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위원회 설치한 총학, 공동행동에 나선 물리천문학부

예산 삭감 확정까지 54일가량 남아

적극적 대응에 대한 공감대 확인돼

특별위원회, 12월 10일까지 활동

물리천문학부, 공동행동 참여해

 

◇R&D 예산 삭감 계획에 대학가도 흔들=지난달 1일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전체 연구개발(R&D) 예산은 올해 대비 16.6%(5조 2,000억 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요 사업 예산은 13.9%(3조 4,000억 원) 삭감된다. 해당 예산안은 올해 말 국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이번 계획에 따라 각종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 등 관련 단체가 예산 삭감을 통보받자 학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생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일례로 카이스트 총학생회(총학)는 지난 8월 28일 ‘과학기술 분야 R&D 예산 전면 삭감 정책에 대한 성명문’을 발표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내 여러 대학에 연대를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서울대 총학은 학내 문제에만 대응한다는 기조에 따라 해당 사안을 총운위에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파장이 일었다. 뒤늦게 연대 요청 사실을 알게 된 공대 학생회와 자연대 학생회는 단과대학생회 차원에서 별개로 연대하는 한편 총학의 대응을 비판하는 성명문을 게시했다. 이에 총학은 해당 사안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는 모든 요청을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 공유할 것을 약속했다. (『대학신문』 2023년 9월 11일 자)

 

◇“R&D 예산 삭감은 우리의 문제” 학생사회 공감대 형성돼=총학의 연대 반려에 대한 논쟁이 일단락된 후, 자연대 학생회는 추가 대응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정부 R&D 예산 삭감 정책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일주일 동안 진행된 조사에는 311명의 자연대 학생을 비롯해 총 430명이 참여했다. 특히 조사 결과 ‘자연대 학생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96.7%가 동의하는 등 단과대학생회 차원의 행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외에도 자유 의견란에서는 “이제 중립을 지키기보다는 조금 더 정치적이고 집단적일 필요가 있다”라거나 “다른 학생회나 학생단체와 함께 서명 운동이나 기자회견을 진행하면 좋겠다”라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의 목소리를 모아, 총학 특별위원회 출범=이에 자연대 오정민 학생회장(지구환경과학부‧20)은 공대 나세민 학생회장(항공우주공학과·21), 농생대 조하은 연석회의 의장(식물생산과학부‧21)과 함께 ‘정부 R&D 예산 삭감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별위원회) 설치를 총학에 요청했다. 오정민 학생회장은 “학생들의 반응을 고려했을 때 단과대 차원에서 행동하기보다 더 큰 대표성과 영향력을 지닌 총학 산하 특별위원회를 조직해야겠다고 판단했다”라고 특별위원회 설치 제안 이유를 밝혔다. 해당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총운위의 의결로 설치가 결정됐으며, 활동 기간은 내년도 예산안의 예상 확정 일자인 12월 10일까지다. 현재 해당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은 오정민 학생회장이 맡고 있으며, 그 외 구성원은 △공대 나세민 학생회장 △농생대 조하은 연석회의 의장 △총학 파견 1명 △자유전공학부 파견 1명 △학부생 대중모집 9명의 총 14명이다. 총운위 참여 단위 중에서는 자유전공학부만이 파견 요청에 응했다. 

오정민 학생회장은 “특별위원회는 이공계열 당사자로서가 아닌 대학생 일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R&D 예산 삭감은 학생들의 진로나 인턴 경험, 실습 환경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이는 인문‧사회 분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특별위원회는 국정감사 대응에 앞서 일반 학생들에게 해당 의제의 중요성을 알리고 타 대학과의 공동행동을 준비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과학기술 분야 이해당사자로서 행동에 나선 물리천문학부=한편 특별위원회 설치에 앞서 물리천문학부는 지난달 17일부터 ‘천문‧우주항공 분야 유관 학과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 대응 공동행동’(공동행동)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동행동은 R&D 예산 삭감 중에서도 천문‧우주항공 분야의 예산 삭감에 집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출범했으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를 비롯해 △연세대 △경희대 △세종대 △카이스트의 유관 학과 학생회 대표로 구성돼 있다. 공동행동은 출범 직후 학부생‧대학원생 의견 수합과 서명 운동을 진행했고, 지난 6일(금)에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에는 예산 삭감의 이유와 판단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소통할 것과, 졸속으로 삭감되고 재배정된 예산을 현장 연구자들의 입장을 반영해 재검토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공동행동에 참여한 물리천문학부 문성진 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21)은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생회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았다”라고 공동행동이 조직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이정문 의원과 이미 한 차례 면담을 진행했다”라며 추후 국정감사에도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학생회장은 “대학생 전체의 목소리를 내는 특별위원회와 달리 공동행동은 천문‧우주항공 분야 대학생을 대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두 단위가 공식적으로 연합하지는 않지만 긴밀히 교류를 이어가며 학생사회의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오정민 학생회장 역시 “공동행동 출범 시점부터 자연대 운영위원회를 통해 소식을 교류하고 있었다”라면서도 “특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협력할 계획은 없다”라고 전했다.

 

인포그래픽: 김예라 기자 

siksik0928@snu.ac.kr

 

 

 

*바로잡습니다. 지난 2079호(10월 9일 자) 2면에 게재된 'R&D 예산 삭감에 대응 시작하는 학생사회' 기사의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 인식 조사' 인포그래픽에서 '그렇다'의 수치를 '27.2%'에서 '17.2%'로 바로잡습니다. 인포그래픽 제작 과정 중 수치 표기가 잘못됐다는 것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인포그래픽 제작 과정에서 검토가 미흡했던 점을 사과드리며, 해당 기사는 인터넷 『대학신문』(snunews.com)에 고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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