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입장문 발표
학운위에서 개정안 검토 예정
학내에서는 공동행동 움직임도
구체적인 개정 소요 시간은 미정

대학가에 GPA 환산식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제63대 총학생회(총학) 「정오」가 지난달 28일에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GPA 환산식 개정이 보류됐다고 밝혔다. (『대학신문』 2023년 3월 6일 자) 한편 「정오」가 제62대 총학 「자정」의 미이행 공약을 계승한다고 밝힌 만큼,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타)에서는 「자정」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GPA 환산식 개정의 진행 상황을 묻는 글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올라왔다. 특히 지난달에는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의 GPA 환산식도 개정되면서 상황 공유를 촉구하는 여론이 더욱 불붙었다. 이에 지난 7일(화) 총학은 GPA 환산식 개정 공약 이행 경과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총학 SNS 계정과 에타를 통해 공지했다.

입장문에서 총학은 “학사과와의 협의를 통해 교무처장단의 최종적인 결재를 받아 오는 30일 학사운영위원회(학운위)에 GPA 환산식 개정안을 검토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에 명확히 합의했다”라며 “이후 교무처장단이 최종 승인을 하면 공식적인 규정 개정 절차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총학은 “평균적으로 규정 개정에는 4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라며 “4월 내로 실질적 규정 개정 절차를 시작하면 6월~7월 내로 규정 개정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총학은 “실무진과 협의를 진행하다 보니 소통이 부족했다”라며 “GPA 의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라고 밝혔다.

총학과 학사과가 협의한 GPA 환산식 개정안에 대해 조재현 총학생회장(자유전공학부·20)은 “GPA 환산식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합리적인 GPA 환산식을 정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이번 GPA 환산식 개정안은 타교와 비교했을 때 우리 학교 학생이 불리하다는 점과 서울대 학점 내에서의 GPA 환산 점수 간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 GPA 산정 기준에 따르면 학점 4.2점~4.3점 구간에서는 GPA 환산 점수가 0.05점당 1점씩 증가하지만 그 아래 구간에서는 환산 점수가 0.1점당 1점씩 증가하기 때문에 동일한 학점 차이임에도 환산 점수 간격이 일정하지 않아 내부적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라고 전했다.

GPA 환산식 개정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공동행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도 등장했다. 총학이나 본부가 GPA 환산식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모여 개정을 요구하자는 시도였다. 이에 지난 4일 에타에 GPA 환산식 개정 관련 공동행동 참여자를 모집하는 채팅방 링크가 올라왔다. ‘GPA 개정 대응방안 논의’ 단체 채팅방에서는 △연서명 △언론 매체에 사안 제보 △GPA 환산식 개정 TF 조직 등의 논의가 진행됐다. 공동행동 논의에 참여한 학부생 A씨는 “그간 「자정」이 공약을 진행했던 속도가 너무 느려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정오」의 입장문을 보기 전까지는 총학에 대한 불신이 컸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본부가 상황을 더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라며 “학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한 새 총장의 총장 후보 시절 발언을 실천할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연서명이나 학생 차원의 TF에 관해 조 총학생회장은 “현재로서는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통해 충분히 GPA 환산식을 개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학운위에서 학생 측의 요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연서명이나 TF 검토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공동행동 논의는 총학의 입장문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다.

GPA 환산 점수는 대학원 입시, 유학, 편입 등에 반영된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준비생이 늘고 있는 만큼 법전원 입시의 주요한 지표로 쓰이는 GPA의 개정에 대한 수요 또한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몇몇 대학들이 잇따라 GPA 환산 점수를 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대학신문』 2023년 3월 6일 자) GPA 환산식 개정을 바라는 학생들은 적어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동행동 참여자 A씨는 “법전원과 다른 대학원 입시에 사용되는 GPA 환산식으로 타교 학생보다 우리 학교 학생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전했다. 총학 역시 입장문을 통해 “서울대 학우들이 대학원 입시 및 유학 준비 과정에서 GPA 환산 기준상의 불이익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법전원 입시의 학교별 GPA 환산 점수 반영을 문제 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교마다 산정 기준이 다른 GPA 환산 점수를 입시에 반영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타교 법전원에 다니고 있는 학부 졸업생 B씨는 “이번 연대, 고대, 경희대 등의 GPA 환산식 개정 상황을 고려하면 학교마다 자교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환산식을 적용하고 있어 불합리한 면이 더 크게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 GPA 백분위 환산 점수보다는 4.5 만점 혹은 4.3 만점 식의 학점이 반영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학사과는 “GPA 환산식 개정을 위해 규정을 개정하는 절차에서 각 기관의 의견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라며 “일반적으로 규정을 개정할 때는 몇 개월 정도 걸리지만, 이번 규정 개정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학사과는 “개정된 규정의 적용 시기 역시 구체적인 사항은 심의를 거쳐야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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