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 24일(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되던 날,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세계 여러 국가에서 이 전쟁에 관한 각자의 입장과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각국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전쟁의 빠른 종결과 평화를 바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평화로 가는 방법은 친우크라이나 진영과 친러시아 진영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 회복을 위해 러시아 군의 무조건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됐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자 및 무기 지원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우크라이나에 1억 3천만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중국은 전쟁 1주년을 앞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중재 역할을 자처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평화구상을 공유했다. 그러나 중국은 양측의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중단을 요구하며, 러시아의 철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이 중국에서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이 평화구상은 더욱 빛바래 가고 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이어지는 한편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을 검토한다는 의혹이 도는 지금, 전쟁이 진정되기는커녕 그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까 우려된다.

24일에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전쟁 희생자를 위한 묵념에 대해 러시아 측이 자국 전쟁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따로 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1분간 진행되는 묵념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는 상황은 전쟁 종결과 평화가 요원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전쟁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한 상황에서 전쟁과 멀리 떨어진 대중의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그것은 우리 신문도 마찬가지다. 1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대학신문』에서는 평화를 바라는 시민의 인터뷰를 실으면서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대학신문』 2022년 3월 7일 자) 그러나 전쟁 1주년인 이번 호에서는 관련 주제를 다루지 않았다. 

전쟁 1주년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누군가는 이 주제를 다뤄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쓰지만, 답이 안 나오는 이 문제에 대해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다. 먼 나라의 전쟁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희생자를 애도하기에는 지금 현실이 팍팍하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혹한 전쟁은 너무 먼일처럼 느껴진다. 또한 그것을 둘러싼 진영 간의 패권 경쟁으로 인한 평화의 요원함은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저 먼 나라에서 우리가 불평하며 보내는 별거 없는 일상을 되찾기 위해, 지옥을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 한편에 담아두는 노력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 내년에는 이 주제로 『대학신문』에서 글을 쓰는 일이 없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삽화: 신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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