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리 기자 (취재부)
김미리 기자 (취재부)

“그래서, RC가 대체 뭔데?” 친구들에게 싱가포르 국립대학(NUS)에 RC(Residential College)를 취재하러 간다고 얘기했을 때 수없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러면 나는 어느 논문에서 본 풀이를 적당히 읊는다. “생활과 학습을 통합해 실시하는 전인적 교육이래.” 그들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그걸 왜 싱가포르까지 가서 취재하는데?”라고 묻는다. 나는 “서울대에서 올해부터 RC의 시범 단계인 LnL(Living&Learning) 사업이 시작되거든”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친구들은 학교에서 그런 걸 하는지 몰랐다며 신기해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친구들’은 모두 서울대 학생들이다.

사실 나 역시 『대학신문』 기자가 아니라면 RC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동료 기자가 RC를 주제로 한 해외취재를 제안했을 때에야 부랴부랴 RC의 정의와 성공 사례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2016년 시흥캠퍼스 사태 때부터 RC가 화두였다는 점, 오세정 전 총장이 관악캠퍼스 RC 시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점, LnL 시범 사업이 성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는 점 등을 알게 됐다. RC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NUS로 가 직접 4일간의 RC 프로그램을 참여해보니 RC의 의미를 더욱 생생히 체감할 수 있었다.

몇 개월 간의 취재를 거치고 나니 RC라는 의제가 학생 사회에서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해졌다. 지난해 3월 서울대에서 실시한 학내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학부생의 79.6%가 RC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조사에 참여한 1,112명이 충분히 숙고한 것인지, 기사 두어 편 찾아보고 응답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LnL 시범 사업에 참가하는 친구들 몇몇은 RC에 대한 열정보다는 “서울 사는데 기숙사 한 번 살아보고 싶어서”, “일반 기숙사 떨어질까봐”라는 이유로 LnL에 지원했다고 이야기했다. RC에 대해 잘 알아야만 LnL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겠으나, 서울대가 RC를 기획하며 그리던 이상적인 상황은 분명 이게 아니었을 텐데.

친구들이 RC가 뭐냐고 물으면 나는 다시금 사전적 정의를 건조하게 읊겠지만 이제 “『대학신문』에서 싱가포르 해외취재 기사를 찾아봐”라고 한 마디를 더 추가할 수 있게 됐다. LnL 시범 사업 본부가 학생 사회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간다면 모두가 ‘RC가 대체 무엇인지’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RC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지만, 언젠가는 기사를 쓸 때 RC에 따로 각주를 달 필요가 없을 만큼 LnL 시범 사업이 부디 여러 우려점을 딛고 훌륭히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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