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많은 게이머가 ‘디아블로4’ 오픈베타 서비스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을 무렵, 다른 한편에선 국산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또 나왔다. ‘엑스엘게임즈’에서 내놓은 ‘아키에이지 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키에이지 워’는 ‘아키에이지’의 후속작이지만 전작의 게임과 전혀 다르다. 보통 특정 게임의 후속작이라고 하면 유저는 전작의 시스템을 어느 정도 계승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 게임은 시스템이나 비즈니스 모델 같은 근본적인 부분부터 리니지처럼 만들어졌다. 전에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는 리니지를 만든 NC소프트 내에서 관련 없는 다른 게임의 후속작을 리니지처럼 만드는 게 문제였다. (『대학신문』 2021년 8월 30일 자) 그런데 지금은 NC소프트가 아닌 중대형 게임사에서 내는 대작이라고 불릴 만한 게임에서도 이런 행태가 일상화됐다. 

물론 리니지라이크 게임이라고 마냥 내려쳐서 보는 것은 아니다. 게임을 즐기는 층이 넓어진 만큼 취향도 매우 다양해졌다. 무한경쟁과 자동사냥, 그리고 ‘pay to win’(페이투윈)으로 대표되는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반드시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대부분의 멀티플레이 게임은 경쟁 요소를 가지기 마련이지만 리니지라이크는 그런 경쟁을 극도로 끌어올린 게임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게임에서는 다른 게임에 비해 경쟁에서 이길 때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우월감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 돈만 들이면 자신의 캐릭터가 강해지는 자동사냥과 조합된 페이투윈 요소는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기 힘들거나, 게임 실력이 부족한 사람에겐 게임의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기도 한다. 

요는, 세상에 게임은 많고 어떤 게임을 어떤 식으로 즐길지는 개인의 자유다. 그리고 그에 따라 특정 게임 장르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게임사가 그것을 공급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양산됐고, ‘아키에이지 워’ 또한 이제 막 출시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25일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 게임 부문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을 좇아서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지언정 다르게 보이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게임 내에서 느껴져야 하는 게 아닐까? 리니지라이크 게임인 ‘아키에이지 워’는 엄밀히 말하면 ‘like’가 아니라 ‘copy’에 가깝다. 게임 시스템이 비슷한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유저인터페이스(UI)의 생김새나 위치를, 자사가 아닌 타사의 그것과 거의 흡사하게 만드는 것은 게임이라는 창작물이 가지는 최소한의 독창성도 포기한다는 선언이다. 

혹자는 ‘아키에이지 워’가 같은 회사가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후속작인 ‘아키에이지 2’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만들어 캐시카우를 하나 마련하면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이런 행태가 게임계에서 많이 보인다. 물론 직접 드러내지는 않지만 게임사가 한탕 장사만 하고 버릴 생각으로 만드는 게임과 그를 발판 삼아 만드는 주력 게임을 노골적으로 나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임을 위해 게임을 희생하는 게 맞을까? 그 어떤 게임이라도 그것을 즐기는 유저는 존재한다. 세상에 버릴 목적으로 만들어도 되는 게임은 없다.

*리니지라이크 게임: NC소프트에서 만든 ‘리니지M’·‘리니지2M’과 유사한 게임 시스템과 수익 모델을 가지는 게임을 부르는 속칭.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막대한 상업적 성공 이후 국내 게임사 중심으로 양산됨.

 

삽화: 신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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