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헌장에 대한 학생 인식 다룬 기획연구과제 발표돼

◇2020년 이후 인권헌장 논의 재개돼=지난 1일(목) 행정대학원(57동)에서 다양성위원회 주관으로 ‘서울대 인권헌장에 대한 미래세대 인식조사 결과 발표’ 정책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에 대한 미래세대 인식조사’(인식조사) 결과 발표, 패널토론, 질의응답을 위주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확산됨에 따라 위축됐던 학내 인권 의제를 환기하기 위함이다. 이날 패널로는 △김영오 학생처장(건설환경공학부) △김석호 교수(사회학과) △송지우 교수(정치외교학부) △대학원총학생회 이도연 회장(보건대학원 석사과정)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과·18)이 참여했다.

◇인식조사 구성 및 결과=인식조사의 질문은 △‘서울대 인권헌장(안)’ 조항별 동의율 △인권헌장의 동의 여부 및 그 이유 △인권헌장에 포함돼야 할 권리 △인권헌장에 관한 관심도 △동의할 수 없는 조항 △차별 경험과 그 대응 방식 조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후 설문은 지난 10월 18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친 온라인 전수조사로 진행됐다. 연구 책임자 고길곤 교수(행정학과)는 “인권 전반의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기존 인권헌장 조항을 토대로 문항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라며 “기타 의견란과 서술형 문항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직접 개진할 수 있는 경로를 추가로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권헌장에 대한 관심도는 지난해 ‘서울대 다양성 환경조사’ 당시 27%에서 올해 52.4%로 증가했으며 동의율은 지난해 56%에서 올해 76.5%로 상승했다. 인권헌장에 대한 반대 비율은 3.83%로, 주요 이유로는 ‘현행 법령 규정으로 충분’과 ‘실효성 우려’ 응답이 다수로 확인됐다. 고길곤 교수는 “인권헌장의 각 조항은 모두 90% 이상의 매우 높은 찬성률을 보이지만 인권헌장에 대한 학생의 관심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편”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인권헌장에 관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라고 해석했다. 고 교수는 “인권헌장에 시급히 반영돼야 할 권리로 인격권과 차별금지(평등권)가 제시됐다”라며 “실생활과 밀접한 인권 문제이기에 관련 응답이 높았다고 추정한다”라고 밝혔다.

◇학내 미디어에 관한 관심 촉구=인식조사 중 법적 성별로 인한 가해자와 전공으로 인한 차별의 가해자를 묻는 문항에서 스누라이프와 에브리타임 등 학내 미디어를 가해자라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32.32%와 51.8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고길곤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에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차별 문제는 상대적으로 간과된 편”이라며 학내 미디어의 차별 실태에 관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학내 미디어 연구에 관한 제언이 오갔다. 송지우 교수는 “연구 시 온라인 커뮤니티의 범위와 복합적인 성격을 잘 고려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고 교수는 이에 공감을 표하며 “민간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일지라도 구성원이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해당 업체와의 협의하에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식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될 연구 보고서를 위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지적됐다. 김영오 학생처장은 “‘학내 미디어’라는 표현은 본부 소통팀의 미디어 홍보 활동까지 포괄하는 표현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라며 수정을 제안했다.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 금지’ 관련 질의 나와=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은 “이번 설문 결과는 인권헌장을 둘러싼 이전 논란이 과대 대표된 것임을 뒷받침한다”라며 “제정 여부를 둘러싼 의견 수렴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제정에 관한 새로운 합의 단계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후 질의응답에서는 인권헌장 제3조제1항*의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김은구 씨(법학대학원 박사과정)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흐름만큼이나 이에 대한 반발도 분명하다”라며 “해당 조항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UN 기구들의 결의에만 포함됐을 뿐 아니라, 현재 여러 반박에 부딪히며 논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송지우 교수는 “인권헌장의 목적은 현행 국제법상의 인권 기준에 발맞추는 정도의 원칙적인 규범을 확립하는 데 있으며, 국제 기구 조약의 해석이 지닌 법적인 권위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그는 “국제 기준에서 인정받는 인권 의식 수준으로 도약할지 특정 성적 지향을 치료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 머무는 공간이 될지는 대학이 선택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김석호 교수는 “지속적인 공론화는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미국과 유럽 유수 대학의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검토했을 때 해당 조항을 빼놓은 곳은 찾지 못했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다양성위원회 전창후 위원장(식물생산과학부)은 “연구팀의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면 기획처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서울대 인권헌장 제정 논의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김태균 협력부처장(국제학과)은 “본부는 보고서가 정식 제출된 이후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권헌장 제3조(차별금지와 평등권) ➀ 서울대학교 구성원은 성별, 국적, 인종, 장애, 출신 지역과 학교, 연령, 종교, 임신과 출산,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인포그래픽: 박재아 기자 0204jae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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