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해외취재 영상 제작 비하인드

『대학신문』은 해외 취재 영상도 야무지게 찍는다. 담당 기자들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발로 뛰며 현장을 취재한다. 지난 1월 발행된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그 속을 들여다보다>, 지난해 10월 발행된 <[V-log] 한국과 일본, 휠체어로 다니기 편한 곳은 어디일까??>의 촬영기와 오프더레코드를 당시 취재를 다녀온 기자들과의 문답 형식으로 생생히 담았다.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그 속을 들여다보다

지난해 8월 3일부터 13일, 미국 취재팀은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했다. 취재를 통해 기자들은 낙태권, 그중에서도 기존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폐기한 돕스 대 잭슨(Dobbs v. Jackson) 판결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양자 구도로 이뤄진 기존의 논의에서 나아가, 낙태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며 다각도로 문제에 접근하고자 했다. 취재에 참여한 김혜원 전 뉴미디어부 기자와 윤이정 부편집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Q. 여러 국제 이슈 중 ‘낙태권’을 해외취재 소재로 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김혜원: 돕스 판결은 워낙 큰 사건이었다. 낙태권을 규정하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는 움직임이었기에 주제를 좁히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고 오히려 당연했다. 한국에서도 낙태죄의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입법 공백이 계속되고 있었고, 국내 독자에게도 미국의 상황이 주는 시사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Q. 해외취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이 있다면?

김혜원: 해외에서만 찍을 수 있는 것을 찍고 싶었다. 절대적인 것처럼 규정되는 윤리적 담론과 법적 판결에만 치중하기보다 낙태 문제를 직접적으로 마주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건강권 보장의 실태를 알아보고자 했다. 편집에 있어서는 한국인 시청자도 미국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 설명에 공을 들였다. 내레이션과 자막을 통해 각 주의 정치적 특징 등을 설명하고, 기자들이 등장인물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현장감을 담아내려고 했다.

Q. 해외인 데다 소재 특성상 취재원을 구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은 어땠나?

윤이정: 돕스 판결 반대 시위 주도자의 경우 트위터에서 #abortion, #abortionrights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고 시위 정보를 찾아가며 글 작성자에게 연락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시위 일정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시위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통해서는 2주 전에야 일정을 알 수 있어서 출국 전까지도 시위 장면을 담을 수 없을까봐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운 좋게도 ‘Fury Week’라고 불리는 꽤 큰 시위 주간이 촬영 시기와 겹쳐 시위는 물론 공연 등의 행사도 취재하고 영상으로 담아올 수 있었다.

김혜원: 낙태 경험을 익명으로 공유하는 사이트의 관리자에게 연락을 취해 낙태 경험자와의 연결을 부탁했다. 또 관련 경험을 공유하는 활동가분들께 메일을 직접 보내기도 했다.

Q. 현지에서 직접 취재원을 구하기도 했다고 들었다.

윤이정: 산부인과의 경우 한국에서 미리 취재원을 찾기 위해 구글에 ‘캘리포니아 산부인과’, ‘텍사스 산부인과’를 검색해 나오는 모든 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영 진전이 없어 현지에서 연락을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텍사스주 휴스턴시의 산부인과를 다 돌았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고, 다음날 오스틴 시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한 곳의 허락을 구했다. 덕분에 돕스 판결 이후의 상황과 판결에 대한 의사의 견해, 그리고 판결이 여성에게 미칠 영향 등을 인터뷰하는 데 성공했다.

Q. 영상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한 마디는 무엇인가?

김혜원: “기자들은 사흘간 텍사스의 낙태권 옹호 시위를 취재했다. 그들은 왜 각자의 삶을 잠시 미뤄가면서까지 그토록 열렬히 시위하는 것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그 시위로 지켜내야만 하는 것 역시 자신의 삶이기 때문이다.” 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으로, 기자들이 낙태권이라는 주제에 접근할 때 지녔던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 문장인 것 같다.

