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헌장 제정 촉구하는 기자회견 열려

본부를 향해 인권헌장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학생들.
본부를 향해 인권헌장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학생들.

 

지난 8일(목) 오후 1시 행정관 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서울대 인권헌장(안)’(인권헌장) 제정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인권헌장 학생추진위원회’(학추위)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추위와 함께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ueer in SNU) △관악여성주의학회 ‘달’ △대학원총학생회(원총)가 참석해 연대발언을 이어 갔다.

발언자들은 지난 1일 공개된 ‘서울대 인권헌장에 대한 미래세대 인식조사’(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본부가 인권헌장 제정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인식조사에 따르면 인권헌장에 대한 관심도는 올해 76.5%로 상승했으며, 논란이 됐던 제3조 1항의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 금지’를 비롯한 모든 조항의 찬성률이 9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대학신문』 12월 5일 자)

학추위 권소원 집행위원장(경제학부·19)은 “본부는 차별금지 조항에 대해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근거로 누군가의 인권을 그저 합의의 대상으로 삼았다”라며 “본부가 인권헌장 제정을 미룬 2년간 권력형 성폭행과 노동자 사망 사건 등 일상에서의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마주했다”라고 말했다. 학추위 김은서 대표(자유전공학부·19)는 “학생들의 무관심과 학내 합의 정도의 부족으로 인해 인권헌장 제정이 지연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진행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본부”라며 “이번 인식조사를 통해 인권헌장에 관한 높은 지지율을 밝혀낸 점은 고무적이나 제정을 위한 본부의 노력은 여전히 찾아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인권헌장을 통해 다양한 성 정체성 및 성 지향성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고 더 나은 대학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큐이즈’의 연대발언자 신승호 씨(의류학과·22)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할 대학 공론장에서 성소수자를 향한 이유 없는 혐오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달’ 소속의 정진현 씨(수리과학부 석사과정)는 “부당한 차별과 폭력을 대학 공동체가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경험은 개인의 대학 생활을 축소시킨다”라며 “이런 공간에서 낡은 틀을 깨는 창의적인 지성이나 인류 지식 발전에 헌신하는 인재가 탄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지침’(대학원 인권지침)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원총 인권복지위원회 이민형 위원(약학대학 석박사통합과정)은 대학원생의 인권을 지키기 어려운 환경 요인으로 △폐쇄된 연구실에서 이어지는 잘못된 관습 △상호 견제가 어려운 연구실 내부 환경 △익명성 확보가 어려운 적은 구성원 수 △졸업 후까지 영향을 미치는 선후배 및 교수자와의 관계를 꼽았다. 이어 그는 “대학원 인권지침은 교수와 학생들에게 객관화된 인권 규범을 제시해주고 그 기준에 따라 향후 견제의 근거를 마련해줄 것”이라며 그 의의를 언급했다. 이후 기자회견은 권소원 집행위원장의 인권헌장 전문 낭독으로 마무리됐다.

 

사진: 취재부 이가희 기자

lgh264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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