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대학원총학생회(원총) 자치협의회 간담회가 개최됐으며, 본부 측에서는 유준희 학생처장(물리교육과)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번 유 학생처장의 참여는 이례적인 것으로, 현재 대학원생과 본부 간의 상시적인 논의를 위한 장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간담회에서 원총은 대학원생 문제 논의를 위한 정례화된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원총은 대학원의 교육과 연구 환경을 조사하는 교육연구환경실태조사가 올해부터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조사를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대학신문』 2023년 9월 25일 자) 

실제로 7월 18일 서울대 인권센터에서 발표한 〈대학원생 인권지표 개발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대 대학원생은 노동 조건 등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해당 실태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됐으며, 서울대 대학원 재적생 및 수료생 1,715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대 대학원 재학 중 노동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라고 답한 응답자의 18%가량이 ‘수행한 업무에 대한 조건은 귀하에게 어떤 형식으로 공지됐는지’에 ‘공지받은 바가 없다’라고 답했으며, ‘구두 공지 혹은 계약서상의 노동 조건과 실질적으로 수행한 노동 조건과는 얼마나 일치하는가’에 부정적으로 답한 응답자는 55%에 달했다.

현재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신고 등의 적절한 대응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선 조사에 따르면 고발이나 신고에 뒤따르는 불이익이 두려워 인권 침해를 경험했음에도 대응을 망설였다는 응답에 절반가량이 동의했다. 이에 대해 본부는 대학원생들이 겪는 심리적인 불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심리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옴부즈퍼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원생이 신고를 망설이는 이유는 대체로 대학원생과 교수의 특수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례적인 협의체 마련을 통한 대학원생 대표자와 본부 실무자의 논의 활성화와 문제 상황 공론화가 절실하다.

설문 결과는 모든 교수와 연구실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며, 예외적인 사례가 과다 대표된 경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학원생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은 보장돼야 한다. 특히 상당 비율의 대학원생들이 신고에 뒤따르는 불이익을 두려워하는 현 상황에서 공식적이고 상시적인 문제 수합의 창구는 필수적이다. 본부는 지난 간담회에서 오는 11월에 대학원생 문제에 대한 세미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11월의 세미나에서는 학생처뿐만 아니라 연구처, 교무처, 기획처 등 대학원생 문제와 연관된 학내 관련 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대학원생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역시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해당 세미나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례적이고 유의미한 협의체가 마련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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