를 파는 푸드트럭 또한 운영됐다. 서울대 환경동아리연합회의는 다회용기 순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 ‘리턴잇’과의 협업으로 다회용기를 제공해 환경친화적인 축제가 되도록 뒷받침했다. 한편 『대학신문』에서도 사진 촬영과 인터뷰로 ‘나만의 신문 1면’을 제작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예술 장터에 함께했다. 

많은 이들이 예술 장터를 즐긴 후 먹거리 장터에서 사 온 간식을 들고 버들골의 풀밭에 앉았다.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타라 씨는 “부스 안내용 영어 번역이 많이 제공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영화에서 본 것처럼 소풍과 음악을 즐기는 페스티벌 같아서 즐겁다”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벗고 북적한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이들의 모습은 대학이 일상 회복의 길목에 서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방탈출: 너무 늦은 여름의 축제

봄 축제 때의 대성공에 힘입어 가을 축제의 방탈출 부스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총 24팀만 수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예약이 시작된 지 5초 만에 138팀의 신청이 접수됐다. 암막 커튼으로 빛을 차단한 방 안에서 가벽으로 나뉜 두 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유기적인 스토리는 참가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다. 부스를 준비한 3명이 손수 제작했다는 비누 등의 아이템이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행사를 기획한 김찬효 씨(정치외교학부·18)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참가한 24팀 중 5팀만이 성공했다”라며 “좋은 피드백을 받으니 누군가에게 추억을 만들어줬다는 생각이 들어 보람찼다”라며 기뻐했다.

 

3일차

폐막제, 불빛으로 수놓은 축제의 밤

폐막제는 단대풍물패연합(단풍연)의 흥겨운 공연으로 시작됐다. 이어 보컬힙합동아리 ‘Triple-H’(트리플에이치)와 서울대 응원단의 공연이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개인 무대도 있었다. 손수영 씨(농경제사회학부·22)는 DPR LIVE의 〈Jasmine〉, 〈Martini Blue〉 등을 소화하며 뛰어난 무대 매너를 보여줬고, 김도연 씨(국어교육과·19)는 최예근의 〈춘래불사춘〉 등의 곡으로 보컬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두 사람은 각각 랩과 보컬 파트를 맡아 로꼬와 화사의 〈주지마〉로 듀엣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폐막제의 열기는 심장을 울리는 드럼 비트와 현란한 기타 연주를 보여준 △유즈 △메아리 △Funkery(훵카리)의 밴드 공연으로 이어졌다. 버들콘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폐막제에 서게 된 훵카리의 베이시스트 김태수 씨(경제학부·19)는 “밴드 무대가 많았던 버들콘에서는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면, 폐막제에서는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신나는 음악 위주로 곡 목록을 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봄 축제 때 아쉽게 폐막제에 서지 못했는데, 학내에서 밴드가 설 수 있는 가장 큰 무대에 설 수 있게 돼 컨디션 난조도 다 잊어버릴 만큼 영광이었다”라고 기쁨을 표했다. 밴드 공연으로 더욱 달아오른 열기는 △222Hz(헤르츠) △아도레인저 J포스 △goahead(고어헤드) △혼또니의 댄스 공연으로 절정에 치달았다. 13개 팀의 공연 사이사이에는 두 사회자의 유려한 진행으로 귀여운 미니게임이 이어졌다. 여러 학우가 무대에 올라 폐막제를 빛냈다.

 밴드 ‘Funkery’의 공연 모습.
 밴드 ‘Funkery’의 공연 모습.

 

 

모두가 기다리던 위너의 공연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대표곡 〈REALLY REALLY〉로 포문을 연 위너의 무대에 관객은 다 함께 하이라이트 부분의 ‘널 좋아해’를 외치며 열광했다. 이어 위너는 〈MILLIONS〉, 〈공허해〉, 〈EVERYDAY〉 등의 히트곡을 연달아 열창했다. 공연 도중 관객과 함께하는 시간도 있었다. 위너의 멤버 이승훈 씨는 휴대전화 배경 화면을 자신으로 해둔 팬에게, 송민호 씨는 뛰어난 랩 실력을 선보인 두 학생에게 각각 싸인 앨범을 선물했다. 풍산마당에 모인 학우들이 위너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연이 고조되며 위너의 리더 강승윤 씨는 안전에 몹시 주의할 것을 강조하며 “모두 일어나 달라”라고 외쳤고, 학생들은 이에 부응해 모두 신나게 뛰며 공연을 즐겼다. 서늘한 가을밤을 덥히는 후끈한 열기에 강승윤 씨와 이승훈 씨는 “누가 서울대 축제 재미없다고 했나”라며 환호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직후 열린 이번 가을 축제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보다 자유롭게 가을 분위기를 만끽하는 학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스크 속에 숨어 있던 얼굴은 버들골에 모여 공연을 즐기고, 푸드 트럭에서 사 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다재다능한 학내 예술가의 멋진 공연과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한 학우들의 노력을 통해 완성된 가을 축제 ‘SNUFESTIVAL: 버들골’은 개강 후 쌓인 스트레스를 잊고 친구들과 추억을 쌓은 멋진 가을날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 장재원 사진부장 jaewon0620@snu.ac.kr 

김혜원 기자 wp0077@snu.ac.kr 

사쿠라 기자 sakusakukki3@snu.ac.kr

안선제 기자 sunje1021@snu.ac.kr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정연솔 기자 jysno@snu.ac.kr

정연우 기자 foxnwoo@snu.ac.kr

최다연 사회문화부 차장 duoyan9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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