 

한국과 일본, 휠체어로 다니기 편한 곳은 어디일까??

지난해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취재를 다녀온 일본 취재팀은 한일 양국 장애인 대학생의 하루를 따라가며 대중교통 이용을 비교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기자들은 영상을 통해 서울시과 도쿄도의 이동권 보장 실태를 가까이서 조명해 이동권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했다. 해당 영상과 글 기사는 제14회 「시사IN」 대학기자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카와하라 사쿠라 뉴미디어부장과 정연우 사회문화부장의 취재기는 어땠을까.

Q.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주제로 취재를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정연우: 1교시 기말고사가 있던 날, 4호선 열차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로 움직이지 않아 시험에 크게 늦었다. 무작정 그들을 원망할 수도, 옹호할 수도 없었던 상황에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면서 이동권 보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에서 미흡하고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최다연 전 사회문화부 기자의 아이디어로 한국과 유사한 교통 체계하에서 한국보다 배리어프리를 먼저 시작한일본과의 비교로 소재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Q. 한일 양국을 비교하는 구성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카와하라 사쿠라: 어느 한쪽을 과하게 칭찬하거나 비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였다. 양국에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했고, 한국이 더 잘하고 있는 점은 일본이 다소 부족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취재 과정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또 촬영에 참여한 두 대학생도 서로의 영상을 보며 상대 국가의 시스템을 좋게 평가하기도 했다. 영상을 통해 양국이 채워나가야 할 지점을 자연스러우면서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Vlog 형식으로 제작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카와하라 사쿠라: 전문가 인터뷰가 포함된 다큐멘터리가 아닌 현장의 모습, 당사자의 생각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전문가의 인터뷰는 글 기사로도 충분히 담아낼 수 있지만, 실제 상황은 영상을 통해서만 생생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Vlog가 특히 적합했다.

Q. 영상을 촬영하기 전, 기자들이 특별한 시도를 해봤다고 들었다.

카와하라 사쿠라: 취재원을 모시고 촬영하기 전, 기자 중 한 명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1호선 회기역에서 출발, 종로3가역에서 환승해 3호선 경복궁역에 도착하는 예상 동선을 확인했다. 지하철역에 휠체어를 타고 갔는데 전장연의 시위가 있던 날이라 각 역에 하나씩 비치된 안전 발판이 그날따라 없었고, 그 외의 다른 대안도 없다는 점이 당황스러웠다. 이 과정을 통해 기획 단계에서 예상했던 것, 그리고 알려진 것보다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은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Q. 영어권 국가가 아닌 일본에서 취재를 해야 했는데, 언어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없었는가?

카와하라 사쿠라: 일본 촬영에는 내가 동행했다. 그렇지만 나는 영상 촬영을 담당해서 인터뷰 중 동시에 질문할 수 없었고 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짧게 공부한 최다연 전 기자가 숙소에서 밤새 일본어로 질문을 외워 갔다. 인터뷰 당시에는 내가 내용을 즉석에서 글로 통역해주는 동안 나머지 기자들은 적극적인 리액션으로 어색함을 감추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열심히 일본어로 질문하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는지 더 열심히 대답해주시던 택시 기사님도 계셨다.

Q. 영상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한 마디는 무엇인가?

카와하라 사쿠라: 영상 마지막 인터뷰에서 두 취재원이 배리어프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Vlog에 출연한 일본인 대학생 미우라 슌페이 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외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원했던 반면 한국인 대학생 정혜인 씨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얻고 싶다고 전하며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 방향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보여줬다.

 

해외취재를 떠나기 전, 기자들은 어떤 주제를 어떤 시각으로 다룰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취재지에 도착한 기자들은 해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현장을 두 눈과 카메라로 담아 왔다.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 서로의 작업을 보완해가며 만들어진 영상에서 국내외의 사회적 이슈를 생생히 보여준 『대학신문』 해외취재의 다음 행보에도 많은 관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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